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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쿠자> 기술감독·의상감독, 환상의 세계를 지키는 파수꾼 [No.182]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8-11-14 4,903

<쿠자> 기술감독·의상감독, 환상의 세계를 지키는 파수꾼

 

서커스의 기원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태양의 서커스’의 15번째 작품 <쿠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곡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위험천만한 묘기를 뒷받침하는 건 노련한 기술과 편안한 의상! 지난 8월 중국 창사에서 <쿠자>의 기술감독과 의상감독을 만나 이들이 환상의 세계를 아름답고 안전하게 지키는 방식을 알아보았다.

 

 

기술감독, 크리스티나 헨리(Kristina Henry)
 


 

기술감독으로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기본적으로 빅탑 안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내 책임 아래 있다. 기술감독으로서 나는 22명의 팀원을 이끌고 음향, 조명, 자동 기계 장치, 소품, 세트, 의상 등 다양한 부서의 일을 총괄한다. 도시를 옮겨 다니며 이 모든 걸 만들어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철거하는 게 우리 일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바로 아티스트의 안전이다. 매주 전체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몇몇 장비는 매일 점검한다. 장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당 장비를 사용한 곡예는 그날 공연에서 제외시킨다. 
 

공연을 위한 기술적 세팅을 마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빅탑을 세우고 아티스트를 맞을 준비를 마치기까지 하루 열두 시간씩 5일 정도가 걸린다. 그런 다음 아티스트가 와서 직접 장비를 점검한다. 공중 곡예에 필요한 끈이 알맞은 위치에 있는지, 줄타기에 필요한 줄이 알맞게 팽팽한지 등을 확인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전체 액트를 리허설하며 확인한다. 이렇게 공연을 올릴 준비를 마치기까지 총 7일 정도가 걸린다. 빅탑을 철수하는 데에도 이틀 이상이 소요된다. 

높이 20미터, 지름 51미터의 빅탑은 불이 나도 타지 않는 특수 비닐로 만들어진다.


‘바타클랑(Bataclan)’이라고 불리는 12미터 높이의 움직이는 타워가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바타클랑은 어떻게 작동하나?

바타클랑은 모든 악기와 연주자가 올라가는 곳인 만큼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2층 집과 같은 구조로 제작되었다. 공연에서는 지붕 꼭대기까지 사용하므로 사실상 3층짜리 구조물이다. 바타클랑은 오토메이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백스테이지에서 기술자가 조이스틱을 이용해 컨트롤한다. 다만 커튼은 바타클랑 안에 숨은 기술자가 수동으로 열고 닫는다. 
 

배우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는 무대 바닥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 

사실 무대 밑에는 높이 1미터 정도의 공간밖에 없다. 아티스트와 기술자는 바퀴 달린 수레에 몸을 싣고 무대 밑을 굴러다닌다. 맨홀 아래는 아티스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기술자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기술자가 맨홀 뚜껑을 열어주면 아티스트가 무대 위로 튀어 나간다.
 

트릭스터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깜짝 상자 안에는 어떤 장치가 숨어 있나?

상자 안에는 수압식 장치가 있다. 8개의 가로대가 수압을 이용해 트릭스터를 공중으로 쏘아 올린다. 이 장치 역시 기술자가 컨트롤하는데, 발사하기 전에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이 있다. 먼저 아티스트가 창을 두드려 기술자에게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기술자도 창을 두드려 아티스트에게 신호를 확인했음을 전한다. 그 후 기술자가 무대감독에게 준비가 되었다고 알리면 발사가 이루어진다. 
 

거대한 ‘죽음의 바퀴’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나?

바퀴를 움직이는 건 온전히 아티스트의 몫이다. 바퀴 중앙에 아주 큰 베어링(축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계 요소)이 있긴 하지만, 실제 바퀴를 회전시키는 것은 아티스트다. 공연을 보면 바퀴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멈춰서기도 하는데, 모두 아티스트가 움직임을 통제한다. 바로 이 점이 곡예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다. 


공연 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죽음의 바퀴. 

 

모든 곡예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곡예를 꼽는다면?

가장 까다로운 곡예는 줄타기와 죽음의 바퀴다. 줄타기용 줄은 무대 위 25피트(7.6미터) 상공에 설치된다. 이때 아티스트가 안전하고 멋진 줄타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팽팽한 줄을 구현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는 줄을 팽팽하게 당기기 위해 3톤짜리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죽음의 바퀴 장면에는 1,600파운드(730kg)의 무겁고 거대한 바퀴 장비가 사용된다. 두 명의 아티스트가 그 안에 들어가 묘기를 선보이는데, 이 장비 역시 공중에 팽팽하게 고정되도록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지붕에 달린 모터와 무대에 연결된 줄을 이용해 아티스트가 안전하게 바퀴를 돌릴 수 있도록 고정해야 한다. 두 액트 모두 아티스트가 느끼기에 장비가 조금이라도 느슨하다면 공연이 불가능하다. 액트의 가능 여부가 1mm 차이로 결정된다.

 

 

의상감독, 알렉스 서리지 (Alex Surridge)

 


 

<쿠자>의 의상은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졌나?

<쿠자>의 핵심은 태양의 서커스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 즉 공연의 마법을 지속하는 것이다. <쿠자>는 우리를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공연이다. 의상 또한 이러한 컨셉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의상디자이너 마리 찬텔 밸랑쿠르는 만화, 동화, SF 영화, 클림트의 그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특히 붉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호화로운 색채는 인도와 동양 문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 의상은 자체적인 제작 시스템을 거쳐 완성된다고 들었다. 

모든 태양의 서커스 공연 의상은 몬트리올에 있는 거대한 의상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다. 3층짜리 건물 하나가 오로지 의상 제작을 위해 쓰이고 있다. 그곳에는 염색업자, 재단사, 재봉사, 구두·모자·가발·소품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 아티스트가 몬트리올에 도착하면 우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3D 스캔을 받는다. 약 1시간 동안 신체 치수를 재서 마치 장갑을 끼듯 mm 단위까지 몸에 꼭 맞는 의상을 만든다. 의상이 아티스트의 곡예를 조금도 방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의상 관리와 수선이 이뤄지는 의상실. <쿠자>에는 약 175벌의 의상과 160개의 모자가 등장한다. 모든 가발, 신발, 소도구를 포함하면 무려 1,080여 개의 아이템이 존재한다. 

 

분장은 아티스트가 직접 해야 한다던데?

몬트리올에는 대규모 분장 팀도 일하고 있다. 아티스트는 몬트리올의 분장 팀을 3번 만나 분장하는 법을 보고 배운다. 분장 기술이 전무한 채 태양의 서커스에 들어온 아티스트라도 그들과 만난 뒤에는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분장을 잘할 수 있게 된다.
 

편안하고 안전한 의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점에 신경을 쓰나?

아름다움과 편리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신체의 극한 유연성을 보여주는 컨토셔니스트 소녀들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옷을 입는다. 이 의상은 가장 ‘쿠자다운’ 색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석 장식은 전부 휘어질 수 있고, 금속처럼 보이는 체인 역시 신축성이 있다. 몸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 또한 다리 부분에 달린 작은 실리콘 구슬들은 균형을 잡거나 몸을 지탱할 때 다리와 손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객석에 앉은 관객들에게는 그저 아름다운 의상으로 보일 뿐이다. 


컨토셔니스트와 트릭스터의 의상.?

 

트릭스터와 이노센트의 옷이 순식간에 바뀌는 퀵체인지 비법은 무엇인가?

공연 첫머리에 등장하는 두 벌의 전환 의상은 언제 바뀌었는지도 모를 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벗겨진다. 낚싯줄과 벨크로를 이용한 간단한 원리인데, 여러분의 환상을 지켜드리기 위해 자세한 건 말하지 않겠다. 공연장에 와서 두 눈으로 확인해 보시길.
 

공연 시작과 끝에 트릭스터와 이노센트는 같은 색상의 옷을 입는다. 여기에 숨겨진 의미가 있나?

이 작품은 이노센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상상의 세계를 담고 있다. 그 세계에서 트릭스터는 이노센트의 당당한 면을 나타낸다. 이노센트가 트릭스터와 비슷한 파란색과 흰색의 줄무늬 의상을 입는 것은 트릭스터처럼 되고 싶어 하는 이노센트의 마음이 투영된 결과다.
 

매드독의 의상은 귀가 움직이고 오줌 줄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어떻게 만들어졌나?

매드독의 배 안에는 2개의 전자 장치가 있고, 손에는 2개의 버튼이 있다. 하나는 물병과 연결되어 있어 수조 펌프처럼 버튼을 누르면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나머지 하나는 머리 뒤의 솔레노이드(도선을 원통형으로 감아 만든 기기)와 연결되어 있어 버튼을 누르면 귀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 밖에 디자인이나 제작 방식이 독특한 의상을 소개해 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컨토셔니스트와 트릭스터의 의상이다. 이 의상들은 승화전사 기술로 제작되었다. 스크린 인쇄와 달리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도안을 천에 직접 전사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신축성 있는 직물로 의상을 만들 수 있고, 옷이 오래가며, 색깔이 번질 일도 없다. 또 3D 프린트를 이용하면 천으로도 니트 질감을 만들어낼 수 있어, 최근 태양의 서커스에서는 이 승화전사 기술을 애용하고 있다. 트릭스터의 의상은 배우가 입었을 때 줄무늬가 발밑까지 끊어지지 않고 나선형을 그리며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셔츠, 재킷, 바지, 신발 모두 같은 줄무늬로 이어져 있다. 참 기발하고 아름다운 의상이다. 이런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게 바로 태양의 서커스의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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