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핑크레이디, 반짝반짝 빛나는
2019년 상반기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바로 오디컴퍼니가 기획한 케이팝과 뮤지컬의 만남, 일명 ‘팝시컬’ 프로젝트다. <그리스>의 출연 배우로 구성된 5인조 팝시컬 그룹 핑크레이디를 만나 그동안 방송 활동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나, GOD! GIRL!
<그리스>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에요. 특히 이번엔 일명 ‘팝시컬’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게 됐죠.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우림_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무대를 향한 꿈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아이돌을 준비하게 됐는데, 잠깐 활동을 쉬고 있는 시기에 오디션 소식을 들었죠.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도 감사한 기회지만 대중음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팝시컬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 이건 혁명이다!’ 이런 직감이 딱 왔죠.
이후_ 맞아요, 지금까지 이런 프로젝트는 없었잖아요. 이번 <그리스>는 오디션이 정말 길었어요. 대략 6~7회까지 열렸는데, 마지막 오디션이 끝난 후에 다들 ‘뒤풀이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죠. 오디션이 끝나고 팝시컬 프로젝트의 설명을 들었는데 흥미로웠어요. 팝시컬 활동이 <그리스>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예주_ 전 이후 언니와 다른 케이스에요. 이번 <그리스> 오디션엔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데, 저는 안타깝게도 중간에 탈락했거든요. 아쉽지만 내 작품이 아니었다고 마음을 달래고 있었는데 갑자기 추가 오디션 소식을 들었어요. 그런데 오디션장 분위기가 뮤지컬 오디션과는 너무 다른 거예요! 뮤지컬 오디션에서는 적어도 낯이 익은 배우들을 몇 명 마주치는데, 여기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죠. 그리고 정면 빔 프로젝트에는 ‘케이팝 그리스 프로젝트’라고 써 있었고! (일동 웃음)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음반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라고 하길래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 <그리스> 추가 오디션인 줄 알고 뮤지컬 넘버를 준비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디션장 안에서는 자꾸 가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웃음) 뭐라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결국은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집에 혼자 있을 때 추던 춤을 췄죠. 최종적으로 연락이 왔는데 ‘예주 씨, 왜 그런 모습을 <그리스> 오디션 때 안 보여줬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니, 이걸 어떻게 <그리스> 오디션에서? 하하. 전 팝시컬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리스> 기회를 잡은 셈이죠.
<그리스>의 배우로도 무대에 설 예정이지만, 핑크레이디는 음원을 발매하고 음악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서윤_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본격적으로 팝시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는 핑크레이디를 <그리스>의 적극적인 홍보 요원 정도로만 예상했어요. 보컬과 춤 레슨을 받으면서도 특이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갑자기 숙소 생활을 하게 됐고, 음악 방송 출연을 위해 새벽 2~3시에 일어나는데 그때야 현실감이 딱 온 거예요. 내가 핑크레이디의 서윤이구나! 핑크레이디 활동하면서 멤버 모두 같이 생활하는데, 이게 정말 재미있어요.
이후_ 전 음악 방송에서 아이돌 그룹 사이에 저희가 서 있는데 마치 외계 생명체처럼 느껴지면서 색다르더라고요. (웃음) TV에서 봤던 연예인들 사이에 우리 핑크레이디가 서 있다니!
아니, 숙소 생활까지 해요? 정말 제대로 걸그룹인데요?
이후_ 하하, 전 숙소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멤버들이랑 같이 배달 음식 시켜 먹고 심야 영화도 보러 가고 새벽까지 진솔한 토크 타임을 나누는 숙소 생활이요. 그런데 현실은 음악 방송을 준비하려면 새벽부터 나가야만 해요. 그래서 요약하자면 잠만 자는 숙소 생활이죠.
예주_ 전 숙소 생활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걱정했어요. 혹시나 제가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 너무 바빠서 숙소에 있을 시간이 없더라고요.
우림_ 다들 생활 패턴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서로 배려가 넘치기도 하고요.
그럼 핑크레이디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어요?
우림_ 저는 연습생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서 익숙한 환경이었는데, 언니들은 정말 당황한 게 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포미닛 선배의 ‘미쳐’처럼 컨셉이 강한 곡으로 춤과 노래를 연습했거든요. 뮤지컬 무대에만 섰던 언니들은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일동 웃음)
이후_ 세상에, 저희가 처음 받은 안무가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였어요. 핑크레이디로 합류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첫 레슨을 받기도 전에 이 노래의 안무를 준비해 오라는 거예요. 저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나요? (웃음) 그땐 ‘나는 이런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못한다고 할까…’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래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연습실에 갔죠. 추운 연습실에서 패딩을 입고 ‘터치 마이 바디’를 추다가 문득 거울을 봤는데… (일동 웃음) 제 모습이 정말 낯설었어요. 하하.
서윤_ 저도 이후랑 비슷해요. 심지어 그동안 저는 가요를 잘 듣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된 거죠. 이후와 함께 ‘터치 마이 바디’를 추면서요.
우림 씨는 아이돌로 활동을 하기도 했잖아요. ‘멘붕’에 빠진 언니들을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서윤_ 솔직하게 말해줘! 그때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우림_ 하하. 연습하면 이상하게 안무의 대형이 꼬이는 거예요. 사실 좀 당황스러웠는데 언니들이 연습할수록 나아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대형을 맞추자고 하면 탁, 탁, 탁!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됐지만 언니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혼자 고민도 많이 했어요.
서윤_ 핑크레이디를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하나? 이런 거? (웃음)
우림_ 에이! 아니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핑크레이디가 점점 더 괜찮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서윤 언니에게 말했죠. 너무 잘하고 있다고.
예주_ 그래서 저희가 맨날 우림 선배라고 불러요. 방송국에 가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우림 선배가 카메라 시선 처리 노하우도 아낌없이 공개해 줬죠.
우림_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언니들은 지금까지 방송 댄스를 한 번도 안 춰봤잖아요. 지금까지 언니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처음 핑크레이디가 데뷔한 <그리스>의 쇼케이스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겠네요.
서윤_ 정말 재미있었어요. 음악 방송과는 다르게 카메라를 쳐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했죠. 아무래도 뮤지컬 극장에서 하니까 익숙하기도 했고요.
현지_ 쇼케이스는 핑크레이디의 첫 데뷔 무대잖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정신이 없었어요. 물론 지금도 실감이 나진 않아요. (웃음) 사실 엄마가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하신 적이 있으셔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을 꿈꾸게 됐거든요. 꿈이 실현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두근거렸죠.
그럼 핑크레이디 ‘갓 걸’의 음악 방송은 어땠어요? 혹시 방송 중 에피소드는 없나요?
예주_ 어우, 첫 방송 날은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을 때보다 더 떨렸어요. 정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죠.
이후_ 저희가 방송 초반에는 정말 팬들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소중한 팬분들이 생긴 거예요. 응원 소리를 들을 때마다 힘이 나요. 그리고 얼마 전엔 음악 방송 사전 녹화를 하게 됐는데, 거기서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죠. 단상에서 미끄러졌거든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서 다시 노래를 하는데 결국 녹화가 중단됐어요. 한편으로는 생방송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하마터면 생방송 사고로 유튜브에 올라갈 뻔했어요.
핑크레이디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서윤_ 처음에는 카메라를 보면서 춤을 추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뮤지컬 무대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서는 것과는 달리 핑크레이디의 멤버로 무대에 서게 되더라고요. 이때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가수인가? 뮤지컬배우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팝시컬이란 장르가 처음이잖아요. 어느 날 대표님이랑 멤버 모두 같이 이야기하다가 이걸 편하게 받아들인 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노래 안에 감정이 잘 담기고 재미있으면 그게 바로 팝시컬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멤버들과 함께해 나가겠지만 연습하는 과정에서 이런 고민을 잘 나눴던 것 같아요.
일탈의 재미
다섯 멤버가 각기 다른 배역으로 <그리스>에 캐스팅이 됐어요.
이후_ 저는 헤어 아티스트라는 꿈이 확고한 프렌치를 맡았어요. 샌디를 핑크레이디로 데리고 오는 인물이기도 해요. 이번 공연에서 프렌치의 솔로곡이 추가됐는데, 지난 <그리스> 쇼케이스를 통해 처음 공개됐어요. 날 지켜주는 천사를 찾는다는 내용의 노래로, 프렌치의 순수하고 맑은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죠.
서윤_ 저는 샌디를 맡았어요. 이번 시즌에서 샌디는 자기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모범적인 아이에요. 대니와 핑크레이디 친구들을 만나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죠. 자유를 꿈꾸면서 일탈도 해보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거예요.
예주_ 제가 맡은 마티는 다른 친구들보다도 빨리 세상에 눈을 뜬 친구예요. 성숙한 아이인데, 어떻게 보면 당당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스러움을 풍기면서도 순수하기도 한 복합적인 마티를 잘 표현해 내고 싶어요.
현지_ 제가 <그리스>에서 맡은 패티는 전교 1등이자 회장 그리고 치어리더 주장이에요. 자신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아이죠.
우림_ 전 핑크레이디의 리더인 리조를 맡았어요. 강하고 카리스마 있지만 속은 여리고 상처가 많은 인물이라 생각해요.
<그리스> 무대에 오르게 되면 핑크레이디 활동과는 다른 기분을 느낄 것 같아요.
현지_ 그런데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언니들이랑 워낙에 친해졌기도 하고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으니까요!
서윤_ 진짜 기대가 많이 돼요. 사실 핑크레이디 활동 초반에는 우리 다섯 명이 <그리스>의 캐릭터로 모였다고 생각하다가 이후에 팝시컬 멤버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이제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 고민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예주_ 아, <그리스>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에피소드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핑크레이디로 <그리스>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우림이가 얼마 전에 제게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막 이렇게 언니들이랑 웃고 떠들다가 무대에 올라가면 자기를 보고 연기를 한다고.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고요. (일동 폭소)
우림_ 정말 거짓말처럼 언니들의 눈빛이 변하거든요. 그래서 이후 언니가 이런 제 혼돈을 잘 잡아줘요. ‘너 누구야? <그리스>에 우림이는 없어. 넌 리조야!’ 이렇게. 아, <그리스>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녹화와 핑크레이디의 ‘갓 걸’을 부르는 음악 방송이 같았던 날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때도 그랬어요. ‘지금은 <그리스>의 리조야’, ‘지금은 핑크레이디의 우림이야’ 이렇게. 하하.
<그리스> 연습을 시작한 지 오래됐다고 들었어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후_ 좋아요. 게다가 저는 대극장 뮤지컬에 처음 참여하는 건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연습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연습실에 가면 진짜 사람 많다고 요리조리 둘러보고 있어요.
서윤_ 저는 지금까지 늘 막내였어요. 그런데 <그리스> 연습실엔 제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에너지가 넘쳐서 하나도 안 지쳐요.
우림_ 저는 뮤지컬에 처음 참여해서 많이 걱정했어요. 앞서 쇼케이스를 준비하면서 연습실 분위기와 과정을 어느 정도 알았지만, 정식 뮤지컬 연습은 아니었잖아요. 잔뜩 긴장했는데 연습을 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다른 배우의 연습을 보고 있을 때도 나도 빨리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에 푹 빠져 지켜보고 있어요.
현지_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요. 연습을 마치고 침대에 딱 누워 있으면 ‘와, 나 오늘 <그리스> 연습했어!’ 이렇게 혼잣말한다니까요.
예주_ 아, 저 현지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나요? 현지가 맡은 패티는 애정신이 있는데, 어떤가요?
현지_ 언니들도 다 각자 러브신이 있어요. 그런데 언니들의 러브신은 풋풋하다면 패티는 좀 달라요. 하이틴 영화에서 개성 강한 친구들이 나누는 애정이랄까? 하하. 다들 로맨스를 보여준다면 패티는 좀 다른 분위기일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색다르고 독특한 부분을 제가 잘 살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그리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서윤_ 활기찬 젊음과 거침없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모든 걸 화끈하게 엎어버리는 일탈의 시원함.
예주_ 젊음과 페스티벌. 그리고 쇼!
우림_ 단어 하나를 뱉어도 머리에 콕 박힐 정도로 재미있어서 바로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센스요. 저희는 미리 대본을 다 봤잖아요. 볼 때마다 웃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각자에게 핑크레이디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후_ 그동안 아주 작은 틈을 바라보면서 달렸다면 핑크레이디는 그 틈을 확 넓혀줬어요. 배우로서 정말 참여하고 싶었던 <그리스>에 출연하고, 음원을 내고 음악 방송에 출연하게 됐잖아요. 보통 뮤지컬배우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열어준 기회죠.
서윤_ 올해 뮤지컬배우로 데뷔한 지 딱 4년이 됐어요. 혼자 오디션을 보고 연습했던 시간이 외로웠나 봐요. 핑크레이디로 단체 생활을 하고, 제 곁에 동생들이 있는 지금이 단비같이 느껴져요. 든든하죠.
예주_ 멤버들에게 다 비슷할 것 같아요. 선물, 경험, 도전이자 기회. 사실 지금도 핑크레이디의 활동이 꿈만 같아서 믿기지가 않죠.
우림_ 제게 이제 핑크레이디는 일상이기도 하고, 이 활동을 통해 멤버들이란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핑크레이디로 활동하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 큰 의미와 인연이 될 것 같아요.
현지_ 전 핑크레이디로 활동하는 매일매일이 새로워요. 자기 전에 생각하면 막 웃음이 날 정도로요! 새로운 도전을 잘 마무리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7호 2019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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