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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성실한 열정의 땀방울 - <코러스 라인>의 육현욱 [No.84]

글 |김유리 사진 |김호근 2010-09-07 5,994


그를 인터뷰 한다고 하니 지인이 하는 말, “그 배우, 무대에서 성실해서 좋더라.” 한 사람의 장점을 보는 눈은 어느 정도 공통적이다. 시작점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한 호흡으로 정확히 연속 턴을 하는 모습에서 마냥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신인의 반짝임보다는 오히려 무대 위에서 춤을 즐기고 있는 듯한 여유와 성실함이 느껴지던 배우. 서정적인 노래와 날것의 느낌 그대로의 안무가 인상적이었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반항적인 눈매와 우직함을 보여줬던 육현욱은 반년 만에 <코러스 라인>을 통해 서글서글하고 활기찬 모습의 마이클이 되어 돌아왔다.

 

소년 육현욱은 춤을 잘 추던 아이였다. “어렸을 때 반마다 한 명씩 꼭 있잖아요. 춤 잘 추고, 가수들 흉내를 잘 내서 장기자랑 하면 앞에 나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노래하고 춤추던 아이, 그런 아이였어요.” 어쩌면 공부밖에 몰라야 하는 나이, 춤이 주는 짜릿한 전율을 알아버린 육현욱이 평범하지 않은 사춘기를 보내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것이 ‘춤추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신 부모님 덕택에 육현욱은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춤추는 소년이 뮤지컬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서울재즈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재익 선생님이 ‘뮤지컬 보지 않을래?’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봤던 뮤지컬이 선생님이 출연하신 <하드락 카페>였죠. 조명, 음향, 춤, 노래, 연기 모든 것이 합쳐져서 저에게 하나로 다가오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보자마자 선생님께 ‘저, 뮤지컬 꼭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죠.”

 

그렇게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맘에 품은 채, 고교 졸업 후 1999년 <굿바이 뮤지컬 콘서트>라는 작품의 앙상블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이십 대 초반 여러 작품의 앙상블 배역을 하며 배우로서의 토양을 다졌다면, 그 땅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콘보이 쇼>에서였다. “너무 힘든 작품이었어요. 배우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게 하는 작품이었죠. 그래서 무대 위에서 여유로워졌어요. 그만큼 잘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죠. 연기, 무대에 서는 마음가짐까지 제 배우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알타보이즈>의 ‘후안’,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오토’ 그리고 ‘모리츠’, 그리고 얼마 전 <코러스 라인>의 ‘마이클’까지 육현욱은 반항적인 외모 안에 담아두고 한번도 남들에게 내보이지 않았던 순수한 열정을 조금씩 꺼내 보인다. 화려하진 않지만, 성실한 열정이 그의 목소리와 동작 하나하나에 묻어난다. “예전에 한 애니메이션에서 ‘노력은 천재를 이긴다’라는 대사를 듣고, 그때부터 그것을 좌우명으로 삼았어요. 제가 특별하게 잘난 게 없기 때문에, 성실해야 해요.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에 육현욱은 어떤 모습일까. “<콘보이 쇼>의 연출이었던 ‘이마무라 네즈미’상이 롤모델인데, 연출, 배우, 노래 모든 걸 다 아우르는 분이죠. 저도 그분처럼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춤 잘 추는 배우들이라면 으레 안무가를 이야기할 거라 생각하고 던진 질문에 그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정리한 답을 내놓듯 ‘배우’에 방점을 찍어 답한다. “몸 관리를 잘해서 춤도 오랫동안 추고 싶고, 노래와 연기도 놓고 싶지 않아요. 춤만 좋아했다면 댄서가 됐겠죠. 전 춤, 연기, 노래 세 가지를 다 잘하는 진정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묵묵히 자신을 채우는 노력을 하고 있을 배우육현욱의 새로운 무대를 기다려본다.

 

 

*본 인터뷰는 <더뮤지컬>홈페이지(www.themusical.co.kr)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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