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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ENSEMBLE] <레베카> 한연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다 [No.197]

글 |박보라 사진 |김동하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20-02-26 6,373

<레베카> 한연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다 


 

한연주에게 임신, 출산, 육아라는 짧지만 긴 휴식기의 복귀작이 된 <레베카>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출산 후 6개월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만큼 더욱 특별하다고. 특히 섬세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무대에 오를수록 매력을 느낀다는 말도 덧붙였다. <레베카>에서 플레이걸, 테니스걸, 가정부, 애나메이윙, 어부 부인 등 무려 일곱 캐릭터로 활약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막 1장‘절대 귀부인은 못 돼’ 중 플레이걸 역

몬테카를로의 고급 호텔 로비에서 막심과 ‘나’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에요. 저는 호텔 로비에서 플레이보이의 팔짱을 끼고 등장하는 플레이걸이랍니다. 이 장면은 등퇴장의 타이밍만 정해져 있는데, 음악 반주에 맞춰 등장하고 반호퍼 부인의 웃음소리에 맞춰 퇴장해요. 그래서 플레이보이와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죠. 무엇보다 배우들마다 막심, ‘나’, 반호퍼 부인의 호흡이 다 달라요. 그래서 저와 플레이보이는 배우들에 맞춰 리액션을 다르게 한답니다. 발걸음 수와 걷는 속도까지도 전부 다르게 설정했죠.

 

1막 2장 ‘아침 식사’ 중 테니스걸 역

몬테카를로의 호텔 로비에서 야외로 바뀌는 장면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죠. 식사하는 사람, 테니스를 치러 온 사람, 산책하는 사람 등등이요. 저는 테니스를 치러 나온 커플 중 한 명이에요. 이 장면에서 저의 비밀은 제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하하. 제 파트너와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연남이 저의 허리를 살짝 감싸고 가거든요. 그때 제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잘 살펴봐 주세요. 또 이 장면 초반에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요. 주제는 몬테카를로의 상류층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이랍니다. 노래 박자에 맞춰서 안무 포인트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연습하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모든 안무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해서 많은 노력을 쏟았죠. 주어진 상황 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랍니다. 

 

1막 4장 ‘새 안주인 미세스 드윈터’ 중 가정부 하녀 역

<레베카>는 캐릭터마다 걸음걸이나 자세, 걷는 속도 등이 다 정해져 있어요. 서로 사소한 디테일이 다르지만 군무 장면에서는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야 해요.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리기 위해 모두가 고생하며 연습했어요. 1막 4장이 바로 <레베카>의 대표적인 장면이죠. 제가 극 중 가장 많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가정부로, 이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존재해요. 가정부 하녀, 세탁 하녀, 주방 하녀, 설거지 하녀 그리고 막내 하녀인 클라리스로 나뉜답니다. 전 이들 중 가장 높은 가정부 하녀로 활약하고 있는데, 2층에서 철부지 하녀와 함께 유리창을 닦고 있어요. 종종 댄버스 부인처럼 깐깐하게 하녀들에게 지시하거나 혼을 내죠. 이 장면 외에도 난초에 물을 주거나, ‘나’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맨덜리 저택을 바꾸려고 할 때도 가정부 하녀로 등장한답니다. 

 

1막 13장 ‘맨덜리 가장 무도회’ 중 애나메이윙 역

애나메이윙은 세계 최초로 알려진 중국계 미국인이래요. 그래서 맨덜리 가장무도회에서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단검을 들고 등장하죠. 처음에 애나메이윙을 맡게 됐을 때, 앞서 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겁을 주더라고요. 머리 장식이 너무 무거워서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요. 그런데 드레스 리허설을 할 때, 걱정보다 괜찮아서 다행이었죠. 처음 애나메이윙의 의상을 입었을 땐 조금 낯설었지만, 지금은 주변에서도 애나메이윙에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줘서 기분이 좋아요. 막심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데 네 명의 막심마다 모두 다른 반응을 보여요. 이런 반응을 보는 것도 큰 재미가 있답니다. 

 

2막 2장 ‘건지는 놈이 임자’ 중 어부 부인 역

<레베카>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면으로 꼽히죠. 전 오른손에 등불을 들고 있는데 팔이 굉장히 아프답니다. 등불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잡이를 잡아야 하는데, 힘과 요령이 필요하거든요. 또 남성 배우들이 들고 등장하는 트랩이 굉장히 위험해요. 보기와는 달리 쇠로 되어 있어서 정말 무겁거든요. 동선을 칼같이 맞추지 않으면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모든 배우가 굉장히 조심히 움직여요. 다행히도 지금까지 이 장면에서 사고는 없었답니다. 체력 소모가 커서 장면이 끝나면 다들 ‘헉헉’ 거리면서 옷을 갈아입어요.

 

2막 7장 ‘공판’ 중 참관인 역

퀵체인지로 의상을 갈아입어야 해서 살짝 정신이 없는 장면이에요. 공판장에서 앞줄은 맨덜리 저택 사람들과 기자들이, 뒷줄은 동네의 주민들이 앉아 있어요. 전 뒤쪽에 참관인으로 앉아 있어요. 종종 참관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의 시선이 느껴지죠. 공연마다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데, 막심 편에 서서 그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이 장면에서 대사가 따로 없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가 있어서 재미있어요.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시작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대 배우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해요.

 

2막 12장 ‘불타는 맨덜리’ 중 가정부 하녀 역

불이 난 맨덜리 저택에서 사람들을 살리려고 무대를 뛰어다니고 있죠. 저는 다른 가정부 하녀와 둘이서 맨덜리 저택을 간신히 빠져나오는데, 저와 함께 탈출한 가정부 하녀는 집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살리겠다고 불길에 다시 뛰어들어요. 이 장면의 비밀이 하나 있답니다. 불타는 맨덜리 저택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막심이 지나갈 좁은 길이 존재한다는 것. 막심이 사람들을 헤치고 맨덜리 저택에 뛰어 들어가면 순식간에 틈이 메워져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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