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보통의>, 어느 밤 또 다른 지구에서 그녀가
니스에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났을까. 그동안 이곳에 머물며 니스의 골목골목을, 샤갈 미술관을, 바다를, 밤하늘을 보았다. 하루의 마무리는 늘 해변. 오늘도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멀리서 걸어오는 한 여자를 보았다. 지치고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 그녀는 나였다. 나와 같은 모습의 또 다른 존재.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또 다른 지구에서 온 그녀는 평생 그리던 꿈을 만났지만 그 눈은 공허했다. 우리는 멀찍이서 한참 서로를 마주했다. 그녀는 그 이상 다가오지 않았고 말없이 뒤돌아 떠났다.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은기다. 언제나 내 손을 잡아주는 내 옆의 사람. 내 은기. 그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밤, 수면 위로 비치는 별빛은 우주와 다름이 없다. 그래, 이토록 보통의 순간을 함께하는 너와 내가 진짜 별, 진짜 빛, 진짜 나…. 손을 마주 잡자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그녀가 떠난 자리를 바라본다. 분명 그녀와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우린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겠지만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다한 자신이 있을 뿐이다. 전할 수 없는 이 말은 바람으로 남겠지만,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토록 보통의>는 우주비행사를 꿈꿔 온 제이가 연인 은기 옆에 자신의 복제 인간을 남겨두고 우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제이 역 최연우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평행 지구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난 제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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