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주> 김지현, 성숙해진다는 것
김지현의 출연작 목록을 살펴보면 같은 작품 이름이 눈에 많이 띈다. <풍월주>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리딩 공연부터 2013년 6월 일본 공연, 같은 해 11월 재공연, 2018년 네 번째 공연까지 정식 출연만 세 번째다. 처음 만들 때부터 참여하면 애정이 더 생긴다는 김지현이 이번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왕의 무게
THE MUSICAL <풍월주>에 다시 출연해서 기뻐요. 작품의 매력이 궁금해요. (iyprons)
김지현 이 공연만이 지닌 분위기가 있어요. 쓸쓸함?
“초연, 재연 때 음악감독을 하셨던 구소영 연출님과 친분도 두터웠고, 으쌰으쌰 하면서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다른 일정이 있었는데 공연이 조금 뒤로 미뤄지면서 다행히 할 수 있게 됐어요. 고민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좋은 멤버들과 다시 한 번 잘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세 번이나 해서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고. 지인들도 왜 다시 하냐고 물어들 보는데 작품을 좋아해요. 처음 리딩 공연 했을 땐 사극 느낌에 집중했는데, 사극 특유의 시적인 말의 느낌이나 언어유희 같은 것들이 좋았어요. 관객분들도 그래서 리딩 버전을 많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음악도 좋았는데, 특히 국악을 좋아해서 국악기 들어가는 부분이 좋았어요.”
THE MUSICAL 김지현에게 진성여왕이란? (sereenade)
김지현 절대 김지현으로서 드러날 수 없는 감정의 창고 같은 느낌?
THE MUSICAL 이번 <풍월주>를 준비하면서 진성여왕의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는지궁금해요. (vieki3026)
김지현 저는 늘 여왕으로서 모습보다 여자로서 ‘열’을 대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열아, 날 좀 사랑해 줘. 흑흑.
“초연 연습 때 ‘진성여왕’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힘든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극 보면 궁은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곳이잖아요. 처음부터 마음 둘 곳 없는 삶에 대해 상상하면서 많이 접근했어요. 단순히 못됐고 사람을 막 죽이는 여자라는 이미지보다, 힘든 상황에 놓인 진성여왕이괴로움 때문에 열을 찾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 잘 보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저는 왕으로서 권위적인 센 모습보다는 열을 만났을 때 사랑받고 싶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더 표현했어요.”
THE MUSICAL 리딩 공연부터 재연, 이번 공연까지 진성여왕 캐릭터 해석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liebeljm)
김지현 다르게 해석하는 건 특별히 없어요. 나이가 들면서 인물의 기운이 달라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다시 하면서 정서적인 느낌이 달라져서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이 장면에서 뭐 때문에 내가 이렇게 불편하지?’ 하면서 이유를 계속 생각해 봤어요. 5년 전 저는 사랑에 대한 뜨거움이나 집착, 외로움을 더 소스라치게 느꼈다면, 지금은 모든 감정을 내면에서 다스릴 수 있게 되어서 어려운 점이 생긴 것 같았어요. 이걸 공연 초반쯤 깨달았고요. 그래서 공연 전 열과 진성여왕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집중해서 더 깊이 생각하려 하고 있어요.”
THE MUSICAL 진성여왕과 가장 닮은 점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cholang11)
김지현 점점 닮은 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집착하지 않아요. 크크크.
THE MUSICAL <풍월주> 연습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있으신가요? (popo_)
김지현 슬픔이 가득해야 하는데 즐거워서 집중하기 힘들었어요. 크크.
“연습 초반에 (원)종환 오빠 때문에 많이 웃었어요. (조)순창 오빠도 마찬가지지만, 종환 오빠가 연기하는 운장은 어르신으로서 철저하게 일하는 모습이 섹시하다고 느낄 만큼 멋있어요. 반면 연습 땐 장난스럽기도 해요. 열이 옷을 안 받고 있으니까 계속 팔과 손짓으로 받으라는 행동을 하는데 그게 너무 웃겼어요. 오랜만에 웃다가 눈물 났을 정도로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웃음) <김종욱찾기>를 하고 거의 10년 만에 같이 작품 한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는데 ‘역시 오빠는 내 마음속에서 웃음을 주는 1번이었어’라고 생각했어요.”
THE MUSICAL 이번 <풍월주>는 ‘이런 점이 좋다!’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3012132)
김지현 좋은 배우들과 내가 또! 함께한다.
“재연에선 부수적인 것들이나 이야기 흐름, 캐릭터를 조금씩 다르게 바꿔서 시도를 했죠. 삼연은 제가 참여하지 않았고 한 번밖에 보지 못해서 기억이 선명하진 않지만 지난 공연에 비하면 무대와 대본이 초연에 가깝게 돌아왔어요. 리딩 때 처음 생각했던 <풍월주>에 대한 이미지, 즉 시간과 공간이 명확하지 않고 바람과 달빛이 머물러 있는 공간이 이미지 면에서 잘 맞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은 초연 버전에서 많이 다듬어지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도, 관객분들도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잘 정리해서 네 번째 공연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느낌이에요.”
THE MUSICAL <풍월주>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builnmz)
김지현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눈빛? 잘 안보이시겠지만.
“<풍월주>는 인물 간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표정과 눈빛이 중요한 공연 같아요. 유니플렉스는 무대와 객석 뒤쪽 간 거리가 먼 느낌이라, 서로 모니터하면서 객석 뒤까지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니까 배우들끼리 호흡을 더 쓰거나 몸의 각도나 고개로 더 표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THE MUSICAL <풍월주> 넘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어떤 건가요? (popo_)
김지현 ‘그것이 인생이지’요. 힐링 곡이에요.
“바람같이 잡히지 않지만 그게 다 인생이고 지나간다. 힘들면 힘든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살아가는 게 삶이고 인생의 맛이라고 운장이 부르는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해요. <풍월주> 안 할 때도 가끔 생각나면 찾아 들어요. ‘그렇지, 이게 인생이지’ 하면서요.”
THE MUSICAL <풍월주>에서 열을 연기하는 세 배우를 대할 때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가요? (popo_)
김지현 정말 다르죠. 일단 (이)율 열은 승부욕이 생기게 해요. (성)두섭 열은 너무 FM으로 대해서 섭섭해서 열 받아요. (임)준혁 열은 너무 해맑고 예쁜데 또 날 안 좋아해 줘서 슬퍼요.
“율이는 유일하게 전에 같이 공연해 본 페어예요. 그래서 편한데, 율이와는 게임하는 느낌일 때가 많아요. 연기하면서 주고받는 호흡이나 눈빛에서 서로 영향을 많이 받아요. 두섭이와는<풍월주>에선 처음 같이하는 거라 첫 런스루 때는 생소했어요. 무대에서 같이 해보니까 보기만 했을 때 느꼈던 것과는 달랐거든요. 두섭이는 스윗하고 부드러운 사람인데, 진성여왕을 대할 땐 에이스 풍월로서 FM 같은 모습이 더해지니까 ‘나한테 이렇게까지 마음이 없나’ 하는 생각에 굉장히 서운했어요. 다정해서 더 속상한 거 있잖아요. 발 닦아줄 때도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엇이 이리 당신을 힘들게 하는지 몰라도’라며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노래하니까 그렇게 서럽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마음을 굉장히 흔드는 열이었어요. 준혁이는 사람 자체가 깨끗하고 착해요. 사랑도 많아서 다른 의미로 친절해요. 진성여왕이힘들어하니까 실제로는 당장 가서 챙겨줘야 할 것같이 마음이 쓰이는 거죠. 그런데 열로서 연기할 땐 그렇지 않게 하니까 거기서 오는 느낌의 차이가 커요. 열 역을 맡은 배우 중 나이도 제일 어려서 사담하고도친구 느낌이 제일 많이 나고요. 소대에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깨끗하고 착한데 진성여왕을 만나 결국 파멸로 가게 돼서 미안하고 가슴 아파요.”
THE MUSICAL 열에게 업혀서 많이 우는데 어떤 감정인가요? (whitewing)
김지현 병 주고 약 주네. 약이 달콤하다!
THE MUSICAL ‘밤의 남자’ 안무를 추는 열 역의 배우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popo_)
김지현 괜히 시켰나…?
“그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죠. 열이 객석 쪽을 향할 때도 있지만, 진성 쪽을 많이 보면서 춤추거든요.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냥 하는 노래고 몸짓인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보는구나 생각해요. 진성만을 위해 노래 불러주고, 춤춰 주는 거니까요.”
THE MUSICAL 현실에서 열, 사담, 운장이 있다면 누굴 선택하고 싶나요? (sereenade)
김지현 전 사담이요. 크크크크크.
“열은 잡히지 않는 바람 같아서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처럼 매력 있는 캐릭터지만실제로 만나면 피곤할 것 같아요. (웃음) 저는 한 사람만 좋아해 주고, 옷도 지어주는 사담처럼 순하고 부드럽고 화 안 내는 사람을 좋아해요. 사랑을 구걸하는 타입도 아니라서 싫으면 가라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연기의 재미
THE MUSICAL 배우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계기가 있었나요? (dream0801)
김지현 특별한 계기는 없는데 어릴 때부터 드라마 보고 대사 따라하는 걸 좋아했어요.
THE MUSICAL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떻게 만들어가나요? 자신에서 시작하는지 아니면 캐릭터의 설정을 잡아놓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지 방법이 궁금합니다. (hyun8124)
김지현 전 저로부터 출발해 캐릭터를 만들어갑니다.
THE MUSICAL 어떤 역할을 할 때 더 편한 마음으로 연기하나요? (popo_)
김지현 밝은 것보다는 어두운 쪽.
“밝고 즐거운 걸 좋아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고 잘 웃는 편이지만, 제가 지닌 정서 중 굳이 비중이 큰 쪽을 따져보면 어두운 쪽이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밝은 작품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록키’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코미디니까 더 끌어내야 하는 거죠. 그래도 재밌었어요.”
THE MUSICAL 드라마 촬영할 때와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느낌이 많이 다른가요? (popo_)
김지현 네. 아직은 드라마가 너무 어려워요.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은 정말 재밌었어요. 작가님이 캐릭터를 매력 있게 써주셨고, 감독님께서 저를 택해 주신 것도 감사한 일이었어요. 드라마 경험이 적어서 큰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많았거든요.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라 어려웠는데 긴 호흡으로 나오다 보니 후반부쯤엔 편하게 했어요. 무대에서 했던 것처럼 상대방과 조금씩 즐기면서 했어요. 초반엔 ‘나 뭐하고 왔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이 없었거든요. 뒤로 갈수록 캐릭터가 욕을 많이 먹었지만, 매력 있게 욕을 많이 먹었다고 작가님이 말해 주시더라고요. 세란 지문 중 제일 많았던 게 ‘산뜻하다’였는데 정말 산뜻한 악역을 만들어주셔서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어요. 파국으로 가는 걸 즐기는 느낌이라 <카포네 트릴로지>의 루시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드라마에서도 내가 이런 이미지로 이렇게 보이는구나’ 하는 걸 저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의미가 컸던 드라마예요.”
THE MUSICAL 김지현에게 이석준, 윤나무란? (whitewing)
김지현 안 보면 ‘어? 우리가 이렇게 오래 안 볼 수 있다고? 너무 이상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느 날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 뭐야? 윤나무를 왜 이렇게 오래 못 보고 있지?’라거나 연락해서 ‘석준 오빠 지금 어디예요? 연습하고 있어요? 우리가 몇 달이나 못 볼 수 있나?’라고 하기도 해요. 안 보면 정이 다른 데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늘 같이 작업해서인지 저희끼리 부르는 별칭인 이 ‘이윤지(이석준, 윤나무, 김지현)’는 공동체 같은 느낌이죠.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엮여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응원하곤 있지만 안 보면 정말 허전한 사이죠.”
THE MUSICAL 올해는 어떤 해였나요? 그리고 내년은 어떤 해가 되길 바라요? (snowrain)
김지현 올해는 안 하던 장르에 도전도 해봤고, 작품도 소홀하지 않게 해서 만족합니다. 내년도 올해만 같기를 바랍니다.
정서의 확장
THE MUSICAL 공연 끝나고 빠져나오기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는? (builnmz)
김지현 일본에서 <풍월주> 하고 나서요. 그때는 진성여왕 때문이라기보다 일본에서 했던 <풍월주>의 모든 것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초연을 일본에서밖에 못했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일본에서 마지막 공연을 할 땐 다시 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200% 만족하면서공연을 끝냈어요.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THE MUSICAL 역대 출연작 중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은? (dusqhfk9)
김지현 지금은 <러브레터>요.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흑흑.
“<번지점프를 하다>를 이번에 다시 해서 <러브레터>만 다시 하면 되겠다는 얘길 다른 분들이 많이 하셨어요. 다시 공연 안 될 것 같아서 더 아쉽기도 하고. <러브레터>도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뮤지컬에 맞게 쭉 흘러가게끔 작가님이 각색을 잘 해주셨던 점이 좋았어요. 두 작품 다 영화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뮤지컬 자체로 잘 만들었다는생각이 들어요. 흔치 않은 경우죠. <러브레터>는 1인2역이라 제가 해본 작품 중 퀵체인지가 제일 많았고, 최단 시간에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정말 바빴어요. 그런데도 흐름이 자연스럽고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했어요. 무대에서 벚꽃이 떨어질 때 무대에 모든 게 다 피어나는 느낌이랄까요. 보고 있으면 행복했어요. 마지막에 감동적인 순간이 무대에서 구현돼서 잘 만든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말할수록 아쉬움만 커요. 다시 올라가면 좋겠어요.”
THE MUSICAL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 중 실제 성격과 제일 비슷한 배역은 무엇인가요? (builnmz)
김지현 <러브레터>에서 했던 후지이 이츠키.
“모든 역할에 제 성격이 조금씩 있어요. 이츠키는 아빠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는 있지만 삶 자체가 무던한 여자로 느껴졌어요. 저도 둔한 편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전보단 예민해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게 좋다는 스타일이에요. 일상에서 감정 변화도 크지 않고요. 그런 점이 이츠키를 연기할 때 힘을 덜 들였던 것 같아요. 오히려 히로코 역할을 할 때 목소리나 톤에 변화를 줘야 했어요. 이츠키는 정말 저같이 했고요. 제 내면에 있는 것들의 확장이었죠. <풍월주>의 진성여왕도 제 안에 있는 슬픔과 쓸쓸함을 확장한 거고요.”
THE MUSICAL 태희 정말 좋았어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제일 좋아하는 넘버가 궁금해요! (dusqhfk9)
김지현 ‘왈츠’ 테마. 듣기만 해도 눈물이….
“태희도 이번에 하면서 ‘이제 마지막이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점점 드니까요. 이번 공연도 (이)지훈 오빠나 (임)강희 언니나 (강)필석 오빠처럼 또래가 하니까 할 수 있겠다 했어요. 더 젊은 배우들이 인우를 했으면 ‘못하겠습니다’라고 했을 거예요.”
THE MUSICAL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언제 어떤 공연인가요? (iyprons)
김지현 <스프링 어웨이크닝>.
“풋풋했던 20대 마지막이던 2009년에 했죠. 저는 하고 싶은 역할이 별로 없는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이런 작품이 있다고 해서 영상을 찾아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든 작품이었어요. ‘이런 무대에서 이렇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할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거의 모든 배우들이 원 캐스트로 6개월을 공연했잖아요. 사이드 의자에 앉아 처음 등장해서 음악이 시작되는 그 순간이 매일 행복했어요. 이 무대에서, 이 조명 아래에서 이 음악을 매일 듣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것도요. 진짜 근사했거든요. 감히 말하지만 무대, 조명, 음악, 안무, 연결, 흐름까지 모든 게 완벽한 작품이랄까요. 보고 있어도 매번 멋있고 어떻게 이렇게 만들까 싶을 정도였어요.”
THE MUSICAL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친구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builnmz)
김지현 <프라이드>의 실비아.
“실비아는 엄청 멋있는 여자였어요. 실비아를 연기하면서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실비아처럼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팬분들도 실비아 같은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고. 후배들이나 다른 동생들 만났을 때 내가 조금씩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역이었어요.”
THE MUSICAL 최근 드라마에서 악역을 연기했는데, 혹시 무대에서도 해보고 싶은 악역이 있나요? 남녀 캐릭터 상관없이요. (liebeljm)
김지현 요즘에는 희랍 비극을 해보면 어떨까?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해요.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며
THE MUSICAL 자신만의 힐링 방법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builnmz)
김지현 호수공원에서 멍 때리기.
THE MUSICAL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요? (snowrain)
김지현 집에서 노래방 마이크로 노래하기.
THE MUSICAL 평소에 어떤 노래 많이 듣나요? (builnmz)
김지현 저는 정말 잡식이에요. 엊그제는 판소리 들었어요. 안숙선 선생님이 완창하셨다고 해서.
“국악을 좋아했어요. 대학교 때 ‘한국의 소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재밌었어요. 저는 한국적인 정서가 참 좋아요. 그런데 매일 듣는 게 달라요. 그날의 느낌에 따라 어떤 날은 고등학교 때 들었던 헤비메탈 음악이 생각나서 듣고, 힙합을 들을 때도 있어요. 어떤 날은 제3세계 음악을, 어떤 날은 바흐를 듣고. 음악을 불편할 정도로 많이 들어요. 그만 듣고 책을 읽고 싶은데 막상 음악이 없으면 허전해요. 음악이 제 정서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음악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더라고요.”
THE MUSICAL 공연 안 할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여가를 보내나요? (popo_)
김지현 밀린 집안일과 영화 보기?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계절 가는 걸 보는 걸 제일 좋아해요. 집에 있을 땐 가만히 있고 싶지만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다 공감하시리라 생각해요. 청소도, 빨래도 해야 하고 분리수거도 해야 해요. 오늘도 쓰레기를 한바탕 버렸어요.”
THE MUSICAL 여행 좋아하나요? 여행 가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builnmz)
김지현 풍경? 선셋?
“여행은 자주 가진 않아요. 갔다 오면 쉬어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여유 있게 가야 마음이 편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4호 2019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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