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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PIRATION] <어린 왕자> 다미로 작곡가의 영감창고 [No.180]

글 |다미로 작곡가·음악감독 정리 | 안세영 2018-09-18 4,633

 

<어린 왕자> 다미로 작곡가의 영감창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백과사전』

 

‘어린 시절의 감동은 인생의 유일한 진실이다.’ 생텍쥐페리가 남긴 말이다. 그의 소설 『어린 왕자』를 읽는 것은 결코 고갈되지 않을 풍요롭고 멋진 신세계의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과 같다.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았는데, 이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백과사전』이라는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작업하는 성재현 작가의 추천으로 알게 된 이 책은 무려 286쪽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한다. 생텍쥐페리의 일대기부터 그의 주변 환경, 소설의 탄생 배경까지 『어린 왕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생텍쥐페리가 쓴 수많은 쪽지의 사진이 작곡에 영감을 주었다.


 

카페 ‘여우가 말했다’

 

2013년 겨울, 눈이 펑펑 오던 날 우연히 방문하게 된 경기도 안성의 카페 ‘여우가 말했다’. 『어린 왕자』에 푹 빠진 화가 이경희 씨가 작업실 겸용으로 연 카페인데, 건물 외벽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온통 『어린 왕자』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 따듯한 벽난로 앞에 앉아 소설 속 장미꽃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내가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에 와 있는 듯했다. 그날의 공기와 느낌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0년 넘게 써온 방명록이다. 정말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오래전 누군가와 함께 방문했지만 이제는 혼자 방문하게 된 한 남자가 남긴 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었어. 하늘나라에서도 나 잘 지켜보고 있지?’



 

애니메이션 <어린 왕자>

 

2015년 개봉한 마크 오스본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 왕자>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오락적 요소와 화려한 화면 기법을 활용해 원작을 멋지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거장 작곡가 한스 짐머의 드라마틱하고 판타스틱한 음악이다. 주로 선이 굵고 강렬한 음악을 작곡해 온 한스 짐머이지만 여기서는 서정적이고 동화 같은 선율을 들려준다. 이 영화의 음악은 뮤지컬 <어린 왕자>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드뷔시 ‘3개의 야상곡’

 

대본을 처음 읽을 때 음악을 틀어놓고 읽는 편인데, <어린 왕자>에는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드뷔시의 야상곡이 가장 어울렸다. 세 악장 모두 위대하지만 특히 1악장 ‘구름’은 생텍쥐페리가 비행기를 타고 구름을 내려다보는 장면과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Arcadia Winds」

 

요즘 내가 가장 빠져 있는 음반이다. 목관 악기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한 장의 앨범으로 알게 되었다. 목관 악기는 입술로 불어내어 표현하기 때문에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매우 섬세하다. 어린 왕자의 심리적 변화와 생텍쥐페리가 잃어버린 자신의 동심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장 적합한 악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낭독 공연에는 목관 악기가 사용되지 않지만 추후 최종 편곡에는 목관 악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0호 2018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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