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끝을 잡고
주민진은 2018년도 종횡무진 중이다. 아직 상반기가 절반가량 남은 시점인데, <마이 버킷 리스트>(이하 <마버킷>)에 <더픽션>, <컨설턴트>까지 벌써 세 작품째다. 바쁜 와중에 글도 쓰고, 스터디도 한다. 이 배우의 열정을 누가 따라잡을 수 있을까.
*<더픽션>과 관련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작가, 그레이
THE MUSICAL <더픽션>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duckuuuu)
주민진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저와 다른 그레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궁금했습니다.
“음악감독님과, 조감독님일 때부터,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고 같이 작업도 했어요. 원래 친했는데 곡을 쓰고 작품을 하는데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함께 작업 해보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때 <마이 버킷 리스트>와 <컨설턴트> 출연이 앞뒤로 정해져 있었어요. 제 욕심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낭패라 두렵긴 했는데 고민 끝에 욕심을 부렸어요. 감독님에게 감사한 마음도 컸고 그레이란 역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주인공인 와이트를 뒤에서 받쳐주는 그레이의 이미지가 좋았어요. ‘최대한 큰 액션을 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란 마음이 욕심을 내게 했어요.”
THE MUSICAL 그려내고 싶었던 그레이 작가는 어떤 인물인가요? (xiuxian)
주민진 제 생각보다 여러분이 어떻게 보시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표현하는 그레이를 바탕으로 관객분들마다 자신의 그레이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공부한 바로는 작품 배경이 금주령이 있던 시대라 사람들이 여가나 놀거리에 대해 목말라했어요. 소설도 단편적으로 쓰였고요. 그레이가 쓴 소설은 자극적이고 앞서 나갔죠. 그래서 재밌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양날의 검처럼 싸움이 시작되고 묻힌 작가라 생각해요. 저는 그레이 역을 맡은 다른 분들과는 표정이나 눈빛이 다른 것 같아요. 와이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조금 더 폐쇄적인 모습이에요. 혼자 지내온 10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보니, 그레이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THE MUSICAL 그레이 작가의 나이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연기하나요? 말투나 분위기에서 나이가 꽤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choni0226)
주민진 불혹.
“대본에 나이가 나와 있긴 한데, 제가 본 그레이는 30대 후반에서 마흔 정도예요. 『그림자 없는 남자』 초판본을 쓴 후부터 와이트를 만나기까지 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 나이였어요.”
THE MUSICAL 그레이가 소설 속 블랙을 모방해 살인하는 사람이 와이트인 걸 알면서도 작가가 죽는 것으로 결말을 쓴 이유는, 와이트가 그레이를 죽이지 못할 테니 모방 살인도 끝날 거라고 생각해서인가요? (dmswl14741)
주민진 오직 그것만은 아닐 거예요. 사실 고흐의 레퍼런스를 차용했습니다.
“작가님이 (그레이가) 죽어야 한다고 하면 저는 이유를 만들어야 해요. 어디까지 벼랑에 몰려야 죽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결국 사람에 대한 책임감인 것 같아요. 책을 써서 세상을 바꾸고, 좋은 세상으로 인도하고 싶었는데 정작 한 인간조차 제대로 바꾸지 못하고 선(善)에도 가까워지지 못하는 걸 보면서 와이트뿐 아니라 그레이의 삶 또한 많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해요.”
THE MUSICAL 그레이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책이 있나요? (duckuuuu)
주민진 지금 생각이 안 나요.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란 책을 많이 읽을 때였어요. 고흐를 굉장히 좋아해요. 뮤지컬은 못 봤지만 고흐에 관한 전시, 영화 <러빙 빈센트>, 편지, 책 다 봤어요. 그의 삶을 좋아하거든요. 현실에서 행복을 못 찾거나 불안 요소가 생기면 인간은 (자살로) 그걸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고흐가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 현장에 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러빙 빈센트>가 접근한 방향에 가깝게 생각해요.”
THE MUSICAL 그레이에게 와이트는 어떤 존재일까요? (imyme917)
주민진 빛?
“희망을 빛으로 말씀드린 거예요. 와이트를 통해 새롭게 연재되는 원고를 보면서 그 글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희망을 많이 발견했고, 그걸 좇았던 것 같아요. 와이트 역을 하는 배우 중 아직 (유)승현 배우와는 같이 공연을 못했고요. (강)찬이랑 (박)정원이랑은 공연을 했는데, 찬이는 보기만 해도 귀여워요. 존재 자체로 얼어 있던 저를 녹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고. 정원이는 저의 빈틈을 많이 공략하며 다가와 줘요. 둘 다 좋은 눈을 가졌어요.”
THE MUSICAL 그레이에게 ‘그림자 없는 남자’의 초판본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dalnim)
주민진 아픈 손가락?
“너무 사랑하는 (초판본이) 사람들에게 안 좋은 얘기를 듣는 건, 내가 쏟은 시간이 상처 입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소설이 계속 상처가 되는 거예요.”
THE MUSICAL 그레이 작가가 타자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뭐라고 치나요? 너무 궁금해요. (redrum0129)
주민진 실제 그레이가 쓰는 글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 순간은 그레이니까요.
THE MUSICAL <더픽션> 넘버가 정말 좋아요. OST가 꼭 나오면 좋겠어요. (kate21th)
주민진 저도요. 부를 땐 두렵지만 녹음하면 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가 다 좋아요. 작곡가님 스타일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뮤지컬 넘버가 낮은 음역부터 고음까지 분포되어 있어서 힘들지만 언제 이렇게 여러 스타일로 (한 작품에서) 노래해 볼 수 있을까 싶어요. 클래식하다가 록이 나오다가 템포가 있는 음악까지 종류가 많거든요. 멋진 도전이고, 부르면서 희열도 느껴요.”
THE MUSICAL 그레이 역할 의상이 배우마다 다른 이유가 있나요? (one5226)
주민진 디자이너 선생님의 배려인데 그 대본의 인물에 배우마다 차이점을 고려해 최대한 배우가 빛나도록 만들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본인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보다 작품과 배우에 따라 의상이 달라지는 게 좋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런 점이 멋있었어요. 저는 생각해 놓은 이미지를 한 번 말씀드렸죠. 집이 추울 것 같으니 목에 뭔가 두르는 것이 있으면 좋겠고, 옷도 언뜻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그게 후즐근해 보이면 좋지 않을까라고요. 처음부터 안 멋있으면 좋겠다고 몇 번씩 얘길 했어요. 디자이너 선생님과 저의 의견이 적절히 조화되고, 드라마에 최대한 맞게 만든 게 지금의 의상입니다.”
THE MUSICAL 강구의 액세서리처럼 캐릭터를 위해 아이템까지 꼼꼼하게 신경 쓰는 게 인상적인데요. <더픽션>에서도 특별히 캐릭터에 맞게 고려한 아이템이 있을까요? (sofine)
주민진 연필.
THE MUSICAL <더픽션>에서 글 쓰는 작가의 입장과 행동을 섬세하게 표현해서 놀랐어요. 어떻게 그렇게 글 쓰는 사람 마음을 잘 이해하실 수 있었나요? (twinkle)
주민진 취미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꼭 2~3년 내에 제 글을 보여 드릴게요.
“당장 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글 쓰는 걸 모두 말리더라고요. 처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지금 대본을 만들고 있어요. 하는 일에 지장 없게 쓰다 보니 1년 6개월 정도 됐고요. 장르물이 보고 싶더라고요. ‘무대에서 이런 걸 왜 해?’라는 생각이 들 만한 작품을 써보고 싶었어요. 뮤지컬이고. 지금도 다듬고 있어요.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뭔가 해볼까 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리게 될지 모르겠는데 도전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연구
THE MUSICAL 캐릭터 구상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요? (its4yu)
주민진 역사(살아온 과정)와 태도.
THE MUSICAL 창작 초연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sofine)
주민진 감사하게도 회사 측에서 저를 믿어주시는 거 같고 이왕이면 (이미) 만들어진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제게 작품 선택권이 많이 없어요. 제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이 일을 해내는 것 자체도 버겁지만 과정이 정말 즐겁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THE MUSICAL 초연에 참여해서 캐릭터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초연 이후 재연이나 혹은 맡았던 배역을 다시 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celine)
주민진 A/S 개념? 크크.
“감히 A/S라 말씀드렸는데, 일하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해요. 다만 공연이 끝나면 아쉬운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새로 보이는 게 있는 것처럼, 여행 가서 갑자기 ‘아, 맞아! 그 아이는 좀 더 이랬을 텐데’ 하는 게 떠오르니까 해보고 싶은 게 있고. 이왕이면 마무리를 잘하고 싶거든요.”
THE MUSICAL 밝고 쾌활한 캐릭터랑 어두운 캐릭터 중에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어느 쪽인가요? (ssuckso13)
주민진 밝고 어두운 걸 나누질 못합니다. 분명 모든 인물은 양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점이 더 부각되느냐가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연기를 할 때는 ‘마음챙김학습’ 같은 책도 읽고 실제와 배역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THE MUSICAL <밀레니엄 소년단>, <마버킷>에서 10대 청소년을 연기했는데 실제보다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twinkle)
주민진 10대만의 방어기제를 연구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저와 지금의 저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그러거든요. 사람은 같지만 나이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달라지는 듯싶어요. 그 나이 때 중요한 게 뭔지에 따라 태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런 점을 많이 연구하려고 합니다.”
THE MUSICAL 돌이켜봤을 때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지는 캐릭터가 있나요? (xiuxian)
주민진 맷….
“<베어 더 뮤지컬>에서 맷을 연기할 때 두려움이 컸어요. 97회가량을 원 캐스트로 출연하면서 아프지 않아야겠다는 강박이 컸고 무서웠어요. 이미 작품을 좋아해 주신 분들이 많으니까 무대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많았고요. 맷을 더 사람답게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에 시도한 것들이 있는데, 아쉬움이 남아요.”
무대에 서기까지
THE MUSICAL <컨설턴트>의 J는 어떤 사람이에요? 조금만 소개해 주세요. (bushishis)
주민진 으흐흐. 기대하시죠.
“<컨설턴트>까지 하면 작가를 맡은 게 세 번째예요. J는 택상이나 <더픽션>의 그레이와도 달라요. 또 다른 작가의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레이가 수동적이고 욕심을 감추려 하고 철학적이라면, J는 자기 스스로 욕심에 빠져들어가는 걸 인지 못하다가 사건, 사고를 겪어요. <컨설턴트>는 대본에서 충격을 받았어요. 원작도 매력 있지만, 정범철 작가님께서 새로 쓴 대본을 보면서 상상한 이미지도 강했고, ‘무대에서 구현됐을 때 재밌겠다.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많겠다. 그걸 몸으로 해볼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THE MUSICAL 실제 학창 시절은 강구와 닮았나요? (rudals925)
주민진 제가 강구입니다.
“공연 보면 강구가 유달리 특별한 인생을 사는 것 같아도 비슷한 점을 많이 캐치하실 거예요. 저도 그런 면에서 강구와 인생이 닮았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강구를 초연부터 제가 만들었으니까 외모가 가장 똑같지 않을까요? 제가 만든 강구는 저니까.”
THE MUSICAL <마버킷>에서 사용하는 액세서리는 직접 낸 아이디어인가요? (sofine)
주민진 연출님이 반대하셨는데 꼭 하고 싶다고 부탁드렸습니다.
“반짝이고 찰랑거리는 십자가 귀걸이가 하나 있어요. 연출님이 객석에서 볼 때 많이 튀니까 인물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연출님께 리허설 때 한 번만 보시고 아니면 빼겠다고 제안했어요. 다행히 강구와 어울려서 사용했고요. 액세서리를 한 목적은 멋있으려는 건 아니었어요. 초연, 재연, 일본 공연까지 다녀오면서 강구가 멋있는 애처럼 포장되는 게 오히려 저는 반감이 들었거든요. 그런 인물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만들고 싶어서 액세서리를 통해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THE MUSICAL 트라이아웃 때 <배니싱> 케이를 만들면서 그림으로 표현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도 인물을 설정하는 데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kori_0)
주민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고3 때 미대 준비한 적도 있고요. 제가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그릴 때가 있습니다. 인물을 대부분 그려보고 그것을 스태프들과 공유할 때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대본을 보다 보면 자꾸 그림을 그리게 돼요. 대본마다 그림이 조금씩 그려져 있어요. 두 번 정도 공개했는데, 케이를 그린 걸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세요. 그런데 그림 잘 그리는 팬분들이 많아서 그분들 그림을 모아서 전시해 보고 싶어요. 거기서 콘서트처럼 노래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THE MUSICAL 어려웠던 뮤지컬 넘버는요? (one5226)
주민진 ‘노래’라는 것 자체가 전 무서워요. 흑흑.
THE MUSICAL <마버킷>과 <더 픽션>을 공연하면서 <컨설턴트> 연습까지 하느라 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건강 관리 비법이 따로 있나요? (duckuuuu)
주민진 되도록 일찍 자려고 노력합니다.
“보통 새벽 네다섯 시에 자서 아침 아홉 시에서 열 시에 일어납니다. 짧고 굵게 자려고 합니다. 끼니를 안 놓치려고 하고요. 바나나나 계란, 땅콩 등 건강한 간식을 꾸준히 먹으려 해요.”
THE MUSICAL 가장 기억에 남는 참사나 돌발 상황은 무엇인가요? (joiacts123)
주민진 (<마버킷> 할 때) 남권이 얼굴…….
“남권이가 연기하는 해기의 얼굴이 가끔 재밌어요. 표정이나 반응이 그래요. 강구로서 웃음이 터질 때가 있어요.”
THE MUSICAL 단독 콘서트 계획은 없나요? 꼭 했으면 좋겠어요. (kate21th)
주민진 구상 중인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진짜 하고 싶어요.
“당장 계획은 없지만 작년부터 정말 하고 싶었어요. 저 혼자 노래하고 얘기하고 팬들과 교감하는 시간이랄까요. 항상 제가 하는 이야기를 감사하게 들어주시잖아요. 그래서 팬분들이 메인이고, 그분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콘서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전에 한 번 콘서트를 했는데 3주밖에 준비를 못해서 아쉬웠어요. 재밌었지만 오래 준비해야겠더라고요. 게다가 전 많이 느려서.”
인백기천(人百己千)
THE MUSICAL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dalnim)
주민진 우주의 먼지 중 하나라는 걸 안다는 것. 크크크.
THE MUSICAL 주민진에게 편지란? (cjm0529)
주민진 저와 여러분의 시간의 연결점?
“제가 선물을 안 받는 대신 편지를 써달라고 해서 편지를 많이 받아요. 지금은 대본을 먼저 봐야 해서 못 읽고 있는데, 편지를 읽으면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아요. 편지를 써주신 시간과 제가 집에 가서 읽고 있는 시간이 연결되는, 멋있는 순간이죠.”
THE MUSICAL 요즘도 수요일 스터디 꾸준히 하나요? (kate21th)
주민진 현재 ‘하고 싶다’ 모임은 못하고, 다른 연기 스터디를 주 2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다’는 못한 지 몇 달이 다 되어 가요. 다들 너무 바빠졌고, 범접할 수 없는 위치까지 간 분도 있고. 한 달 전에도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지 모여서 얘길 했는데, 하는 일에 매진하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에 얘기해 보자는 정도까지만 의논한 상태예요. 그런 중에 제가 일하는 방식이 좋았는지, 저를 좋아해 주는 동생들이 있어요. 배우로 활동하는 친구들인데 저와 얘기하고 싶다고 해서 ‘나는 이런 공부를 해왔어. 밤에 모여서 공부해 볼래? 너희는 어때?’ 하면서 시작했어요. 한 팀은 거의 1년이 다 돼가고, 다른 한 팀은 네 달 정도 됐어요. 동생들에게도 정말 많이 배워요.”
THE MUSICAL 독서를 즐겨 한다고 들었어요.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책이 있나요? (kate21th)
주민진 플라톤의 『국가』를 추천합니다.
“독서는 제 여가이자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직장인분들은 삶을 위해서든 어쩔 수 없어서든 공부도 많이 하고 자격증도 따고 토익, 토플도 도전하시잖아요. 배우가 되면서 시간이 생긴다면 배우를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연기라는 ‘창’을 어떤 방법으로든 녹슬지 않게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독서는 놓지 않으려 해요. 저에겐 현실적으로 필요한 거죠.”
THE MUSICAL 평소 여가 시간엔 뭘 하면서 보내나요? (crazy45)
주민진 그나마 시간이 난다면 바이크를 탑니다.
“배우로 살다보면 ‘주민진’이라는 사람이 영향을 받아요. 아침에 대본을 보면서 ‘강구는 왜 그랬지?’ 하다가 저녁에 극장에 가서 ‘그레이는 이런 말을 왜 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없더라고요. ‘나는 뭘 좋아하지? 어떤 말투를 갖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꼭 바이크를 끌고 동네 친구들을 만나요. 유치원, 초등학교 동창이거든요. 그 친구들은 ‘나는 이런 사람이지?’라는 걸 느끼게 해줘요. 저를 회복시켜 주는 힐링제예요.”
THE MUSICAL 어디까지 잘생겨질 건지? (celine)
주민진 엄마, 여기 일하는데 오면 안 된다니까….
“안 그런데 자꾸 잘생겼다고 해주셔서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가 아빠보다 더 편한 것 같아요.”
THE MUSICAL 옷장에 검은 목폴라티와 회색 트레이닝 바지는 몇 벌씩 있나요? (kate21th)
주민진 245벌…정도…. 데헷.
“목폴라티는 목이 망가지지 않게 따뜻하게 하려고 입어요. 종류가 다른 목폴라티가 많죠.”
THE MUSICAL 타자가 굉장히 빠른 것 같은데 어렸을 때 컴퓨터 학원 다녔나요? (saturn9745)
주민진 자격증 2개 있습니다.
“키보드 치는 느낌을 좋아해요. 자격증은 중3 때였나. 담임 선생님이 대학 가기 힘들 것 같다고 따라고 해서 땄는데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요. 컴퓨터 활용 같은 거였어요.”
THE MUSICAL 상반기에 굉장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바쁜가요? (kate21th)
주민진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작년, 재작년도 사실 비슷한 일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관객분들께서 조금 더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바쁘게 활동하는 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예요. 이왕이면 다양한 걸 체험하고, 책임지고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게 요즘 제 화두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 [LIVE TALK] <더픽션> 주민진 [No.175]
진행·정리 | 안시은 공연 사진제공 | HJ컬쳐, 라이브 2018-04-30 7,861sponsored advert
인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