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경수, 필연적 시간
한동안 휴식기를 보냈던 이경수가 지난 3월 <여명의 눈동자>로 복귀하자 그의 활동 재개를 반기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후 <1976 할란카운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까지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스웨그에이지>에서는 이전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캐릭터로 흥을 전하고 있다.
도전의 연속 <스웨그에이지>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sjg02066)
이경수 음악과 안무를 잘 아우른 연출.
“노래는 한 번 불러보면 잘 쓴 곡인지 못 쓴 곡인지 알아요. <스웨그에이지>는 ‘오! 잘 썼네. 이것 봐라’ 했죠. 서양 스타일 같으면서 한국적인 것도 있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쇼케이스 했던 날 회식하면서 이정연 작곡가 겸 음악감독한테 ‘음악을 잘 써서 (최)민철 형도 하고 나도 한다고’ 했어요.”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에서 십주를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paloa)
이경수 능글능글. 한량. 카리스마 등등.
“제작사에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춤이 이 정도로 많을 줄 몰랐어요. 처음에 홍국을 하는 줄 알았는데 십주라고 하더라고요. 리더 캐릭터라고 해서 늘 해온 무게감 있는 역할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허당끼가 많고. 무게감 잡는 홍국이 있으니까 가볍게 연기하려고 애썼어요. 저한테는 도전이었죠. 실제 성격을 연기에 반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누가 실제 모습을 다 보여주려 하겠어요. 30대였으면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제가 조금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게 되더라고요. <스웨그에이지>는 조선이 배경이지만 우리가 아는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실제라고 생각하면 규모가 너무 커지니까요. 시조대판서도 없던 관직이고. 픽션이라 상상으로 해도 무관할 것 같아서 강남구 정도 크기인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THE MUSICAL 십주의 개그 코드는 개인 취향인가요? (huilll)
이경수 완전 저입니다.
THE MUSICAL 1인2역(자모, 십주)을 연기하는데 각각 어떤 차이를 두고 연기 하나요? (iriis)
이경수 발성 차이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에서도 그랬고 1인2역을 몇 번 해봤어요. 두 인물을 순식간에 바꿔 연기해야 하는데 바뀌었다고 생각만 하는 걸로는 관객들에게 인지가 안 되잖아요. 의상을 바꿔 입었다고 인물이 바뀌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연기할 수 있는 폭을 넓혀요. 자모를 하기 직전에 춤을 추다 보니 호흡은 떠 있지만, 톤을 최대한 다르게 하려고 애써요. 발성도 순간적으로 변화를 주고요. 캐릭터에 대한 접근은 그다음에 해요. <스웨그에이지>는 음악이 탄탄해서 1인2역이 어렵진 않았어요. 뮤지컬은 확실히 음악의 힘이 크니까요. 자모는 순진무구한 인물이에요. 높은 위치에 올라갔지만 정작 주위에 도와줄 사람은 없었던 캐릭터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홍국과 완전히 반대 성격이죠. 십주는 쉽게 말해 자모의 비서나 보좌관 같은 인물이었어요. 십주가 자모 옆에서 한 달만 지켜봐도 느끼는 게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십주는 자모의 어떤 숨결을 느꼈을까 상상했어요. 그러면서 둘은 나중에 의형제가 되죠.”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에서 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나요? (eyelash23)
이경수 어려워요. 춤추고 노래하려고 하니까 숨이 차서….
THE MUSICAL 자모를 연기할 때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요? (enmaehwa)
이경수 퀵체인지.
“두루마기 같은 하얀색 의상으로 갈아입는데 보니까 겨드랑이가 튿어져 있었어요. 수선이 안 되어 있었던 거죠. 자모로 무대에 등장해 있는데 옷에 팔을 넣은 상태에서 빼서 다시 입는 건 불필요한 동작이었어요. 이대로 가자고 생각해서 등을 돌려 옷이 튿어진 쪽 팔은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하는데 사실 다 보이죠. 그래서 외팔이 자모가 된 적이 있어요. 그러고 나와서 이창용이 일부러 뚫은 거 아니냐고 장난으로 그랬어요. 둘이 같은 옷을 입거든요. 확인은 해보지 않아서 누가 그랬는지는 몰라요.”
THE MUSICAL 자모를 연기할 때 머리띠를 안 하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iriis)
이경수 창용이가 더 잘 어울려서요. 크크크. 그건 창용이 거예요.
“첫 회엔 머리띠를 했어요. 창용이는 머리를 올려서 이마에 띠를 하는데 저는 내려서 했거든요. 민철 형이 첫 공연 때 그걸 보고 웃음을 뿜었대요. 머리띠 위로 머리가 떠서 힙합 전사가 나온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옷을 바꿔 입을 시간이 1분도 안 될 정도로 엄청 짧은 데다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하려고 하니까 머리 모양이 눌리기도 해서 그 뒤로 안 해요. 공연한 게 있으니까 이제는 다시 못 바꿔요. 저는 머리에 뭐가 있으면 방해돼서 잘 못하기도 하고요.”
THE MUSICAL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뭔가요? (zue1212)
이경수 오프닝 곡이요. ‘시조의 나라’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 음악은 국악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데 창법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haha7979)
이경수 ‘시조의 나라’ 때 발음을 약간 창을 하듯이 내려고 하죠. 잘 들어보세요.
THE MUSICAL 춤추는 역할이 어렵지 않나요? (whybeno4mal)
이경수 연습 땐 어려웠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김은총 안무가도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스웨그에이지>는 기존 안무와 다른, 소위 별나라 안무잖아요. 그걸 제가 하려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안 외워지는 거예요. 후배들에게 만날 ‘미안하다. 한 번만 맞춰줘라’ 했어요. 순수 역 맡은 아영이가 상주하면서 도와줬어요. 춤 실력이 더 발전하면 좋은 일이지만 너무 연연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제가… 젊지 않아요. 예전에 <라이온 킹> 하던 몸이 아니에요.”
THE MUSICAL 단체 군무 출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mkreel)
이경수 틀리지 말자!
“배우들이 워낙 잘해서 춤에서 느낌을 내는 건 맡겼어요. 군무할 때 저는 그 느낌을 그대로 흉내는 못 내도 뒤쳐지지만 말자 했어요.”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를 연습하면서 도망가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enmaehwa)
이경수 그런 적 있어요. 춤이 안 외워져서….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를 연습하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gmlgus23)
이경수 의상 피팅 때 거의 모든 배역 의상을 혼자 다 입어 봤어요.
“의상이 전부 와 있어서 왕 의상도 입어보고 그랬어요. 그냥 그 느낌이 궁금해서요. 옷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있잖아요. <스웨그에이지>는 뮤지컬 중 처음 해본 사극이었어요. 사극을 해본 적은 통역관으로 나왔던 영화 <가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THE MUSICAL 단 몽타주를 나라면 잘 그릴 자신 있다. VS 지금이 최선이다. (ahaha7979)
이경수 미술을 오래 했어요.
“다섯 살부터 스무 살 때까지 미술을 했어요. 단 몽타주는 제가 안 그렸어요.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고요. 지금은 그릴 시간이 없어요. (웃음)”
THE MUSICAL 십주의 소원은 뭘까요? 공연 볼 때마다 너무 궁금해요. (94wlgml)
이경수 십주의 소원은 골빈당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 그리고 국가의 안정과 번영. 하하하.
THE MUSICAL 팀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 무대 뒤는 어떤가요? (sia_sia)
이경수 엉망이에요. 하하하하하하.
“이번 공연에는 처음 만난 배우들이 많았어요. (최)민철 형도 그랬고, (임)현수도 처음 만났어요. 배우들을 보고 대표님이 캐스팅을 기가 막히게 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단과 진 역 배우들은 ‘우와’란 탄성이 나왔어요. 연습실 분위기도 엄청 재밌었어요. 저와 창용이가 거의 분위기 메이커고요. 팀 분위기가 좋으니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돼요.”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 공연 중 실수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94wlgml)
이경수 조선 마술사 입에서 (나와야 할 것들이) 나오질 않아서 정말 뿜을 뻔 했어요. 크크.
THE MUSICAL 이번 작품으로 데뷔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조언도 하나요? (eyelash23)
이경수 적당한 선에서 조언합니다.
“저나 민철 형, 현수, 창용이, 다들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학교 후배들이 만든 작품인데, 이제 갓 데뷔한 창작자들이다 보니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계속 노력해서 대본을 탈고하고 고쳤어요. 흐름에 따라 관객분들이 극에 더 이입하려면 어떤 캐릭터가 부각되면 좋은지 의견을 내면 대본이 새로 나와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장면 하나 나가는데도 오래 걸렸어요. 배우들도 신인이 많다 보니 현장 경험이 적어서 움직임이나 여러 가지가 민첩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거죠. 저는 그맘때 더 못했거든요. 이번엔 선배 역할을 조금 많이 했죠. 민철 형도 그랬고.”
THE MUSICAL 경수 십주는 커튼콜 때 봉을 탈 의향이 없는지 궁금해요. (sia_sia)
이경수 손에 불나요.
THE MUSICAL <스웨그에이지> 커튼콜에서 막춤은 연습하는 건가요? 그날의 느낌으로 추는 건가요? (iriis)
이경수 그날의 느낌대로 추는 거죠. 오로지 퓔. 오늘은 ‘발해를 꿈꾸며’
THE MUSICAL 조선의 아이돌이 골빈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아이돌도 알고 있나요? (sia_sia)
이경수 알죠! 방탄소년단(BTS)도 알고 프로미스 나인, 유키스의 준도 알아요. 완전 팬이에요. 하하하.
재충전 후 만난 무대
THE MUSICAL <블랙 메리 포핀스> 이후 휴식기였나요? 다시 돌아와서 기쁩니다. (akro977)
이경수 집에서 육아를 했어요. 크크.
THE MUSICAL 쉬지 말고 소처럼 일할 생각은 없나요? (ahaha7979)
이경수 난 소요. (음머~~~)
“휴식은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제 이미지나 연령대에 어울리는 작품이 많지 않았고, 작년에는 여러 오디션을 봤는데 잘 안 됐어요. (조)상웅이가 ‘형은 이제 소처럼 일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여명의 눈동자>부터 바빠졌는데 쉬는 동안 연습에 매진하면서 노래가 많이 늘었어요. 성악 트레이닝을 많이 받았거든요. 레슨 받은 걸 계속 반복하면서 소리에 살 붙이는 연습을 했어요. 소리도 근육처럼 살이 붙거든요. 그 시간을 보낸 걸 후회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이런 시기를 보낸 건 현명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THE MUSICAL 맡았던 캐릭터 중 특별히 애착 가는 인물이 있는지 궁금해요. (catastrophe)
이경수 사람은 아니고 사자요.
“데뷔를 2005년 일본에서 <라이온 킹>으로 했어요. 한국에선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샤롯데씨어터 개관작으로 <라이온 킹>에 출연했고요. 둘 다 심바를 맡았어요. 그땐 정말 날아다녔어요. 에너지가 격했죠.”
THE MUSICAL <여명의 눈동자>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던데 하림을 다시 연기할 생각이 있나요? (whybeno4mal)
이경수 해야죠.
“<여명의 눈동자>는 작품 자체가 불안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어요. 만난 배우들도 좋았고, 김진태 선생님과도 오랜만에 같이해서 좋았어요. 요즘은 선생님들께서 세대 차가 많이 나니까 조언해 주시거나 그러지 않으시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뵈었고, 따님이 저와 동갑이어서. 편하게 대해 주셨어요. 이번에 하면서 엄청 혼났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나이도 있으니까 다른 분이었다면 ‘나에게 왜 이런 얘길 하지?’ 했을 텐데, 선생님 말씀은 다 맞는 얘기라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어요. 바로 ‘내가 틀렸구나’라는 게 느껴져서 바로 ‘고치겠습니다’ 하게 돼요. 고쳐서 해보면 ‘아! 이걸 위해서 이렇게 하라고 하셨구나’ 하게 돼요.”
THE MUSICAL 안 해본 뮤지컬 중에 해보고 싶은 극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해요. (ahaha7979)
이경수 음악이 좋은 작품은 다 해보고 싶어요.
THE MUSICAL 노래 잘하는 비법이 무엇인가요? (whybeno4mal)
이경수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연습이요.
THE MUSICAL 공연할 때 애드리브를 좋아하나요? (1004a27)
이경수 아니요.
THE MUSICAL 뮤지컬 외에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eyelash23)
이경수 다 해봤어요.
THE MUSICAL 배우로서 신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haha7979)
이경수 건강한 배우가 되자.
또 다른 자양분
THE MUSICAL 공연 없는 날에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jjinnnnnkk)
이경수 운동과 육아.
“아이 둘 다 아들인데 큰 아이는 다섯 살이고 둘째는 백일이 갓 지났어요. 그것 때문에 3월에는 엄청 바빴죠. 이런 살얼음판이 없었어요. 그래도 첫째 때 해봐서. 요즘은 공연을 계속하고 있어서 전만큼 육아를 못하고 있어요.”
THE MUSICAL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데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ahaha7979)
이경수 수영합니다.
THE MUSICAL 지금 미술 실력도 예전 그대로인가요? (dnmsab)
이경수 손만 풀리면 나올걸요?
THE MUSICAL 배우가 안 됐다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아요? (ahaha7979)
이경수 미술 교사요.
“미술은 어릴 때부터 해서 조금씩은 다 했어요. 수채화를 제일 많이 했고. 대학교도 미술교육학과에 가서 미술 교사가 꿈이었어요. 제 친구들은 다 미술 교사를 하고 있거든요. 대전, 충남 지역에서는 미술로 잘 알려진 대학이라 갔는데, 원래 서울예대에 가고 싶었어요. 제일 친한 친구도 거기 실용음악과에 지원한다고 해서 1998년도에 동시에 넣었는데 떨어졌어요. 친구는 재수하고 저는 미대를 1년 다녔죠. 그러다 친구는 실용음악과에, 저는 연극과에 99학번으로 입학했어요. 그 친구가 김종국이 부른 ‘한 남자’를 작곡한 황찬희 작곡가예요. 꼬마 때부터 유치원,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이 나왔어요. 학교를 다 같이 나온 친구는 세상에 그 친구밖에 없어요.”
THE MUSICAL 누가 제일 잘 해주나요? 누구랑 제일 친해요? (zzz5774)
이경수 김우형? 크크.
“우형이와는 학교도 같이 다녔어요. 창용이도 같이 다녔고. 우형이랑은 1년 차이밖에 안 나고, 창용이는 제가 제대 후 복학했을 때 (정)원영이랑 막내로 입학했고. (조)정석이도 같이 학교 다니고. 재밌었어요.”
THE MUSICAL 평소에 즐겨 부르는 노래는 무엇입니까? (yjapriljung)
이경수 클래식이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성악을 좋아했어요. 일본에서 유학할 때 돈만 있으면 관련 CD나 DVD를 샀어요. 일본은 1950~1960년대에 세계적인 테너와 소프라노를 모셔 와서 공연한 흑백 자료를 남겨놨더라고요. 지금도 집에 클래식 CD가 많아요. 휴대전화에도 보면 가요가 하나도 없어요. 오페라처럼 마이크를 안 쓰는 홀에서 공연해 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1호 2019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