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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NCEPT PIC] 컨셉 사진 돌아보기 김경수 편 [No.176]

글 |김경수(배우) 정리 | 배경희 2018-05-29 4,039
작품별 컨셉 사진으로 
돌아보는 배우의 변신


1. 너무 그 인물이 되려고 하지 말자(사진만 흔들림).  2. 많이 웃고, 많이 슬퍼하고, 많이 괴로워하자(결국 맘에 드는 사진은 정서가 명확해 보이는 컷이니까).  3. 좋아하는 각도를 최대한 남용하자(사진을 조금이라도 찍어보신 분이라면 다 아실 만한 내용이죠?).  4. 번거롭더라도 촬영 후 최대한 바로바로 모니터하자(아니다 싶은 표정이나 포즈는 빨리 포기해야 실패할 확률이 낮아지므로).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못 건진다면 사진작가님께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조심스럽게 과학적인 방법을 제안한다(사실 이게 최고. 부정할 수 없다). 이 다섯 가지 법칙이 바로 제 컨셉 사진 촬영 비법입니다. 하하. 솔직히 촬영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늘 실물보다 훨씬 훌륭하게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주위의 인정을 받은 사진이 하나 있어요. 바로 <광염 소나타> 때 찍은 사진이죠. 당시 작품보다 사진을 더 좋아해 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종범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컨셉 사진으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준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사의 찬미>라 할 수 있죠. 처음으로 안경을 착용하는 캐릭터 김우진을 만나게 해줬거든요. 남자 배우의 경우 헤어스타일 변화만으론 이미지 변신에 한계가 있는데, 이때 만난 안경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전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안 좋았던 터라 일찍 안경을 썼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을 하면서 라섹 수술을 해 더는 안경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김우진으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된 안경은 제게 제2의 얼굴을 만들어준 소중한 녀석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고흐 2015
먼 훗날 판권을 사고 싶은 작품이 몇 개 있는데, <빈센트 반 고흐>는 그중 하나일 정도로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2015년 어느 봄날 컨셉 사진 촬영을 하게 됐죠. 제 기억으론 촬영은 분명히 빨리 끝났는데, 표정이 좋았던 사진이 이 컷 한 장뿐이었어요. 근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캐릭터에 접근하지 못한 채 찍은 티가 많이 나네요. 살도 많이 찐 상태인 것 같고….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파리넬리> 리카르도 2016
제 더블 캐스트였던, 그리고 친구이기도 한 이준혁 배우가 출연한 초연을 보고 나서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사의 찬미>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김)은영 누나가 쓴 작품이라 더더욱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작정 오디션에 지원해 운 좋게 재연에 함께하게 됐죠. 사진 촬영 당시 제 옷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준혁 형의 옷을 입고 찍었는데, 솔직히 코트가 좀 작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리틀잭> 잭 2016
HJ컬쳐가 저한테 처음으로 출연 제의를 했던 작품이 <리틀잭>이에요. <파리넬리>를 연습하고 있을 때 HJ컬쳐의 이사님이 다미로 형이 작곡한 ‘My Girl’을 들려주셨죠. 너무나 친한 정민 배우와 유승현 배우가 출연하게 될 거란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하겠다고 한 기억이 나요. 프로필 사진을 찍던 날, 날씨가 정말 좋았어요. 당시 즐겨 부르던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를 기타로 치면서 즐겁게 촬영에 임했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2017
처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대본을 읽었을 때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프로필 사진 촬영 당일엔 맘껏 슬퍼하지 못했고, 맘껏 웃지도 못했죠. 제 생각에 이 작품은 절제의 정서가 중요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작품에 흐르는 먹먹한 느낌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죠. 이 글을 쓰는 지금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어요. 프로필 사진을 찍던 날에도 소낙비가 내렸는데…. 그때 기억이 생생하네요.




<스모크> 초 2018
애초의 촬영 순서는 제가 임병근 배우 다음이었는데, 병근의 의상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서 제가 먼저 찍고 먼저 집에 갔어요. 병근아, 미안. 하하. 근데 이 사진, 저는 마음에 드는데 주위에서 많이 놀리더라고요. 눈썹 때문에 ‘까똑’의 라이언이 생각난다면서….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사진은 이미 공개되었다는 것…. <스모크>는 벌써 세 번째 만나는 거라 책임감이 너무 가득해져서 부담스럽기까지 해요. 더욱 많은 관객분들을 설득하고 싶은, 참 가슴 아픈 작품인데, 많이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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