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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나빌레라> 진선규, 차근차근 쌓이는 꿈 [No.188]

글 |박보라 사진제공 |서울예술단 2019-05-09 4,645

<나빌레라> 진선규, 차근차근 쌓이는 꿈

 

제38회 청룡영화제에서 감동적인 남우조연상 소감으로 화제가 됐던 진선규. 이후 그는 천만 영화 <극한직업>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으로 탄탄히 커리어를 쌓고 있다. 그리고 따뜻한 봄날, 꿈에 도전하는 일흔 노인 덕출을 맡아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소감은 어떤가. <난쟁이들> 이후로 1493일 만에 무대에 서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큰 극장에서 노래를 많이 부르는 중요한 역할은 처음이다. 그래서 지금은 온통 두려움뿐이다. 게다가 노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요즘 노래 연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빌레라>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지난해 우연히 원작 웹툰을 읽게 됐는데 감동적이었다. 와이프랑 같이 보면서 만약 이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 공연으로 제작된다면 꼭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다 회사를 통해 뮤지컬 제안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바로 <나빌레라>였다. 제목을 듣자마자 대본도 보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아, 예전에 토월극장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깊숙한 무대에 압도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언젠가 저 무대에 꼭 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나빌레라>의 공연장이 토월극장이라 더 마음이 끌렸다.
 

발레 연습은 잘되어 가고 있나? 캐스팅이 되자마자 발레 연습부터 시작했다. 다행인 건, 일흔 노인 덕출이 발레를 배우는 이야기라 내 실력이 오히려 덕출스러울 거라는 거다. (웃음) 처음 배우는 거라 힘들긴 해도 재미있고, 코어 근육을 사용해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나보다도 발레리노인 채록을 맡은 배우들이 고생이 많다. 
 

덕출 이야기의 어떤 점에 공감을 했나.  ‘넌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처럼 즐기고 행복하라’는 덕출의 대사가 꼭 내게 하는 말 같더라. 나도 나이를 먹으면 덕출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주변 후배들에게 ‘형 봐봐, 늦게 됐잖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네가 즐겁고 행복하면 돼’라고 말한다. 덕출이 그동안 접어놨던 꿈을 실현시키는 과정과 꿈 때문에 힘들어하는 채록을 응원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다.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꼰대’가 되기 쉽지 않나. 그런데 <나빌레라>는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그린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을 할 때 뇌 과학 공부를 많이 했다. 특히 배우, 스태프 들과 ‘꼰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잣대로 거기에서 멈춰버리는 사람이 꼰대라 정의했다. <나빌레라>의 덕출이 꼰대가 아닌 이유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많은 사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이 차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채록을 이해하고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간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거다. 
 

덕출을 어떻게 표현할 생각인가. 일흔 노인 같은 외향을 보려주려고 하진 않을 생각이다. 아버지가 일흔에 가까우신데, 우리 아버지만 해도 겉모습만 봐서는 노인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요즘 다들 젊게 사시지 않나. 때문에 일부러 ‘허어’ 같은 할아버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덕출이 이야기하는 꿈과 용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새로운 도전이 힘든 나이의 노인이 꿈을 위해 노력하고, 꿈 앞에 힘들어하는 젊은 친구에게 위로를 전하는 게 <나빌레라>의 감동 요소다. 최대한 이런 부분을 잘 전달하고 싶다. 


 

덕출처럼 조금 더 일찍 도전하지 못해서 아쉬운 일이 있나.  복싱을 늦게 배웠는데 재밌더라.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복싱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만약 일흔에도 계속 배우를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멜로 연기를 못 해봤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영화 <파이란>이나 <너는 내 운명>처럼 한 남자가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다. 
 

혹시 주변에 덕출처럼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나.  아내, 그리고 내가 속한 극단 간다의 민준호 연출가. 난 원래 연기를 잘했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나마 듣는 칭찬이 움직임이 좋은 배우 정도였달까. 그런데 같이 공연을 만들면서 주변 사람들이 ‘선규야, 너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 잘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해줬다. 특히 아내는 다른 걸 따지지 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게 힘이 많이 됐다.
 

극단 간다의 지방 공연에 틈틈이 참여하는 이유가 있나.  영세한 극단에게 지방 공연은 생활비를 마련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후배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지방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되도록 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없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가짐은 뭔가. 웹툰 <나빌레라>에 사람이 언제 초라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초라해진다고 하더라.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꿈의 질감이 달라진다. ‘내 인생의 모든 과정이 나를 한 발 나아가게 해주는 단계’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연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시작해서, 하나하나 시도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씩 도전하고 깨닫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쌓아가고 싶다. 
 

천만 배우 진선규의 출연 소식을 듣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도 있을 거다.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나. 나를 보러 오는 관객을 향한 책임감보다 공연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날 보러 와주는 관객에게는 정말 감사하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공연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나빌레라>는 공연을 만들고 있는 배우로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해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 대사도 많고, 노래도 잘 불러야 하고, 또 자잘한 소품도 잘 챙겨야 한다. (웃음) 무엇보다 꿈꾸는 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잘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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