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순도 백 퍼센트의 즉흥쇼
십 대 소녀 민소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막장 뮤지컬 <바람직한 고아원>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진 19세 민소희. 비록 지금은 고아원에서 밭만 갈고 있지만 그에게는 해적왕이라는 원대한 꿈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 수녀에게 특별 제조한 소맥을 원샷하면 해적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마당놀이 스타일의 뮤지컬 <전업주부전>은 프로 레슬러를 꿈꾸는 45세 씨름 심판 이추학이 주인공인데, 타고난 간지러움증과 땀 알레르기 증세 때문에 꿈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사연을 그린다. 참고로, 마당놀이 장르인 이 작품의 공간 배경은 런던의 씨름장이다. 대구가 배경인 신화 뮤지컬 <구리스 대구 신화>는 동네 바보 형으로 살아가는 단군의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단군에게 숨겨진 사연이 있으니 바로 겉보기엔 젊은 청년인 그가 알고 보면 인간 세계에 내려온 제우스의 아들 단군이라는 사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 세 작품은 어디서 소개된 작품일까? 힌트는 개별 작품을 줄줄이 소개하는 뮤지컬 페스티벌을 떠올리고 있다면, 절대 답을 맞힐 수 없다는 것. 정답은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니까. 2017년 뮤지컬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일명 ‘오첨뮤’는 제목 그대로 매회 다른 이야기를 그날 즉석에서 만들어가는 순수 즉흥극이다. 새로운 작품 연습을 위해 연습실에 모인 연출과 배우들이 당장 내일 공연을 올려야 하는 위기에 처하자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다는 게 작품의 컨셉. 공연 장르부터 작품 제목, 시간적 배경, 주인공의 성격까지, 공연의 핵심 키워드를 관객들이 현장에서 정하는데, 심지어 명대사도 관객들이 직접 지정해 준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내 인생 어디로 갔을꺼나!’,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등이 지난 시즌에서 탄생한 명대사들. 지난해 초연 당시 대사는 물론 노래 가사까지 즉석에서 만든다는 파격적인 형식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 좌충우돌하며 공연을 완성해 간다는 의의와 더불어 기존의 인기 뮤지컬을 즉흥 패러디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오첨뮤’에서만 즐길 수 있는 관극 특전이다.
두 번째 시즌에 출사표를 던진 배우들은 모두 여덟 명으로, 초연 멤버인 이영미, 홍우진, 이정수, 정다희와 새로운 얼굴 한세라, 소정화, 안창용, 박은미가 그들이다. 무대 위에서 공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연출 역은 김태형, 이안나, 장우성이 번갈아 맡을 예정.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빠르게 재공연이 성사된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영국의 대표 즉흥 뮤지컬 <쇼스타퍼> 공연 팀을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할 정도로 전 스태프와 배우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제작사 측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워크숍 진행을 맡았던 <쇼스타퍼> 배우 앤드루 퍽슬리와 수잔 해리슨이 한국 배우들의 높은 집중력과 열린 자세에 감탄했다는 후문. 오는 7월 개막할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 약 한 달 동안 어떤 기발한 레퍼토리들을 탄생시킬지 주목해 보자.
7월 6일~8월 19일
대학로 TOM(티오엠) 2관
02-541-2929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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