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배우 6인의 이야기
내가 무대를 사랑하는 이유
언제나 무대를 묵직하게 지켜주고 끌어가는 앙상블 배우. 그런데 그들 사이에서도 ‘리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앙상블 팀 전체를 이끄는 배우장, 안무와 관련된 모든 일을 통솔하는 댄스캡틴 그리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임배우까지. 올 한 해 앙상블 배우들 사이에서 소문난 리더들을 모아봤다.
조상현(오른쪽) - <벤허> 선임배우 & 무술감독
최도진 (왼쪽)- <영웅본색> 배우장
뮤지컬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도진_ 대학에서 뮤지컬 전공 후배들의 졸업 작품에 참여하며 관심이 생겼다. 졸업 후 친구의 연락으로 뮤지컬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렇게 출연하게 된 작품이 <화랑>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노래, 춤, 연기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조상현_ 뮤지컬은 2013년 <삼총사>가 처음이었다. 뮤지컬 무대에 서다 보니 매력에 빠졌다. 원래 액션 배우로 활동했는데, 이런 점을 살려 뮤지컬 무술감독까지 맡았다. 낮과 밤엔 앙상블 배우로 활동하고, 이후에는 무대에서 무술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한다.
최도진 배우는 <영웅본색>에서 배우장을 맡았다. 어떻게 정해졌나.
최도진_ 앙상블 배우장은 보통 앙상블 배우들끼리 정한다. 그런데 이번 <영웅본색>은 배우장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 보니 연습 외에도 동료 배우들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영웅본색>은 창작 초연 작품이고, 후배들에겐 이 자리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맡게 됐다.
배우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도진_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배우장은 항상 앙상블 팀의 상태를 체크해야만 한다. 또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건네는 것도 필요하다.
조상현_ 배우장은 앙상블 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다. 앙상블 배우들끼리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나 배역 배우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경력이 많고 팀에서 신뢰를 받는 배우가 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배우장을 추천할 때 똘똘한 사람을 찾게 되더라. 도진이 같은 후배들이 든든하다.
조상현 배우는 <벤허>의 앙상블 배우들 중 고참 배우였다.
조상현_ 배우장의 역할도 있지만, 선임의 역할도 중요하다. 경험자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초년 시절 선배들은 편하게 공연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이 자리에 올라오니 전혀 아니더라. 매번 ‘꼰대’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런 마음가짐 때문에 나이 차가 나는 후배들과도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웃음)
최도진_ 상현 형을 비롯해 다른 선배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중요한 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선임배우에 따라 앙상블 팀의 퀄리티 차이가 생긴다. 상현 형은 성격이 좋아서 후배들과 편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연습 중 카리스마를 뿜으면 모두가 긴장하게 돼서 배우장으로서 감사하다.
앙상블 팀의 결속력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도진_ 각자 맡은 부분을 책임감 있게 잘 해내야 한다. 이것이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앙상블 팀의 퀄리티 혹은 관계가 흔들린다.
조상현_ 뮤지컬에서 팀워크는 정말 중요하다. 도진이와 함께 출연한 <벤허>에서는 남자 앙상블만 있었는데, 다들 각자 자신의 역할에 모든 것을 쏟았다. 연습 과정에서 끈끈함도 많이 생겼다. 연습실부터 이런 분위기가 잡히니까 공연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다.
앙상블 배우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조상현_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연습 시간이 부담된다. 연습 기간 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하면 작품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줄어들고 개인적인 시간도 없어진다.
최도진_ 동감한다. 어제 <영웅본색>의 연습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점심과 저녁 먹는 두 시간을 제외하고는 안무 연습이 계속됐다. 그런데 연습실에서 연습한 것만 가지고 잘하는 배우는 거의 없다. 다시 연습해야 하고, 영상이나 레퍼런스를 더 찾아봐야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수면 시간을 줄여야만 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조상현_ 아주 짧은 대사 하나라도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태어난 과정부터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등등 이렇게 캐릭터를 고민하지 않으면 장면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주연 배우들은 대본에 캐릭터의 성향이나 서사가 친절하게 설명되지만, 앙상블 배우는 스스로가 고민해야만 한다. 매번 공부하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연습하면서 많은 시도를 해보고 찾아놔야만 한다.
최도진_ <벤허>의 2막 첫 장면 ‘텔고’에서는 무희들이 춤을 춘다. 그러나 이 장면의 지문은 ‘무희들이 춤을 춘다’가 끝이다. 이것만으로는 무대에서 확실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고난이도의 안무 외에도 세부적인 디테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대상이나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한다. 때문에 해당 시대상이 드러난 자료를 많이 찾아봤고, 이질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적정선을 얻게 됐다.
가장 고생했던 작품은 무엇인가.
조상현_ <벤허>에서의 절름발이 캐릭터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이 설정은 연출님과 상의해 직접 만들었다.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배우로서 큰 도움이 된다. 하나 아쉬운 점은 등장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 하하.
최도진_ <프랑켄슈타인>의 시체는 대사 하나, 노래 한 소절도 없지만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다. 안무감독님과 항상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와서 연습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다. 시체를 무사히 해낸 자신이 자랑스럽다. 가끔 <프랑켄슈타인>의 시체를 하지 않았냐고 묻는 후배들이 있다. 그들은 날 타고난 댄서라고 알고 있지만, 같이 공연하는 동안 내가 노력파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웃음)
무대에 올라가기 전의 마음가짐은 어떤가.
최도진_ 긴장은 되지만 그래도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많이 연습한 만큼 웬만해서 실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만약에’라는 가정을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고 집중한다.
조상현_ 무대는 프로가 서는 곳이다. 실수가 없으려면 항상 무대 아래서부터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 내 모든 것을 쏟을 준비를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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