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안녕, 나의 달
쓸데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건 언제부터였을까. 케이는 뿌옇게 먼지가 내려앉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미셸이 그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넌 네가 뭘 원하는지 너한테 질문해 본 적 있어? 우리 참는 데 많이 익숙해졌잖아.’ 케이는 거울의 먼지를 손으로 쓱 훔치고 일어섰다. 그리고 역시 먼지가 뽀얗게 쌓인 그의 그림 도구를 창고에서 끄집어냈다. 그때부터 케이는 거울 대신 캔버스를 마주 보고 앉았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붓을 든 채로 멍하니 있기를 며칠. 결국 케이의 붓이 그려낸 것은 아직도 그의 기억 속에 선명히 존재하는 유안이었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케이는 오직 유안을 그리는 일에만 매달렸다. 케이는 캔버스 안에 되살아난 유안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끝에서 영원한 삶을 얻은 친구를. 그러나 그를 그리면서 삶을 되찾은 쪽은 사실 자신인지도 모른다고, 케이는 생각했다. 창문으로 스며든 달빛이 캔버스를 오랫동안 비추었다.
<달과 6펜스>는 화가 유안이 자신과 다른 예술관을 지닌 천재 모리스에게 매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케이 역 김지휘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유안과 모리스가 유작을 남기고 떠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7호 2019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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