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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라이온 킹>, 영광의 세계에 서기까지 [No.184]

글 |배경희·박보라 사진제공 |클립서비스 통역 | 강요나 2019-01-31 5,115

<라이온 킹> 데이션 영·조슬린 시옌티·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안토니 로렌스, 영광의 세계에 서기까지 



드디어 온다! 2018년 5월 30일,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의 홍보 문구는 이렇게나 간단명료했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처음으로 성사된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 드디어 왔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이 역사적인 공연을 찬란히 빛내줄 얼굴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이 여정에 오르게 됐을까.

 

|    데이션 영 + 조슬린 시옌티     |

 

<라이온 킹>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이전의 배우 경력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데이션_ 2007년 <라이온 킹> 미국 투어 공연에 심바로 출연하면서 이 작품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그 전에는 <헤어스프레이>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나이가 스물한 살밖에 되지 않아서 공연을 끝낸 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라이온 킹>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고, 그때부터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어요. 2007년 미국 투어 공연 이후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섰으니까 지금까지 심바를 연기한 기간이 5년 정도 될 거예요.

조슬린_ 전 <라이온 킹>이 제 인생 첫 뮤지컬이에요. 지금까지 공연에 참여한 총 기간은 호주 투어 공연과 독일 함부르크 공연을 포함해 4년 가까이 되고요. 대학교 3학년 때 호주 투어 공연에 날라로 캐스팅된 게 제 데뷔 스토리인데, <라이온 킹> 오디션에 세 번 지원한 끝에 얻은 합격이었죠. 학교에서 뮤직 앤 드라마 퍼포먼스를 전공했기 때문에 <라이온 킹>은 제게 언제나 꿈의 작품이었거든요. 만약 무언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걸 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요.


 

<라이온 킹>은 오디션이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된다고 들었어요. 혹시 오디션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데이션_ <라이온 킹> 오디션은 정말로 어려웠어요! 그래도 다행히 저는 처음 지원한 오디션에서 역할을 따낼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치열하게 진행된 오디션이었는데, 준비를 열심히 한 덕분인지 신기하게도 오디션을 보는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 같아요.

조슬린_ 전 리허설 룸 밖으로 길게 줄 서 있던 지원자들의 끝없는 대기 행렬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어떤 때는 대기 줄이 건물 밖을 한 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로 길었죠. 근데 중요한 건, 그 긴 줄에 서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모두 다 저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이란 점이에요. 왜냐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라이온 킹>은 정말 많은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거든요. 우리 문화와 아주 깊은 연관이 있는 공연이니까요. 음악, 무대, 조명, 의상, 심지어는 언어까지, 작품의 모든 부분에서 남아공의 영혼을 느낄 수 있죠. 때문에 <라이온 킹>에서는 남아공 배우들을 필요로 하고, 남아공 배우들 역시 기쁜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해요.  
 

처음 연습하던 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

조슬린_ 첫 연습 날 모든 배우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같이 대본을 읽었을 때가 가장 생각나요. 배우들이 노래하는 것도 그때 처음으로 들었는데, 대본에 숨결이 불어넣어져 살아나는 걸 느꼈어요.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이죠. 흔히 ‘라이온 킹’ 하면 완벽한 퍼펫과 멋진 분장, 아름다운 음악을 먼저 이야기하잖아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공동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같아요. 배우 한 명, 한 명이 조화롭게 앙상블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죠. 마치 퍼즐처럼이요.
 

동물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데이션_ 우선 심바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해요. 심바는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가야 하는 캐릭터라 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없이는 연기하기가 힘들거든요.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처음에 마스크를 조작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살아 있는 사자를 표현하기 위해 사자처럼 움직이는 법을 습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하면서 이제는 마치 심바와 제가 한 몸이 된 것 같아요. 언제라도 무대 위에 서면 완벽하게 사자로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죠. 

조슬린_ 퍼펫이 쓰이는 공연이다 보니 가면을 움직이는 기술이 매우 중요해요. 퍼펫과 배우가 같은 차원에 있는 한 캐릭터로 결합돼서 스토리텔링을 해 나가야 하거든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은 동물 사자가 아닌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사자니까요.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죠. 그래서 연습 때 미러 워크(Mirror work)를 정말 많이 해요. 거울을 보면서 내 눈과 퍼펫의 눈이 같이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내가 표현해야 하는 모든 감정들이 퍼펫을 통해서도 전달돼야 하죠.
 

<라이온 킹>에 참여하면서 많은 특별한 사람을 만났을 것 같은데, 그 중 혹시 어린 시절 롤모델 같은 사람도 있었나요?

데이션_ 제 롤모델은 2000년 제54회 토니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라이언 미첼이에요. 브라이언이 출연한 <래그타임>이란 작품을 보고 나서 나도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그런데 제가 <라이온 킹>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참여하고 있었을 때 그가 공연을 보러 와서 뛸 듯이 기뻤어요. 그날 브라이언을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신 덕분에 뮤지컬을 꿈꾸게 됐다고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갖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죠.

조슬린_ 저한테는 <라이온 킹>의 음악에 아프리카 색을 더해 준 레보 M이 롤모델 같은 분이에요. 레보 M은 남아공의 혼이 담긴 가사와 노래로 세상에 우리의 정신을 알린 사람이니까요. 우리가 누구인지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게 한 고마운 사람이죠.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그를 직접 만나게 된 건 제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한 캐릭터를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조슬린_ 우선 전 제 일을 사랑해요. 날라라는 캐릭터도 정말 사랑하고요. 왜냐면 날라는 아프리카의 강인한 여전사 같은 캐릭터니까요. 뮤지컬 작품에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배우로서 날라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영광이죠. 그래서 매 공연 많은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역할로 무대에 선다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매일 밤 객석을 채우는 관객들이 다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을 느낄 새가 없기도 하고요.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날마다 다른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민하게 살피고 관객과 함께 호흡해야 하니까요.


 

<라이온 킹>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뮤지컬 넘버가 있나요?

데이션_ 전 이 작품에서 ‘Endless Night’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해요. 심바가 삼촌의 계략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부르는 곡인데,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슬픔과 그리움이 담겨 있죠. 이 노래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제가 바라는 대로 성공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나면, 무대 위에서 그 노래를 부른 배우만이 경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거예요. 배우에게 도전이라는 선물을 주는 듯한 노래라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저한테는 이 뮤지컬 넘버가 가장 소중해요. 

조슬린_ 제가 좋아하는 곡은 날라가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면서 부르는 ‘Shadow Land’예요. 스카가 왕위를 차지한 후 프라이드 랜드는 황폐한 땅으로 변해 버리거든요. 더는 초록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 아니죠. 개인적으로 ‘Shadow Land’는 날라가 자신을 괴롭히는 스카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기 직전에 말하는 대사 때문에 더욱 좋아하는 곡이에요. 지금은 이곳을 떠나야 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내용인데, 남아공에서 나고 자란 제게는 너무나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거든요. 남아공은 계속되는 내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심지어는 나라를 떠나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매일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나도 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고 날라의 말을 마음에 새기죠. 아마 이 장면에서는 다른 남아공 배우들 모두 같은 감정을 느낄 거예요.
 

어느덧 대구 공연을 마치고 서울 공연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데이션_ 대구 공연이 끝나 아쉽지만, 서울에 가게 돼서 매우 설레고 기뻐요. 제 가족들이 예전에 서울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정말 최고의 도시였다고 그랬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울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제껏 말로만 상상했던 서울을 하루 빨리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요. 서울의 유명한 명소도 많이 가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싶죠. 

조슬린_ 저 역시 서울 공연이 무척 기대돼요. 투어 공연의 좋은 점은 평소에는 가기 힘든 세계 곳곳의 여러 나라와 도시를 가보게 된다는 거예요. 서울도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와보게 된 건데, 패션이 너무 훌륭해서 집에 갈 때쯤에는 빈털터리가 될 것 같아요. (웃음) 사실 제일 신나는 이유는 아프리카의 정신을 한국의 관객들과 나누게 됐다는 거예요. 저 역시 한국 문화를 통해 배워가는 게 있을 테고요. 서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이게 투어 공연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 같아요. 

 

 

 

|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 + 안토니 로렌스    |

 

이번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엠케이_ <라이온 킹> 프로덕션은 전 세계에서 배우를 찾지만, 특히 남아프리카 배우를 많이 뽑고 있어요. 저 역시 남아프리카 출신으로 오디션을 봤고요. 어떤 역이든 제발 뽑아만 달라는 마음이었죠. 첫 오디션에 떨어져 두 번째 오디션을 보았고, 두 달 반을 기다린 끝에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 참여하게 됐어요. <라이온 킹>의 오디션 합격 소식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큼 큰 사건이었어죠.

안토니_ 저는 지난해 1월에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건 저의 오랜 꿈이었어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스카였거든요. 하지만 제가 사는 웨스트엔드의 <라이온 킹> 프로덕션에서는 배우를 모집할 계획이 없었어요. 근데 어느 날,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스카 역의 배우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죠. 저는 신이 나서 ‘이건 무조건 해야 해!’라는 마음으로 바로 오디션에 응했어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지금 이렇게 스카로 무대에 오르고 있답니다.
 

<라이온 킹>은 까다로운 오디션 과정을 거친다고 들었어요. 오디션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엠케이_ <라이온 킹>은 독특한 음악과 안무로 구성됐어요. 연기, 노래, 춤, 세 요소에서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을 잘해야만 해요. 첫 댄스 오디션에서는 야생 누 떼들의 협곡 질주 장면의 다양한 고난도 안무를 해냈죠. 땀이 멈추지 않고 흐를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후에 노래 오디션이 이어졌는데, 프로덕션에서 요구하는 곡을 불러야만 해요. 저는 무파사랑 스카의 노래를 불렀고요. 이런 과정을 4주에 걸쳐 여러 차례 진행하다 보니 그동안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돼요. 


 

<라이온 킹>의 배우들에게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은 무엇인가요?

엠케이_ 관대함이요. 우리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팀이에요. 스페인어, 아프리카어, 영어 등 각기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죠. 특히나 지금처럼 동아시아에서 투어를 하면 더 다양한 언어를 가까이하죠. 그런데 그중에서 모두 이해하는 단어를 꼽자면 ‘친절’과 ‘관대’라 할 수 있어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유대 관계가 중요하죠. 

안토니_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사실 인터내셔널 투어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적어도 6개월은 집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엔 제 또 다른 가족과 친구가 있죠. 바로 <라이온 킹> 패밀리요.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해요. 올해 초부터 투어를 하며 많은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개인적인 일이라도 우리는 함께 해결할 거예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같이 있을 거죠. 
 

<라이온 킹>은 어떤 면에선 인형극이라 할 수 있는데, 배우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 독특해요. 

안토니_ 제가 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인데, <라이온 킹>에는 마스크와 퍼펫이 많이 나와요.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더블 이벤트(Double Event)’를 창조했고,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머리 위에 높이 얹힌 마스크의 표정도 같이 사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마스크까지 잘 사용해야 생생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쉽게 설명하자면, 제가 지금 기자님을 이렇게 내려다보고 있어요. 동시에 제 머리 위에 얹힌 마스크 역시 내려다봐야 하기 때문에 전 고개를 더 뒤로 젖혀야만 해요. 이렇게 마스크를 쓴 상태로 연기를 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움직임을 익혀야 했어요. 오디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오디션을 보는 한 시간 동안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는데 대부분 마스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중점이었어요. 긴 오디션 중 2~3시간 동안 거울 앞에서 연습했고, 오리지널 스태프 앞에서 수없이 시연했죠. 그래도 제가 참여한 수많은 오디션 과정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놀라운 비밀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엠케이가 연기하는 무파사도 마스크를 쓰는데, 이에 얽힌 에피소드는 없나요?

엠케이_ 제 마스크는 둥근 모양으로, ‘Circle of Life’를 상징하고 있어요. 무파사는 태양신과 같은데, 완벽하진 않지만 좋은 왕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죠. 마스크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자면, 마스크가 굉장히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소재 자체가 가볍고, 실제 나무가 아니라 나무처럼 보이는 페인트를 칠한 거거든요. 고개를 조금만 움직여도 마스크는 그보다 훨씬 크게 움직여요. 실망감이나 좌절감 같은 감정을 나타낼 때, 고개를 움직여야 해요. 극 중에서 무파사가 자주에게 심바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걱정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때 고개를 양옆으로 흔드는데, 마스크가 과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또 머리 위에 있던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도록 내려오는 순간이 있는데, 짧은 시간에 마스크가 원하는 위치로 정확히 오도록 감을 익혀야 하고, 마스크를 완벽히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해요.
 

본인의 마스크나 의상 특징에 대해 덧붙일 설명이 있다면?

안토니_ 제 의상은 정말 최고예요. 지난번에 갑자기 실제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무게를 재봤더니 20kg이나 되는 거예요. 이렇게 섬세해요. 자신 있게 제 의상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죠. (웃음) 스카의 마스크에는 마스크를 아래로 내리거나 앞으로 튀어나오게 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있는데, <라이온 킹>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이 마스크 컨트롤을 익히는 것이었어요. 수많은 기술을 익히는 것이 어려웠지만, 정말 멋진 과정이죠.

엠케이_ <라이온 킹>의 마스크는 캐릭터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장치예요. 제 의상의 목 칼라 부분은 마스크와 같이 원을 상징해요. 무파사의 마스크는 왕관을 상징하기도 하거든요. 무파사는 늘 공정하고 온건한 리더에요. 극 중에서 무파사가 어린 심바에게 위험에 뛰어들지 말라고 이야기를 할 때, 마스크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죠. 왕이 아닌 아버지로서 이야기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부분을 통해 캐릭터를 자세하게 설명하죠. 또한 저는 주요 배역 중에 유일하게 손과 발이 나오는 의상을 입은 사람이기도 해요! 왕에게 어울리는 망토도 있고요. 무파사의 의상과 심바의 의상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심바의 의상은 이야기가 흐를수록 발전해요. 심바가 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리고 심바가 왕이 된 후에는 무파사와 같은 천을 둘러요. 
 

능숙한 마스크 조작을 위한 비밀이 있나요?

엠케이_ 제 마스크엔 팔을 통해 연결된 와이어가 있어요. 그런데 무파사는 초반에만 와이어 마스크를 사용해요. 초반 이후에는 액션이 많거든요. 뛰고, 싸우고, 죽고. (웃음) 동물의 움직임을 본뜬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예를 들면 고개를 가로젓는다거나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요. 이러한 움직임과 마스크가 어우러져 더 사실적으로 보여요. 제 컨트롤러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기능만 있는데, 살짝 알려드리자면 스카처럼 정교하게 앞으로 나오게 하는 효과는 없습니다.

안토니_ 와이어리스는 최근 새롭게 도입하고 있는 기술이에요. 이전에는 와이어 케이블을 달고 했는데, 연기를 하다 보면 와이어가 끊어져 버리기도 했거든요.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와이어리스가 도입된 거죠. 제 마스크에도 비밀스러운 컨트롤러가 있어요. 스카의 마스크가 내려오면 사자가 되어 있을 때인데, 분노, 공격 등을 할 때거든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일 때 가면이 내려오고, 고개를 들면 다시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렇게 쉬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동 웃음)  
 

<라이온 킹>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토니_ <라이온 킹>의 위대한 점은 언제 보아도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동물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감정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까요. 가족, 우정, 사랑, 죽음, 질투 등 인생의 교훈이 무대에서 펼쳐지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라피키인데, 그의 대사엔 인생이 담겨 있어요. “그래. 과거는 아플 수 있어. 하지만 과거로부터 도망을 가든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든지 그건 너의 선택이야”라는 라피키의 대사를 정말 좋아해요. 실수나 잊고 싶었던 기억에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발전해 나가는 것이에요. <라이온 킹>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공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엠케이_ 어린 심바의 성장을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가 참 좋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왕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지만, 언제 어디선가 ‘자신이 누군지를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찾아오죠. 결국 심바는 날라와 만나 다시 제 위치로 돌아가 자신의 왕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요. 이처럼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의 자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라이온 킹>의 메시지는 마음을 울리고 있죠.


 

나에게 <라이온 킹>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엠케이_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공연이에요. 특히 인터내셔널 투어에 참여하면 일 년에 2~3번 정도 짧게 가족을 만날 수 있거든요. 집에 가면 가족의 중요성을 매번 느껴요. 특히 전 어린 아들을 두고 죽는 아버지를 연기하잖아요. 가족의 구성원을 잃는 아픔을 통해 현재 가족에게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깨우치게 되기도 해요.

안토니_ 저도 비슷해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요. 전 세계를 돌며 공연에 참여하는 건 엄청난 영광이고,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누군가가 ‘이 공연은  너희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공감해요. <라이온 킹>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선물이고, 공연을 본 사람들을 나와 연결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로 영광스러워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4호 2019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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