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상승을 꿈꾸는 난쟁이, 성욕이 충만한 백설공주, 돈만 밝히는 신데렐라. 우리가 아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른 동화 속 주인공들이 유쾌한 사랑을 전하는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 유쾌 발랄 19금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난쟁이들> 배우들의 이달 추천템을 공개한다.
조형균 영화 <행오버>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또 어쩌면 현실에서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이야기. 미국 코미디 영화 <행오버>를 한 줄로 평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숙취를 소재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주인공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영화인데,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낸 발상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브래들리 쿠퍼를 필두로 배우들의 앙상블도 정말 미친 듯이 뛰어나고요. 진짜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을 것 같은 최강 호흡을 보여주는데, 마치 저희 <난쟁이들> 팀을 보는 것 같달까요. 하하하. 저도 <행오버> 속 주인공들처럼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살아보고 싶지만! 여러분, <행오버>처럼 사는 건 범죄입니다. (웃음) 영화라서 가능한 <행오버>, 짱!
최호중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스웨덴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에요. 19금은 아니지만, 저희 <난쟁이들>하고 닮은 것 같아 이 책을 꼭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저희 작품이 기존에 잘 알려진 동화를 어른의 시각에서 뒤집어 본 것처럼, 이 소설도 실제 역사를 기발한 픽션으로 풀어내거든요. 또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건 사고를 재미있게 그린 점이나, 의도치 않은 엉뚱한 상황에서 웃음이 유발되는 점도 저희 작품과 비슷한 것 같고요. 소설이 워낙에 인기를 끌어서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만약 두 개 다 안 보셨다면 개인적으론 소설을 먼저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그래야 상상력이 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거든요.
백은혜 영화 <캐롤>
영화 <캐롤>을 생각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몇몇 키워드들이 있지만, 저는 그 어떤 말보다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첫눈에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캐롤과 테레즈 두 여성의 사랑을 우아하게 그렸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이지 황홀할 정도로요. 또 개인적으로 캐롤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을 정말 좋아해서 더욱 재미있게 본 영화예요. 케이트 블란쳇의 큰 키와 눈빛, 목소리. 그리고 그녀가 운전하는 모습이나 담배를 피우던 모습,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는 부분이 없었죠. <캐롤> 속 케이트 블란쳇은 존재만으로도 섹시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테레즈가 캐롤을 사모하듯 그녀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어요.
신주협 웹툰 <한번 더 해요>
네이버 웹툰 중에 <한번 더 해요>라는 작품이 있어요. 연재 첫날 우연히 보곤 지금까지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웹툰인데, 드라마 <고백부부>가 이 웹툰을 각색한 거더라고요. 이야기 설정이나 구성도 정말 재밌지만, 무엇보다 그림체가 매력적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님이 얇은 선으로 세심하게 그려주셔서 매회 만족스럽게(?) 보고 있죠. 전 개인적으로 야한 영화나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만화는 좋아해요. 아마 미술을 하시는 엄마 때문에 집에 늘 만화책이 많았던 영향 때문 아닐까 싶어요. 어렸을 때 신인 만화 작가들의 신작에서 야한 걸 찾아 방에서 몰래 보다가 엄마가 들어오시는 바람에 황급히 자는 척했던 기억이 있죠. 이불 속에서 잠을 안 자려고 했던 친구가 한 명 있었지만요….
강정우 만화 <기생수>
‘19금’이라는 딱지 때문인지 선뜻 추천할 작품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최근에 본 19금 작품을 하나씩 되짚어보다, 일본 만화 <기생수>를 떠올리게 됐죠. 1990년에 발표된 <기생수>는 인간에 기생하는 괴생명체와 공생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강대한 종’도, ‘인간을 먹는 기생 생물’도 똑같은 대자연의 일부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작품이래요. 기생 생물이 인간을 통해 식인 괴물이 되는 설정상 만화 중간중간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들도 꽤 나오지만, 작가가 밝힌 의도처럼 읽을수록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기생 생물의 잔인함에 “에…?”하고 놀랐는데, 금세 이야기에 적응하고 마지막엔 눈물까지 흘렸답니다.
최유하 영화 <캐롤>
겨울이라 그런지 <캐롤>이 먼저 떠올랐어요. 흔히 말하는 ‘19금 영화’ 범주에 넣긴 아까운 영화지만(19금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캐롤>은 어느 추운 겨울 날 장갑으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사랑 얘기거든요. 동성인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1950년 당시 사회적인 비난을 사는 행위로 치부됐는데, 사랑 앞에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전 감정에 백 퍼센트 솔직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거든요. 항상 타인의 시선으로 제 자신을 바라본 후 평범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 왔죠. 그래서 나중에 후회했던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캐롤>을 보고 나선 감정 앞에서 좀 더 솔직해지자고 마음먹게 됐어요. 그래야 진짜 연인이든, 친구든, 또 관객이든 제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2호 2018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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