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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NCEPT PIC] 컨셉 사진 돌아보기 정욱진 편 [NO.172]

글 |정욱진(배우) 정리 | 배경희 2018-01-26 4,700

작품별 컨셉 사진으로
돌아보는 배우의 변신



“제 첫 컨셉 사진은 대학교 1학년 때 연극 동아리에서 찍은 거예요. 학교 연습실 옆 탈의실 흰 벽에서 사진과 학생분이 찍어주셨는데, 찰칵 소리 몇 번 만에 금세 촬영이 끝났죠. 제 캐릭터가 ‘방금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멍하게 있었더니, 극찬을 해주시더라고요. 전 그저 영혼이 잠시 나갔던 것뿐인데…. 그리고 며칠 뒤에 프로그램북에 제 얼굴이 딱 나왔는데 꽤나 잘 나온 거예요! 지금처럼 헤어나 메이크업도 안 하고 동아리 마크가 새겨진 후드 입고 찍은 거였는데도요. 여수에서 살던 제가 서울로 대학을 와서 처음 한 공연의 프로그램북에 제 얼굴이 실려 있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뿌듯하던지. 이천 원짜리 프로그램북을 만 원에 여섯 권이나 구매했던 기억이 나요(한 권은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뒤. 오랜만에 프로그램북을 펼쳐 보니 처음 보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지난 10년 동안 훌륭한 스태프분들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조명 아래 사진을 찍다 보니 제 눈이 높아졌나 봐요. 하지만, 바다의 향기를 한아름 품고 있던 꿈 많은 스무 살 신입생의 모습은 지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컨셉 사진을 잘 찍는 저만의 방법이요? 전 입이 커서 웃는 게 매력적이라 웃음이 중요한 사진을 찍기 전엔 입 스트레칭을 합니다! (웃음)”




<쓰릴 미> 나 2014

<쓰릴미> 2014년 공연은 1차와 2차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1차 팀에서 송원근 형과 컨셉 사진을 찍게 됐어요. 처음 심각한 분위기로 사진을 찍는 거라 당시 정말 어색하더라고요. 제작사에서도 제 사진이 백 퍼센트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2차 팀 사진 촬영에 저를 다시 한 번 부르셨어요. 두 번째엔 임병근 형과 페어샷을 찍었는데, 사진도 찍힐수록 찍히는 실력이 느는지 훨씬 편한 사진들이 나왔어요. 그 결과 1차, 2차 두 버전의 포토북에 모두 사진이 실린 배우가 됐죠.




<오케피> 퍼커션 연주자 2015 

이제 시간이 꽤 지난 공연이니까 고백할게요. 이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심벌즈의 손잡이가 조금 이상하단 걸 눈치채실 거예요. <오케피>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라 모든 배우들이 악기를 들고 컨셉 사진을 찍었는데, 제가 맡은 심벌즈를 들려고 보니 손잡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급한 대로 촬영장에 있던 포장지 끈으로 손잡이를 만들었죠. 하지만, 제 큰 입과 악보 넥타이가 시선을 빼앗아서 저 손잡이를 발견하신 분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거라 믿습니다.




<형제는 용감했다> 이주봉 2015

이즈음부터 컨셉 사진 촬영에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요. 당시 포스터 컷을 석봉, 주봉 역 배우들이 두 명씩 팀을 이뤄 찍었거든요. 전 정준하 형하고 한 팀이 됐는데, 처음 만난 날 바로 원수지간인 형제처럼 멱살을 잡아야 했죠. 촬영 초반에 저보다 준하 형이 데면데면해하셔서 더 장난을 쳤던 것 같아요. 준하 형은 그날 저를 처음 봤지만, 저는 아무래도 수년간 TV에서 형을 봐왔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꼈거든요.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2016

<어쩌면 해피엔딩> 하면 구식 로봇 올리버 스타일을 위해 헤어스프레이로 갈색 머리를 만들고 촬영했던 게 생각나요. 당시 다른 공연 때문에 밝은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박천휴 작가님이 올리버와 어울리지 않는단 의견을 주셨거든요. 아! 촬영 중간에 벤치에 송진이 묻어 있었던 걸 모르고 앉았다가 그 죄로 30분 정도 빨래를 해야 했던 기억도 있네요. 대신 그 모습을 가련히 여긴 제작팀이 촬영 후에 그 바지를 제게 선물로 주었죠. 상당히 괜찮은 바지였는데! 그날 벤치에 앉았던 건, 어쩌면 해피엔딩이었을지도.




<더 데빌> 존 파우스트 2017

좌 4, 우 4. 시력이 아닙니다. 뾰루지의 개수입니다. 얼굴에 큰 뾰루지가 여덟 개나 난 시기에 <더 데빌> 사진을 찍게 됐어요. 다행히 포토샵 기술로 뾰루지를 제거할 수 있었지만, 스케치 영상엔 뾰루지의 흔적이…. 이날을 기점으로 전 음식을 가려 먹는 체질식을 시작했죠. 그리고 그 이후론 악마의 뿔이 나오지 않았어요. 제 피부는 마치 타락했다 다시 선으로 돌아온 존 파우스트의 삶과도 같다고 할 수 있죠. 무엇일까요, 삶은. 


 


<아이러브유> 남자 2017

장염, 그것도 지독한 장염에 걸려 이온 음료와 바나나로 연명하던 시기에 <아이 러브 유> 컨셉 사진을 찍게 됐죠.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장염 덕분에 촬영 당일 아주 날렵한 턱선을 가질 수 있었단 거예요. 이 지면을 빌려 예전부터 잡혀 있던 가족 여행이랑 촬영일이 겹쳐 저만 따로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아이러브유> 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아이 러브 유! (♡)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2호 2018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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