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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김수하, 신인 같지 않은 신인 [No.196]

글 |박병성 사진 |배임석 2020-01-31 6,196

새롭게 포착된 빛나는 얼굴들

 

새해의 첫 달을 기념해 지난 한 해 동안 무서운 기세를 보여준 신인 배우 네 명과 만났다. <더뮤지컬>은 신년 초 눈여겨볼 신인 배우들을 주목하는 특집 인터뷰, 일명 ‘라이징 스타’ 코너를 한동안 쉬었다. 그런데 신인에게 기대하기 힘든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 배우들은 주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김수하, 신인 같지 않은 신인

 

김수하가 국내 관객들과 만난 것은 <스웨그에이지> 단 한 작품. 그런데도 무대에 서는 순간 존재감이 다르다. 무엇보다 정확한 딕션과 풍성한 성량, 딱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는 군더더기 없는 연기가 시선을 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인 김수하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수하의 데뷔 무대는 2015년 웨스트엔드의 <미스 사이공> 킴 커버 역이었다. 일본 공연에 지원한 오디션 영상을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보면서 특별한 이력이 시작됐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캐머런 매킨토시가 일본 공연에 앞서 웨스트엔드 공연을 제안했다.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을 비롯 전 세계를 돌며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렇게 킴으로 해외 무대에 선 것이 햇수로 4년이다. 해외에서 생활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어린 나이에 언어마저 서툴다면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김수하는 첫 해외 프로덕션이 끝난 이후 돌아오지 않고 그다음, 또 다음 해도 해외 무대를 선택했다. 뻔히 보이는 고난을 선택한 강단이 그녀의 타고난 자질이라면, 그 선택의 결과 최고의 프로덕션에서 다져진 경험은 배우 김수하의 역량을 단단하게 했다.

데뷔 6년 차, 국내에서 활동했다면 10개 이상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올해 <스웨그에이지>로 한국 무대에 서기까지 그녀는 오로지 <미스 사이공>의 킴으로만 살았다. <미스 사이공>은 30년째 공연을 이어오면서 작품과 인물에 대한 정리가 끝난 상태다. 처음에는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상황이 불편해 연출과 부딪혔다. 그러나 점차 그들이 요구하는 킴의 옷을 입다 보니 왜 그들이 그렇게 요구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연출의 말을 이해하려다 보니 작품 분석력도 좋아지고 연출 지시에 반응하는 순발력도 생겼다. 게다가 웨스트엔드의 대표 배우와 같은 역할로 서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이 적지 않았다. 

한 작품을 오래 지속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았다. “이제 킴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다음 날 그동안 전혀 몰랐던 킴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럼 또 킴에 깊게 빠지게 되고. 그런 시간의 반복이었어요.” 그래서 <스웨그에이지> 진 역을 준비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킴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말에 놀랐다. 킴을 입는 데도 힘들었지만 벗어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김수하는 무대에서 배우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보이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굴곡 많은 삶을 산 킴에서 벗어난 그녀는 진중하지만 꽤나 밝은 진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진이라는 인물과 만나 몸을 꽤 잘 쓰는 김수하의 예상치 못한 능력도 감지할 수 있었다. 국내 관객들에게 <스웨그에이지>의 진 역할만으로도 배우 김수하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지만, 배우 김수하의 매력은 아직 조금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무한한 가능성과 매력을 지닌 배우 김수하의 내일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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