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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페이스 오프> 백민정·백주희·최성원·김도현 [No.101]

글 |정세원 사진 |배임석 장소협찬 | 205°C (02-765-2050) 2012-02-13 6,181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뮤지컬 <페이스 오프>는 영화 <8인의 여인들>, 연극 <그 여자 사람잡네> 등 탄탄한 구성에 추리와 코미디가 섞인 독특한 작품 세계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로베르 또마의 <더블 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연극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통해 먼저 소개된 바 있는 이 작품은 라스베이거스 최대 재벌가의 유일한 상속녀 윤서가, 자신의 돈을 노리고 결혼한 후 도박과 유흥을 일삼는 폭력 남편 태준과 이혼하기 위해 그의 쌍둥이 동생 영준과 영준의 애인이자 가정부인 소영과 함께 꾸미는 달콤살벌한 사기극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제작사와 연출가에 의해 6년 만에 재탄생되는 <페이스 오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백민정, 백주희, 최성원, 김도현 등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들이다.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던 이들이 선보일 유쾌한 반전 드라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폭풍 같은 런 스루 연습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백민정, 백주희, 김도현과, ‘인터뷰를 앞두고 어제 저녁 식사까지 걸렀다’는 최성원과 함께 나눈 유쾌한 대화를 공개한다.

 

 

연습을 보니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 것 같아요. 무대에 나와 있지 않은 시간이 거의 없는 데다 후반 몸싸움은 꽤 거칠더라고요.
백주희 
각 배역에 트리플 캐스팅을 한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걱정되는 건 배우들이 힘든 만큼 관객들이 재밌게 볼 것인가 하는 거예요. 힘들어 보이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소극장 뮤지컬이라 더 신경 쓰이겠어요. <페이스 오프>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나요?
백민정  한 십 년 전쯤에 연극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모든 캐릭터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얼마나 놀랍던지. 아직도 장면 장면이 다 생각날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같은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라잖아요. 그래서 음악도 안 들어보고 바로 오케이를 했어요.

최성원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태준과 영준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요즘은 멀티 배역이 많아지긴 했지만, 1인2역의 남자 주인공은 누구나 한번쯤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긴 하지만 정말 재밌어요.


도현 씨는 이미 <천사의 발톱>과 <카페인>에서도 1인2역을 연기한 적 있는데요.
김도현 
그래서 민정이 누나한테 처음 연락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두 작품 외에도 변신 코드 연기를 꽤 많이 한 편이라 이번에는 피하고 싶었거든요. 근데도 하게 된 건, 이 작품이 여느 뮤지컬처럼 주조연이 나와서 자기 노래 부르고 퇴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배우들이 계속 무대 위에서 유기적으로 얽혀서 드라마를 이어가기 때문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맞물려가는 캐릭터들이라, 배우들이 어느 한 신도 자기 재주만 믿고 유지할 수가 없어요. 내 캐릭터를 상대 배우가 함께 만들어줘야 하는 작품인 거죠. 민정이 누나나 주희 누나 모두 같이 공연한 적이 있고 호흡을 많이 맞춰본 배우들이라 재밌을 것 같아요.
백민정  모든 공연이 다 그렇지만 <페이스 오프>는 배우들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실수를 해도 서로 커버해줄 수 있을 정도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최성원  요즘 작품들은 주조연, 앙상블 연습을 따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배우들끼리의 교류도 적어져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연습부터가 너무 재밌어요. ‘나 이렇게 할 테니까 너 이렇게 해 봐’ 하는 대화를 눈빛으로 나눌 정도라니까요.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배우들과 함께해서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성원
  불편한 것보다는 불만이 있죠. 이 작품이 원래 태준과 영준 역의 남자 배우와 윤서 역의 여자 배우 투톱 체제로 진행되는 공연이거든요. 그런데 주희 누나가 투입되면서부터는 백주희 원톱 체제로 가고 있어요.
백민정  원래 소영 역할이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 대사 사이에 계속 끼어들다보니까 어느새 비중이 비슷해져 있더라고요.
백주희  (당황하며) 아니 아니, 그건 아니잖아.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
김도현  그만큼 백주희 배우의 존재감이 크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대사를 너무 많이 늘려! <금발이 너무해> 할 때는 누나가 투톱 여주인공인 줄 알았다니까요.(웃음)  

 


언제부터인가 백주희 씨는 무대에서 주로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극에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으세요?
백주희
  아직은 재밌고 신나는 캐릭터가 좋아요.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물들이고, 저마다의 특성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즐거운 인생>이 어둡고 우울한 작품이었는데 정말 힘들었거든요.
김도현  전 ‘백주희 스타일’의 캐릭터가 좋아요. 배우들이 작품 선택할 때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근데 어떤 배우는 비슷한 캐릭터로 쭉 밀고 가잖아요. 대표 선수가 임기홍 형이고요. 비슷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극 속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누구보다 잘해내는 배우잖아요. 주희 누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변신을 잘하는 것만이 배우의 몫은 아닌 것 같아요. 성원이도 유쾌한 기운을 갖고 있는 배우인 것 같고요. 본인은 멋있고 멀쩡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웃음)
백주희  맞아요. 무대 위에서 아무리 우울하고 어두운 연기를 펼쳐도 유쾌한 빛이 나요.
최성원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지킬이나 장발장, 자베르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잖아요. 근데 제가 주목을 받았던 건 <알타보이즈>나 <이>처럼 여성성이 강한 역할을 맡았을 때였어요. 사실 그때는 비슷한 작품들이 계속 들어와서 정말 싫었거든요. 지금 후회되는 작품도 없지 않지만 그때는 변하고 싶었어요. 남자다운 역할로. 하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어떤 캐릭터든 도전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
백민정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고. 
최성원  난 누나한테 <싱글즈>의 동미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근데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윤서의 느낌도 잘 어울리더라. 


도현 씨와 성원 씨가 연기하는 태준/영준 역할의 캐릭터는 상당히 다를 것 같아요.
백민정
  완전히 달라요. 성원이가 밝고 명랑한 느낌이라면 도현이는 약간 시니컬한 느낌? 서로 다른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연습실에서 보면 은근히 경쟁이 심해요. 안 보는 척하면서도 상대 배우 연기 보느라고 바빠요.
최성원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잘하더라고요. (김도현을 보면서) 나 칭찬 한 번 했다.
백주희  두 사람이 많이 다르니까 연기하면서도 재밌어요. 연습 초반에는 <막돼먹은 영애씨> 공연하느라 자주 못 나왔는데 올 때마다 확확 달라져 있어서 놀란 적도 많아요.

 


극 후반 리오에서 돌아온 태준이 윤서의 계획을 너무 쉽게 알아차리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관객들에게 태준과 영준이 같은 인물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한 장치인 것 같기도 했고.
김도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저도 그 부분이 걸렸어요. 태준이 모르게 진행된 일들인데 너무 쉽게 맞춰버리잖아요. ‘당신이 준비한 이혼’이라든가 ‘영준이 숨어 있는 창고’라든가. 직감이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아니면 이미 다 알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인데, 원작 대본에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아마도 작가는 태준이 알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드러내기 위해 그렇게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알고 있다는 데 7할을 두고 연기하고 있어요.
최성원  저는 애매모호하게요.(웃음) 윤서를 골탕 먹이는 재미를 즐기기 위해서 이미 알고 있다는 데 무게를 좀 더 싣긴 하겠지만 관객들은 태준이 ‘알고 있다!’가 아니라 ‘알고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만 보이면 좋겠어요.


1인2역의 연기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가 전개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백민정
 그래서 5막이 가장 재밌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얘기할 수가 없네요.
최성원  연속되는 반전은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그렇지만 배우 스스로도 연기를 하면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에요.
백주희  걱정은 입소문이죠. 그걸 막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우리가 <식스센스> 같은 영화를 두세 번 볼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가 완벽했기 때문이잖아요. 알고 봐도 재밌게, 그만큼 완벽하고 빈틈없게 만들도록 노력해야죠.
최성원  캐릭터나 배우나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대표곡이 없다는 점에서 정확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사기극에다, 빠른 템포로 계속 진행되다보니 노래가 21곡이나 되는데도 캐릭터를 대표하는 아리아가 없어요. 백민정  대사를 해야 할 부분에 음을 실었을 뿐이에요. ‘우리 노래합니다’ 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대사를 하다가 음에 실었다가 다시 대사를 하는 식으로.
김도현  그래서 특별하다는 거예요. 평가는 관객의 몫이겠지만요.
최성원  우린 속은 거야. 계약할 때 영준 솔로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는데 말이야.
백민정 백주희 (버럭하며) ‘영준의 노래’가 있잖아!
김도현  결국 윤서와 소영이의 삼중창으로 끝나잖아!
(무대 욕심으로 인한 이들의 티격태격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1호 2012년 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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