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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여신님이 보고 계셔> 최연우의 여신님 [NO.170]

글 |박보라 사진제공 |스토리피 2017-11-28 6,030

여신님, 나 보여요?


동해에 있는 한 무인도에는 여신님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한국전쟁 당시 갑작스럽게 폭풍우를 만난 군인들이 무인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죠? 군인들은 무인도에 있는 내내 ‘모르는 것이 없는’ 따스한 여신님을 지켜왔다고 하는데요. 군인들의 추억으로 들어가 가장 소중하고 지켜주고 싶은 존재로 등장해, 다치고 아픈 마음을 치료해 줬다고 알려진 여신님. 그 아름다운 여신님을 <더뮤지컬>이 만나고 왔습니다.


※ 이 글은 여신님 역을 맡은 최연우와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신님, 꼭 만나고 싶었어요. 언제부터 무인도에 살았나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바다 한가운데 꽃과 나무가 예쁘게 핀 이곳을 본 순간, 첫눈에 반해서 살게 되었거든요.


무인도에 갑작스럽게 군인들이 찾아와서 놀라셨겠네요.
저는 군인들이 무인도에 도착하는 걸 멀리서 지켜봤어요. 비록 군인들은 절 보지 못했겠지만요. 창섭과 영범이 지나가는 걸, 길에서 내려오면서 마주했죠. 그렇게 제 곁을 스쳐지나간 군인들에게서는 숨겨진 사연이 보였어요. 그 소중한 마음 하나하나를 예쁘고 조심스럽게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럼 군인들과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예요?
군인들이 저를 위해 예쁜 꽃 단상을 만들 때, ‘여신님은 어떻게 생겼어?’, ‘여신님도 똥 싸?’라고 물으면서 절 보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들어서 창피했는데, 나중엔 정말 웃겼어요.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니까요! 요즘엔 그때를 생각하면 다섯 군인 모두가 정말 예뻤다고 느껴요. 늘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던 그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맞추고 힘을 모았던 거잖아요. 마치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영범과 순호에게 정체를 들켰어요. 어떤 기분이었어요?
음…, 전 정체를 들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항상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영범, 순호, 석구, 주화, 동현 모두가 무인도에 있던 저를 그렇게 생각해 준 것 같아서 참 뭉클했어요.


군인들이 여신님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을 때는요?
호호호! 귀여웠죠. 으이구. 그렇다고 치자. 너희들이 즐거웠으면 됐다. 이런 마음이었다고나 할까요? (웃음) 이러고 저도 같이 웃었어요. 물론 군인들은 제 모습을 보지 못했겠지만요.


유일하게 동현의 추억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정말 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요? (웃음) 전 군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변해 추억을 여행했어요. 동현은 아버지를 참 많이 그리워했죠. 무인도를 떠나는 동현의 행복을 빌어줬어요. 무인도를 떠난 동현이 아버지와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걸 멀리서 지켜봤죠. 지금 동현은 행복하겠죠?



여신님은 모르는 게 없으니까요. 혹시 석구와 누나의 애틋한 이야기를 설명해 줄 수 있어요? 
나이 차이가 많은 동네 누나와 동생 사이였어요. 오래전부터 마을에서 석구가 누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았을 정도였죠. 누나가 시집을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병들어 죽었어요. 먹고살 길이 막막해서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는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서방 죽게 만든 년’이라고 손가락질했어요. 그때 유일하게 그런 누나를 품어줬던 사람이 바로 석구였죠. 석구를 향한 누나의 마음도 이때 많이 열렸어요. 사람은 진심으로 자신을 감싸주는 사람에게 기대기 마련이니까요. 문제는 석구의 어머니가 참 많이 누나를 괴롭혔다는 거죠. 욕도 하고, 집 안에 들어가 무언가를 던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하셨거든요. 석구가 국군으로 징집되던 날도, 한바탕 석구의 어머니가 누나를 찾아와 소란을 피웠을 정도로요. 그래서 석구가 누나를 생각하면서 고백 연습을 많이 했어요. 꼭 돌아가면 누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면서요.


그럼, 주화는 여동생과 어떻게 살았어요?
주화는 여동생과 세상에 단둘만 남겨졌어요. 여동생은 돈을 벌기 위해 기생집에 스스로 들어갔어요. 여동생과 헤어질 수 없었던 주화도 같이 기생집에 들어가 잡다한 일을 봐줬어요. 두 사람은 여동생의 빚을 빨리 갚고 같이 살 수 있기를 매일 밤 빌었죠. 위문 공연을 다니는 예술단 모집 소식을 듣자마자 들떴던 건 바로 이런 이유였어요. 주화와 여동생은 예술단에서 함께 공연하고 세상을 구경할 기회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주화에게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거죠.


여신님, 강하게만 보였던 창섭이도 어머니 앞에서는 속마음을 털어놓던데요?
창섭의 어머니가 아들을 품어줬으니까요. 괜찮다고.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창섭에게 건네는 어머니의 마음을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창섭의 추억을 여행한 저는 ‘아들’이라는 말을 처음 건넨 어머니의 모습에서 뭉클함을 느꼈죠.


여신님에게 순호가 특별한 존재라고 들었어요.
순호는…, 제가 가장 나중에 만난 무인도의 군인이었어요. 그와 마주섰을 때 속마음을 털어놓더라고요. 자기는 안 될 거라고. 못할 거라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할 수 있다고. 이 모든 걸 제일 잘 아는 건 너잖아. 이렇게 말해 줬죠. 우린 짧은 시간 동안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를 보았어요. 순호는 마치, 제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어요.


군인들이 전부 떠난 무인도를 지키는 게 외롭지 않나요?
또 누군가 오지 않을까요? 10년, 100년이 지나도 외로울 거예요. 다만 순호, 영범, 석구, 주화, 창섭 모두가 이곳에서의 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예쁜 추억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모두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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