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별 컨셉 사진으로 돌아보는 배우의 변신, 고훈정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촬영 전날부터 식단을 조절하고, 당일에도 일찍 일어나 운동이나 사우나로 땀을 빼고 촬영장에 가죠.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면 사진작가님 말씀을 잘 듣는 게 사진이 잘 나오는 최고의 비법입니다! 항상 쉽지 않은 촬영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건 야외 촬영이에요. 자연광을 이용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이 제한적이거든요. 그만큼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하지만 이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지면 두 배로 멋진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팬레터>와 <어쩌면 해피엔딩>의 컨셉 사진처럼요. 가장 최근에 찍은 <록키호러쇼> 컨셉 사진은 컨셉도 결과물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보통 사진 속 자기 모습에 만족하기 어려운 법인데, 이번 사진은 보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자랑스러워요!”
<더맨인더홀> 늑대 2016
일반적인 프로필 사진이 아닌 컨셉 사진을 처음 찍어본 게 이때입니다. 촬영 컨셉은 늑대. 늑대는 극 중 하루라는 인물의 또 다른 자아이기 때문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강조했어요. 컬러 렌즈를 끼고 야성미 넘치는 메이크업을 했죠. 이때 캐릭터 이미지에 꼭 맞는 컬러를 찾기 위해 무려 20종 이상의 렌즈를 착용해 봤습니다. 다행히 결과물이 잘 나와 뿌듯했어요. 비록 눈이 엄청 충혈되어 안약을 들이붓긴 했지만요.
<팬레터> 이윤 2016
경성 문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팬레터>의 컨셉 사진은 만해 한용운의 거처였던 심우장에서 찍었습니다. 그런데 촬영 당일 날씨가 정말 더웠어요. 영상 35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 저흰 정장을 입고 서 있었죠. 지금이 그 옛날 가을이라고 생각하며. 사진 속 여유롭고 인자해 보이는 표정은 사실 더위에 지치고 땀에 젖어 제 자신을 반쯤 내려놓은 상태에서 찍힌 것입니다. 내려놓음의 미학을 알게 해준 촬영이었습니다.
<더 데빌> X-White 2017
이날 촬영은 실내에서 진행되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X-White의 선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속 저의 모습은 선함을 표현했다기보다 선함을 어찌 표현하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에 가까울지도….
<비스티> 알렉스 2017
고급 호스트바가 배경인 <비스티>는 실제로 아주 근사한 라운지 펍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촬영장에 들어서는 순간, 무대 위 ‘클럽 개츠비’와는 사뭇 다른 위용에 솔직히 기가 죽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가 서는 무대가 이렇게 화려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러려면 제작비가 엄청 많이 들겠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촬영입니다. 아, 물론 저는 저희 공연의 무대를 사랑합니다!
<록키호러쇼> 리프라프 2018
이번 <록키호러쇼>는 촬영 컨셉이 멋진 만큼 정말 잘 찍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촬영 당시 제가 심취해 있던 <헤드윅> 뮤지컬 넘버를 틀어달라고 부탁드렸죠. 이 사진을 찍을 때쯤 ‘Angry Inch’가 흘러나왔는데 감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신나는 리듬 안에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는 게 리프라프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는 촬영이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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