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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민찬홍 작곡가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NO.172]

사진제공 | 오픈리뷰 정리 | 나윤정 2018-01-05 6,017

이 작품은 대본의 방향 자체가 전형적인 뮤지컬 문법을 따르지 않아요. 그에 따라 음악도 전형적인 문법을 쓰지 않았죠. 새롭고 참신한 시도, 그리고 대중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음악의 컨셉이었어요. 우선, 음악적으로 새로운 문법을 사용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음악의 톤은 감정을 제거한 상태로 표현했죠. 극이 너무 신파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극에 밀착한 상태에서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드라마 분량이 워낙 방대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음악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드라마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비극적인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택한 거죠.





마츠코 살해 사건 

작품을 만들 때 저는 대부분 첫 곡부터 작곡을 시작해요. 전체를 관통하며 방향성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곡이기 때문이죠. 이 작품 역시 첫 곡에 큰 공을 들였어요. 이 곡을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거든요. 사실 음악은 하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장르예요. 그런데 이 작품은 시간, 시점, 장소가 다 혼재되어 있거든요. 이런 복잡한 설정을 음악으로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이 많았어요. 마츠코의 지난 일생을 추적해 나가는 액자식 구성이 두드러지게 하는 것, 베일에 쌓인 마츠코란 인물이 어쩌다 이런 일생을 살게 되었는지 관객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계속 미스터리를 던져주는 것, 마츠코 고모를 바라보는 쇼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이런 부분들을 잘 구현하려고 애썼답니다.  



We Want More

메구미의 노래인 ‘We Want More’, 그리고 2막 ‘낮이 된 밤’은 극 중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드라마가 쉬어가는 타이밍에 부르는 곡이기 때문이죠. 워낙 다른 곡들에는 복잡한 드라마가 밀도 있게 담겨 있거든요. 그 가운데 메구미는 어두운 극의 분위기를 환기해 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메구미가 이 극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죠. 메구미의 노래는 저 스스로도 신나고 재미있게 썼던 기억이 나요. 극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마치 힐링을 받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다른 곡들에 비해 빨리 써 내려갈 수 있었답니다.





스토로베리 봉봉

이 곡을 통해 마츠코란 인물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녀의 외로움의 근원이 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작품을 만들면서 김민정 연출님과 합의한 것 중 하나가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자는 거였어요. ‘스트로베리 봉봉’도 그런 의도를 담은 곡 중 하나였죠. 한없이 맑고 행복한 느낌의 곡을 통해 마츠코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음악은 굉장히 해맑게 진행되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그 안에 담긴 인물의 슬픔을 느껴주셔서 기뻤어요. 무엇보다 그 공은 마츠코 역의 두 배우 박혜나와 아이비에게 있어요. 사실 악보에 지시 사항을 많이 썼거든요. 이 부분은 ‘달콤하게’, 이 부분은 ‘속삭이며’ 불러달라고 말이죠. 그런데 배우들이 제가 의도한 것의 200~300퍼센트 이상을 표현해 줘서 참 고마웠어요.



굿바이 

이 곡은 구조적으로 굉장히 복잡해요. 마츠코가 내면을 드러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노래이기 때문이죠. ‘스트로베리 봉봉’이 그녀의 감춰진 슬픔을 보여준 곡이라면, ‘굿바이’는 마츠코의 외로움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하나의 노래 안에 연인 테츠야의 자살, 또 그다음 연인에게 버림받고, 마츠코가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내용이 담겨 있어요. 그만큼 드라마틱한 변화가 큰 곡이죠. 3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매우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마치 다른 노래가 세 번에 걸쳐 반복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이 곡의 구조적인 특징이죠. 또한 이 노래를 통해 마츠코에게 좀 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던 의도도 있었어요.





인간실격

2막 오프닝 역시 1막 첫 곡만큼이나 중요했어요. 1막이 방대하게 시작하기 때문에 2막 첫 곡 또한 임팩트를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두 곡의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시작을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마츠코 살해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오되 전개는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이 곡은 마츠코가 감옥에 들어간 후 주변 인물들이 부르는 합창곡이거든요. 밑바닥으로 떨어진 마츠코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가사가 거칠어요. 그래서 음악 또한 액티브하고 과격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죠. 이전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센 분위기를 드러내고자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디마다 박자가 바뀌어서,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웃음)



혐오스런 마츠코

‘마츠코 살해 사건’이 마츠코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곡이라면, ‘혐오스런 마츠코’는 마츠코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노래예요. 마츠코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락으로 떨어지고, 또 사람들에게 어떻게 배척당하는지 그 과정을 담고 있죠. 그래서 ‘마츠코 살해 사건’을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변주해 이 곡을 만들었어요. 마츠코가 죽음 직전까지 갔을 때, 그리고 쇼가 마츠코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그 감정의 변화들을 ‘마츠코 살해 사건’의 테마를 활용해 색다르게 풀어냈어요. 그런 구조적 변화를 찾아보는 것 또한 이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1호 2018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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