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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국립국악원 <꼭두>, 경계를 넘나들며 경계를 지우는 공연 [No.182]

글 |김주연 공연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국립국악원 2018-11-27 3,908

국립국악원 <꼭두> , 경계를 넘나들며 경계를 지우는 공연 



‘꼭두’는 전통적인 상여에 장식된 나무 조각으로, 주로 인물이나 동물, 혹은 식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상여를 따라 망자와 함께 묘지까지 동행하는 꼭두는 세상을 떠나가는 망자의 마지막 길동무이자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함께 넘는 영혼의 동반자 같은 존재이다. 또한 매장 후에는 망자가 또 다른 세계인 저승길을 헤매지 않도록 길 안내를 해주고,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동행해 주는 고마운 수호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승과 저승, 현세와 내세를 오가며 망자를 지켜주고 떠나보내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꼭두는 그 자체로 삶과 죽음,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들며 두 세계의 경계를 지우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야기 
국립국악원의 <꼭두>는 바로 이렇듯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인 꼭두를 소재이자 주제로 내세우고 있는 작품이다.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수민과 동민 남매는 오래된 물건을 가져오면 강아지를 주겠다는 골동품 장수의 말에 할머니의 꽃신을 몰래 챙겨 나온다. 강아지를 안고 돌아오던 길에 할머니를 싣고 가는 구급차와 마주친 남매는 할머니가 쓰러지면서 꽃신을 애타게 찾았다는 말을 듣고서 다시 꽃신을 찾으러 골동품 가게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꼭두를 발견한 순간, 아득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할머니의 꽃신을 찾아 4명의 꼭두와 함께 떠나는 어린 남매의 긴 여정을 담은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진행돼, 형식적으로도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펼쳐진다. 영상과 공연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활용해 스크린과 무대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꼭두>의 이야기 방식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가 동시에 공존하는 초시간적 배경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꼭두의 특징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은 스크린 한 장 차이 
<가족의 탄생>과 <만추>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김태용이 쓰고 연출한 <꼭두>에는 영화와 공연이 공존한다. 극 중 영화는 실제 수민과 동민 남매의 현실 이야기를 담아내고, 무대는 이들 남매가 꼭두와 함께 하는 판타지적 공간을 그려낸다. 전라남도 진도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스크린 영상은 섬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비롯해 진도 시장 및 고물상, 할머니의 병실 등 구체적인 현실 공간을 통해 이야기의 사실감과 극적 몰입도를 높여준다. 한편, 영상 속에서 환상의 세계에 빠진 수민 남매는 곧장 무대 위에 등장해 4명의 꼭두와 함께 저승길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스크린과 무대는 각기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을 대변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스크린 속 할머니의 부름에 무대 위 수민 남매가 답하고 뛰어가서 스크린 속 할머니와 만나는 장면을 통해 관객은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다음 장면에서 어린 남매는 할머니의 상여 앞에서 울고 있는 엄마를 위로하며 상여에 붙어 있는 꼭두에 편지를 묶어 전달하는데, 이는 삶과 죽음이 결국은 종이 한 장, 아니 스크린 한 장 차이일 뿐이며 이곳 현실 세계와 꼭두의 세계가 결국 연결되어 있음을 은유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국악과 무용, 연극과 영화의 만남  
현실적인 세계를 대변하는 영상과 달리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꼭두의 판타지 공간은 상모돌리기와 버나 연희, 부채춤과 장고춤으로 표현하는 서천꽃밭, 칼춤으로 그려내는 흑암지옥의 풍경, 강강술래 등 다채로운 연희, 음악, 춤을 통해 국악의 흥과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전통 국악곡을 활용해 주제곡과 주선율을 구성한 <꼭두>의 음악은 <라디오스타>, <사도>, <신과 함께> 등의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는 방준석 음악감독이 맡았으며, 여기에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 그리고 국립국악원 무용단원들이 더해져 우아하고 품격 있는 국악 연주와 전통춤을 선보인다. 
한편 시종꼭두, 길잡이꼭두, 광대꼭두와 무사꼭두에는 영화배우 조희봉, 연극배우 심재현, 그리고 국립국악원 무용단 소속 무용수 이하경과 박상주가 출연한다. 각각 시중들기, 길 안내, 흥 돋우기, 호위하기 등 전통적인 꼭두의 4가지 기능을 수행하며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영화 <부산행>과 <군함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아역 배우 김수안이 누나 수민 역으로 분해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한다.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다시 무대로
지난해 초연 당시, 국악과 영화의 색다른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국립국악원의 <꼭두>는 실제 관객 동원에도 8회 공연의 전 석 매진을 비롯해 전체 객석 점유율 90%, 유료 관객 72%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올린 바 있고, 올해 10월에는 영화 버전의 <꼭두 이야기>가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소개되어 영화제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 지난 10월 5일, 부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최초로 상영된 영화 <꼭두 이야기>는 작품 속 모든 음악을 녹음된 사운드가 아니라 국립국악원 연주자들의 실제 라이브 연주로 진행해, 다시 한번 영화와 공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을 선보였다. 오리지널 <꼭두>가 공연 안에 영화를 품었다면, 영화 <꼭두 이야기>는 스크린 안팎으로 공연이 펼쳐졌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를 가능하게 했다. 

초연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호평과 뜨거운 반응을 바탕으로 국립국악원은 오는 11월 16일부터 2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꼭두>의 재공연 무대를 마련했다. 영화를 무대 위로 가져와 펼쳐졌던 공연 <꼭두>가 스크린으로 옮겨가 영화 <꼭두 이야기>로 탈바꿈하고, 다시 무대 위 공연으로 돌아오게 된 <꼭두>의 여정은 그 자체로 무대와 스크린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작품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또한 이는 결국 이승과 저승,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 세계의 경계를 지우는 ‘꼭두’의 본질적 특징과도 이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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