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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랭보> 손승원·윤소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우리 [No.181]

글 |박보라 사진 |황혜정 2018-10-24 8,590

<랭보> 손승원·윤소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우리


 

 

오는 10월 창작뮤지컬 <랭보>가 첫선을 보인다. 작품은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와 베를렌느, 그리고 이들의 삶을 지켜본 들라에가 각자의 방식으로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릴 예정. 여기 랭보의 고뇌와 갈등을 치열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전할 두 배우가 있다. 연극 <알앤제이>에 이어 <랭보>에서 합을 맞출 ‘절친’ 손승원과 윤소호가 써 내려갈 천재적인 운율을 들어보자.

 

 

아름다운 고뇌와 갈등 속에서

프랑스 시인 랭보의 삶을 다룬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손승원_ 개인적으로 <팬레터>에 애정이 많아요. 이번 <랭보>는 <팬레터>의 라이브가 제작에 참여했는데,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대본을 읽자마자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민찬홍 작곡가님, 성종완 연출님과 더불어 참여하는 스태프를 보고 깜짝 놀랐고, 함께하는 배우들도 좋았죠. 무엇보다 소호가 있는 거예요! 소호의 이름을 듣자마자 단번에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죠. 특히 <랭보>는 <팬레터>처럼 시인의 이야기잖아요. <팬레터>에서는 작가 지망생이었던 세훈으로 출연했지만, <랭보>에서는 진짜 시인으로 등장해요. 또 랭보를 다룬 영화 <토탈 이클립스>를 정말 재미있게 봐서 직접 랭보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윤소호_ 저도 승원 형과 비슷해요. 덧붙이자면 <스모크>에서 시인 이상의 한 자아를 맡아 무대에 오른 적이 있거든요. 작가를 연기해 보니, 다른 모습의 작가 캐릭터에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랭보는 프랑스 작가잖아요. 한국 작가가 아닌 외국 작가를 맡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랭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더라고요. 작품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나요? 

손승원_ 솔직하게 말하면 어제 첫 연습을 시작했어요. (웃음) 우선 음악을 연습하는 중이라  대본을 깊게 분석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죠. 그래서 지금 인터뷰에서 깊고 넓게 <랭보>를 말하기엔 조금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그래도 매력을 꼽자면, <랭보>의 음악이요! 랭보의 문학적 표현이 시적 운율로 드러나는데, 여기에 음악이 더해지니 정말 아름다워요. 또 작품에 랭보, 베를렌느, 들라에 이렇게 세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도 특별해요. 

윤소호_ 저도요! 노래가 정말 좋아요. 그리고 외국어로 된 시를 한국어로 번역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랭보의 시가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로 펼쳐져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죠. 또 랭보는 상당히 자유로운 시인이에요. 베를렌느나 들라에도 각각 성격이 정말 다르거든요. 이런 세 인물의 다른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랭보> 외에도 많은 천재적인 작가의 삶이 뮤지컬로 탄생했어요. 다른 작품과 달리 <랭보>만의 특징이 있나요?

윤소호_ 맞아요, 많은 뮤지컬 팬들이 천재적인 작가를 다룬 작품을 떠올릴 것 같아요. 이상이나 윤동주처럼요. <스모크>에서 다뤘던 이상과 랭보를 비교해 보자면, 일단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어요. 이상은 일제강점기라는 힘든 시기에 자신의 말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억압받았죠. 반대로 랭보는 이상과 비교하면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했어요. 심지어는 시를 그만 쓰겠다고 절필을 선언하는 시기도 있었죠. <랭보>에서는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이 나오는데, 죽기 전까지 자기가 하고 싶어 했던 걸 시도했던 자유로움이 특별하게 그려질 거예요.
 

타임워프가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손승원_무대에서는 랭보의 17세부터 37세의 모습이 그려져요. 현재와 미래, 혹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보실 수 있죠. 물론 아직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고민하고 있어요.  

윤소호_ 첫 장면은 랭보가 죽은 후에 그의 친구 들라에가 베를렌느와 만나는 거예요. 들라에는 베를렌느에게 랭보가 써놨던 시를 출간해 달라고 하죠. 이후 17세였던 랭보의 삶이 펼쳐져요. 과거와 현재를 점프하는 부분은 크지 않아요. 작품은 주로 랭보가 혼자 있거나 죽기 전까지의 모습을 그리죠. 이 사이에 베를렌느와 들라에의 이야기가 있고요. 사실 베를렌느가 랭보에게 총을 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이 함께 지낸 시간은 고작 2~3년 정도에요. 실제로 베를렌느는 랭보에게 총을 쏘고 감옥에 들어가거든요. 출소하고 그가 다시 랭보를 찾아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저희 작품 <랭보>에서는 그렇게 총을 쏘고 헤어진 게 두 사람 이야기의 끝이에요. 
 

천재 시인인 랭보의 고뇌와 갈등을 아름답게 그린다고 하는데,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윤소호_ 아름답게 만들어 보여주는 게 사실 우리의 목적이죠. 대본 리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느낀 <랭보>의 주제는 ‘당신의 길을 가라’에요. 물론 베를렌느를 향한 랭보의 사랑을 빼놓을 수 없지만요. 자신의 길을 가는 랭보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 작품의 목표죠. 랭보가 시를 쓰기 시작한 이유, 시를 그만 쓰게 된 이유, 그가 죽기 전까지 떠나고 싶어 한 이유 같은 거요. 랭보는 사랑과 삶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무기로 시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걸 시로 보여주려고 한다는 거죠. 이런 표현들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어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랭보는 베를렌느와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나눈 것으로도 유명하죠. 

손승원_ 랭보와 베를렌느는 예술성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싹 튼 사랑을 했어요. 두 사람 관계의 핵심은 서로의 시에 반해 서로에게 더 빠져들고 존경하게 된다는 거죠. 이런 섬세한 부분을 잘 연기하는 게 저희의 몫이에요. 만약 <랭보>를 본 관객들이 랭보와 베를렌느를 단순히 연인관계라 느낀다면 저희는 실패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더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랭보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두 사람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잖아요. 같은 예술가로서 동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나요?

윤소호_ 랭보가 시를 창작하면서 몰두하는 모습이, 우리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하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창작 과정에서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 고뇌하는 모습은 예술가라면 다 비슷할 거예요.

손승원_ 시인은 글로 감정을 표현하고, 배우는 연기로 감정을 표현하죠. 랭보는 표현이 상당히 창조적이면서도 4차원인 천재라 불리잖아요. 또 뛰어난 배우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 수 있지?’ 싶은 연기를 보여주죠. 개인적으로는 동질감보다는 그런 랭보의 천재성을 닮고 싶더라고요. 

 


 

다시 만난 우리의 무대   

2013년 <트레이스 유> 이후 연극 <알앤제이>를 통해 오랜만에 같이 작품을 한 소감은 어때요?

손승원_ 소호가 2011년 <쓰릴 미>로 데뷔할 때 같이 무대에 섰어요. 이후 <트레이스 유>에서는 같은 역할이라 실제 무대에서 만난 적은 없었고요. 그래서 무대에서 눈을 마주치면서 연기한 것은 정확히 8년 만이에요. 이제 고백하자면 <알앤제이>에서는 줄리엣/학생2 역할을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소호도 같은 역이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는 로미오/학생1을 하면 안 되냐고 졸랐죠. 소호랑 같이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진짜로! 이건 제작사에 물어보면 알 거야. (웃음) 어렵게 다시 소호와 만났는데 솔직히 말하면 뿌듯했어요. 그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잘 성장해서 만난 거잖아요. 지하철을 같이 타고 다니면서 이어폰 한 짝씩 나누어 꼈던 시절을 거쳤는데! 

윤소호_ 맞아요, 그때 지하철 타고 형 집에 가서 연습하고 그랬죠. 그때는 정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무조건 ‘열심히, 열심히’이 마음만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상대 배우로 현장에서 부딪쳐보니 어땠어요? 

윤소호_ 오랜만에 승원 형과 작품을 하는데, ‘<쓰릴 미> 때와 별로 다른 게 없네. 그대로야’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잖아요. 부담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아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손승원_ 그런데 소호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적으로 변한 부분이 없어요, 진짜. 배우 활동을 하면서 학교 생활에 충실하기 쉽지 않은데, 둘 다 소홀히 하지 않았죠. 

윤소호_ 일단 제가 8년 동안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때 다니는 학교를 지금까지 다니고 있어서 제 일상이 늘 똑같기 때문이에요. (일동 폭소) (맞아요, 학교 때문에 올해 공연한 <스모크>의 프레스콜에 불참했잖아요.) 시험 때문이었어요. <알앤제이>에서 형이랑 ‘우리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어요. 승원 형은 그때보다 더 멋있어졌어요. 예전 쉬는 시간에는 ‘우리 어떻게 공연하지? 우리 첫 공연 무사히 올릴 수 있을까? 가사 틀리지 않을까?’ 이랬다면, 지금은 대화의 질이 올라갔어요. ‘여기서 이렇게 하면 어때?’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랭보>에서는 같은 역할이라 함께 무대에 서지 못하잖아요.

윤소호_ 아, 맞다. 저 그 이야기 들었어요! 승원 형이 저랑 공연을 하고 싶어서 베를렌느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승원 형이 베를렌느를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대요. (웃음) 제작사에 진짜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손승원_ 저 정말 ‘베를렌느 하면 안 될까요?’라고 했거든요. 안 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소호에게는 ‘나 그럼 들라에 할까?’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윤소호_ 들라에도 물론 잘 어울리는데, 형은 이미지가 랭보 쪽에 더 잘 어울리니까. 그냥 랭보가 제일 맞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해 줬죠. 
 

대학로에서 정말 주목받고 있는 20대 뮤지컬 배우잖아요. 이런 평가를 받을 때마다 어때요? 

윤소호_ 정말 그런가요? 20대 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손승원_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요.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오래도록 살아남는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인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일매일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죠. 무엇보다 소호와 8년 만에 함께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궁금했어요. 소호는 과연 변했을까, 안 변했을까. 그런데 소호가 정말 과거 기억 속 모습과 똑같았죠. 

윤소호_ 아, 형, 누나들이 이 인터뷰를 보면 웃겠다. 너네 정말 뻔뻔하게 자화자찬한다고! (일동 폭소) 근데 지금 제가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이 연습하는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어요. 공연하면서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잖아요. 그럼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생각해요. 정말 거짓말처럼 자동 파워업! 사실 우리가 언제까지 공연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적어도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해요. 형도, 저도 여전히 연기와 노래 레슨을 받고, 연습에 매달리는 이유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10년 안에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만 알려주세요.

손승원_ 10년 후에도 계속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이루고 싶은 꿈 아닐까요?  

윤소호_ 10년 후면 서른여덟이잖아요! 10년 뒤에도 오늘처럼 ‘30대를 이끌어가는 배우’로 똑같은 장소에서 인터뷰하는 날이 오면 참 좋겠어요. 그렇게 되려면 어디서건 연기를 하고 있어야겠죠? 10년 후에도 <더뮤지컬>과 인터뷰할 수 있는 날을 위해서!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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