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휘종·양희준·준 , 세상을 흔들 목소리
PL엔터테인먼트의 첫 제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양반만이 시조를 읊을 수 있는 불평등한 세상에 맞선 비밀시조단 골빈당의 이야기다. 천민이지만 자유롭게 시조를 읊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주인공 단 역에는 이휘종, 양희준, 준이 캐스팅되었다. 올해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이휘종, 지난해 11월 쇼케이스 공연 당시 신인답지 않은 무대 장악력을 보여준 양희준, 그룹 유키스로 데뷔해 드라마에서도 활약해 온 연기돌 준까지 3인 3색의 매력을 뽐내는 이들을 만났다.
함께하는 즐거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참여했나요?
준_ 가수인 제게 뮤지컬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무게감 있는 장르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스웨그에이지>는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무엇보다 랩이 들어간 뮤지컬이라는 점이 래퍼인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 작품이라면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 공부를 해왔는데 뮤지컬을 통해 더욱 연기력을 다지고 싶어요.
양희준_ 저는 단이라는 캐릭터에 끌렸어요.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많은 캐릭터가 제 실제 성격하고 닮았거든요! 내가 단인지 양희준인지 모를 만큼 연기할 때 이질감이 없었어요.
이휘종_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도전에 나선다고 생각해요. <스웨그에이지>에서 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 건 아시다시피… 춤입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여기 두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양희준_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요. 마음도 잘 통해서 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처럼 금세 친해졌어요. 정말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트리플 캐스트입니다.
이휘종_ 좋았어, 모범 답안이었어.
훈훈한 분위기를 살려서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말해 볼까요?
준_ 희준 형을 프로필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차가워 보였어요. 그런데 함께 지내다 보니 엄청 밝고 순수한 형이라서 제가 착각했다는 걸 알았죠. 휘종 형은 첫인상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딱 미소년 느낌? 웃음기 많고 착해 보이잖아요. 근데 진~짜 착해요.
양희준_ 평소에는 무표정을 짓는 일이 거의 없는데 그날은 주눅이 들어서 그랬나 봐요. 준이가 말도 안 되게 잘생기고 길쭉하니까 주눅이 든 거죠. (웃음) 휘종이는 동갑내기라는 걸 알고 친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쁘고 설렜어요. 어떻게 해야 친해질까 만나기 전부터 고민이 많았는데 휘종이가 먼저 저를 살갑게 맞아주더라고요. 고마웠어요.
이휘종_ 준이를 처음 본 건 연습실에서 팝핀을 추며 몸을 풀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의 첫인상은 ‘와, 스웨그가 넘치네’. 준이는 생각도 깊고 다재다능해요. 곡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근데 알고 보면 약간 허당이라서 아름다운 인간미까지 갖췄어요. (웃음) 희준이는 쇼케이스 영상을 통해 처음 보고 감탄했어요. ‘냄새 나는’ 말로 괴물 신인이랄까. 단을 연기하는 모습이 구수하고 인간미 넘쳐 보였는데 실제로도 그랬죠. 연습실에서 처음 만난 날 저한테 따봉을 날리면서 ‘나이스하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준_ 희준 형은 춤도 ‘맛있게’ 잘 춰요.
이휘종_ 참고로 ‘냄새 난다’, ‘나이스하다’, ‘맛있다’ 모두 희준이가 자주 쓰는 표현이에요. ‘냄새 난다’는 사람 냄새 난다는 의미인데, 요새 저희 유행어예요.
세 분 다 뮤지컬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준 씨는 가수로, 다른 두 분은 연극으로 데뷔했는데 뮤지컬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요?
준_ 가수는 음악 방송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간이 3분 내외예요. 그런데 뮤지컬은 약 두 시간 동안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껏 선보일 수 있잖아요. 불러야 할 노래는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더 자유롭게 표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좋아요.
양희준_ 연극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면, 뮤지컬은 노래와 춤, 화려한 조명과 세트를 통해 감정을 극대화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이휘종_ 연극은 대화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뮤지컬은 혼자서 노래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가사를 대사처럼 전달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재밌어요. 노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랫말이 관객의 가슴에 박히도록 전달하고 싶죠.
골빈당 단원들도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잖아요. 단이가 골빈당에 들어와 성장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는데, 그가 골빈당에서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준_ 초반부 단의 시조는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에요. 제대로 뜻을 전달하는 법을 모른 채 ‘이렇게 하면 알아주겠지’ 하고 자기 맘대로 읊어대는 거죠. 골빈당에 들어간 뒤에는 요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전달하고, 그 결과 백성의 마음을 얻는 법을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양희준_ 제 생각에 단이는 외톨이로 지내다가 골빈당에 들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갈등과 화해를 겪으면서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전에도 시조에 재능은 있었지만,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동료가 생기면서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휘종_ 비슷한 얘기인데요, 처음에 단이는 하고 싶은 일 없이 망나니처럼 지내면서 그저 유희로 시조를 즐겨요. 그러다가 골빈당에 들어오면서 시조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이 생기고,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힘을 얻게 된다고 봐요.
단의 캐릭터가 쇼케이스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양희준_ 쇼케이스 때는 캐릭터에 저의 성격이 반영되다보니 단이가 한없이 철없는 망나니였어요. 지금은 너무 밉상으로 보이지 않게끔 중화가 됐어요. 표현을 좀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근데 애초에 차분함을 한 스푼 넣는다고 평범해질 애가 아니거든요. 그 전이 ‘투머치’라면 지금은 ‘머치’ 정도 됩니다.
각자가 연기하는 단이 지닌 특징이 있을까요?
준_ 까불거리는 연기를 할 때의 희준 형은 제가 대본을 보며 상상했던 단의 모습 그대로예요. 그러다가도 진지한 장면에서는 감정 표현이 섬세해서 놀랐어요. 휘종 형은 까불거리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운데, 진지한 장면에서는 희준 형이랑 또 다른 결의 감정을 보여줘요. 형들의 감정 연기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휘종_ 준이는 무대에 나와서 걷기만 해도 스웨그가 넘쳐요. 마음속의 울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삐딱하게 구는 이단아 느낌이에요. 희준이의 단은 천방지축이기 때문에 후반부의 변화가 더 확실히 드러나요. 그리고 준이와는 다른 희준이만의 섹시함이 있어요. 준이한테서는 스웨그를, 희준이한테는 섹시함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양희준_ 휘종이 말대로 준이는 <스웨그에이지>에서 스웨그를 담당하고 있어요. 순정 만화에 나오는 멋있는 반항아 같아요. 그건 준이가 지닌 고유한 매력이라 흉내낼 수가 없어요. 휘종이는 사슴같이 큰 눈망울만 봐도 (이휘종: 푸흡) 어떤 감정인지가 확 드러나니까 바라보는 사람도 같이 집중하게 돼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캐릭터에 접근해서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랄 때가 많아요. 휘종이의 접근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이휘종_ 서로가 서로에게서 참 많이 배우고 있어요. 말로 표현만 안 할 뿐이지. 냄새가 나서. (웃음)
지켜야 할 나만의 신조
<스웨그에이지>는 시조와 랩, 파워풀한 춤이 어우러진 색다른 뮤지컬이에요. 연습하면서 어렵거나 낯설게 다가온 점은 없었나요?
준_ 저는 다른 것보다 가사가 어려웠어요. 지금 시대에 쓰이지 않는 말이 많아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며 공부했죠. 랩은 제 스타일대로 할 수 있게끔 맡겨주셔서 부담 없이 하고 있어요. 춤도 정해진 안무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게 열어주셨고요.
이휘종_ 준이는 춤출 때 정말 자유로워 보여요.
양희준_ 춤으로 하나의 언어를 구사하는 느낌이죠.
이휘종_ 맞아, 나이스한 표현이다! 그동안 제가 참여한 뮤지컬의 안무는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정도여서 이렇게 제대로 춤춰 본 적이 없어요. 같이 공연하는 이창용 선배도 뮤지컬배우로 살면서 이렇게 자유롭게 춤춰 본 건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아직 마음에 족쇄가 있긴 한데 그걸 풀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양희준_ 저도 쇼케이스를 준비할 때는 노래와 춤 모두 익숙하지 않아서 채찍질을 많이 당했어요. 연출님, 음악감독님, 안무감독님이 다 학교 선배여서 저를 편한 마음으로(?) 채찍질하신 것 같아요. 덕분에 실력이 늘었죠.
코믹한 작품이다 보니 연습실 분위기도 유쾌할 것 같아요. 혹시 연습 중에 나온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나요?
양희준_ 아직 대본을 완벽하게 떼지 않은 상태라 상대역에게 누가 될까봐 애드리브는 자제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뭐, 한 장면에 150번 정도 나오지 않을까….
준_ 희준 형이 아이디어가 많아요. 나란히 앉아서 대본을 보다가 ‘나이스한 거 생각났다’면서 제 앞에서 시연을 하는데 그게 진짜 웃겨요. 마침 어제 연습하면서 형한테 배운 아이디어를 써먹어 봤어요. 진이가 ‘족보도 없는 시조인 것 같은데 어디서 배운 거야?’ 하고 물으면 단이가 ‘타고났지’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거기서 희준 형한테 배운 대로 어디 굉장한 데서 배워온 마냥 뜸을 들이면서 ‘그…저저… 타고났지’ 하니까 상대역이 빵 터지더라고요. 속으로 뿌듯했어요.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뭐예요?
준_ ‘운명’이요. 단이는 조선시조자랑에서 백성들이 골빈당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자 큰 상처를 받아요. 그러나 마지막에 다시 죽음을 무릅쓰고 조선시조자랑 무대에 서죠. ‘당신의 칼이 우리의 목숨을 빼앗을 순 있으나, 우리의 외침은 빼앗을 수 없소’라는 대사와 함께. 그 뒤에 백성들과 다 함께 합창을 하는데 연습할 때 소름이 돋았어요.
이휘종_ 맞아요, 가슴이 뜨거워진달까. 희준이는 이 노래 부를 때마다 울어요. 물론 힘들어서 그런 탓도 있지만. (웃음)
양희준_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지? (웃음) 그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불러야 하는 노래예요. 준이가 마지막 곡을 골랐으니 저는 첫 곡인 ‘조선 시조의 나라’를 꼽을게요. 15년 전 풍요로웠던 조선의 모습과 지금의 고통받는 백성의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예요. 쇼케이스 때는 없던 곡이라서 들을 때마다 감회가 새로워요.
이휘종_ 저는 ‘새로운 세상’을 좋아해요. 철없던 단이가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터닝 포인트에서 부르는 노래거든요.
극 중 백성들은 시조를 통해 위안을 얻고 희망을 꿈꾸잖아요. 세 분에게도 살면서 종종 되새겨 보는, 힘이 되는 문장이 있나요?
이휘종_ ‘사람의 말은 입에서 태어나서 귀에서 죽고 마음에서 살아난다.’ 시상식 때도 언급했던 시구인데,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타인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상처를 주곤 했거든요.
준_ 저는 항상 다른 사람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어느 날 부모님이 말씀하셨죠.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위치에서, 너는 너의 위치에서 행복하면 된다. 그 사람과 너는 서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삶의 관점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 신경 쓰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그 말씀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또 다른 사람의 삶 역시 나의 잣대로 함부로 평가하지 않게 됐어요.
양희준_ 쑥스럽지만 제 삶의 신조는 ‘내일 걱정은 내일모레 하자’예요. 걱정하면 할수록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기분만 다운되더라고요.
이휘종_ 어? 근데 어제는 왜…. (일동 웃음)
양희준_ 제가 인터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준_ 지금 인터뷰 잘하고 있는데. 나이스해!
극 중 백성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던데, 지금 세 분의 소원은 뭔가요?
준_ 제 소원은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거예요. 그동안 아티스트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언젠가 준이라는 이름 앞에 가수, 배우를 넘어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 붙는 날이 오길 바라요.
양희준_ 음, 준이 말을 듣고 반성했어요. 50억 원이 소원이란 말은 하면 안 되겠다. 제 소원은요, 철들지 않는 거예요. 제가 평소에도 철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심각하게 반성한 적은 없어요.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평생 때 묻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살아가고 싶으니까요.
이휘종_ 저도 계속 배우로 살아가는 게 가장 큰 소원이에요. 이렇게 아티스트들, 철없고 재밌는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작품을 선보이며 살고 싶어요. 보통 작품이 끝나면 각자 살길이 바쁘기 때문에 흩어지기 마련인데 그 가운데서도 드물게 한두 명,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곤 해요. 그럴 때 가장 행복해요. 왜냐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라이벌로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친구는 그 누구보다 의지가 되는 상대이기도 하죠. 그런 인생 친구를 만나는 것 또한 저의 소원이에요.
마지막으로 작품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양희준_ 주인공은 저희가 아닙니다. 여러분입니다.
이휘종_ 아니야, 백성들이지. 주인공은 백성들입니다.
양희준_ 인터뷰에서 계속 나왔던 말처럼 저희 셋의 단이 엄청 달라요. 결론은 세 번 보세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9호 2019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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