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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어쩌면 해피엔딩>, 영원의 품속으로 [No.185]

글 |신주협 배우 정리 | 안세영 그림 | 이야기 2019-03-08 3,745

<어쩌면 해피엔딩>, 영원의 품속으로

 


 

어느 날, 누군가가 올리버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올리버는 그게 클레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죠.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올리버는 모든 기억을 지운 클레어와 마주합니다. 클레어는 매일 충전기를 빌리기 위해 올리버를 찾아왔습니다. 클레어는 자꾸만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한달음에 달려와 다정하게 자신을 고쳐주는 올리버가 그저 고맙기만 했지요. 그렇게 둘은 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올리버는 마지막 순간까지 클레어의 곁을 지켰습니다. 이윽고 클레어가 완전히 멈추었을 때, 올리버는 메모리를 꺼내 클레어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올리버와 다시 사랑에 빠진 클레어의 메모리에는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이 가득했습니다. 올리버는 클레어의 메모리에 자신의 기억을 모두 복사해 넣고 저장했습니다. 둘이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 함께 제주도를 여행한 순간, 그리고 기억을 지웠던 순간까지. 비록 몸은 멈추었지만, 저 멀리 어디에선가 클레어가 행복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말이에요. 또다시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올리버의 몸도 완전히 멈추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하나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클레어와 함께한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은 여전히 그대로니까요. 어쩌면 이게 끝이 아니라 서로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올리버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괜찮을 거라고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각자 홀로 남겨진 구형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올리버 역 신주협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두 로봇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약속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5호 2019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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