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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박준휘,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No.197]

글 |박보라 사진 |이승재 2020-02-27 5,894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박준휘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박준휘는 최근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로, 지난해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테레즈 라캥>, <오시에 오시게>, <여신님이 보고 계셔>까지 무려 다섯 작품에 참여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서 말하는 그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뚝심이 있다는 것. 성공을 쫓기보다는 매일 무대에 설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박준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다. 이를 보다 못한 부모님께서 마음을 다잡으라고 연기 선생님에게 데려갔는데, 그때 배운 연기가 흥미로웠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4학년이 돼서야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졸업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만 남겨둔 시기에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오디션 소식을 접했다.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합격이라는 행운이 왔다.  
 

데뷔 당시의 모습을 회상해 본다면?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마음밖에 없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잘해야 한다. 자주 ‘준휘야, 관객들은 비싼 티켓 값과 시간을 들여 공연을 보러 오는 거야’라고 스스로 쓴소리를 한다. 데뷔 당시보다 자신에게 더 혹독해졌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더 잘하고 싶다. 
 

2019년에는 무려 다섯 작품이나 참여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많은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했지만, 공연과 연습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물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잠을 줄여가며 혼자서라도 연습했다. 연습실과 공연장을 가면 주변에서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특히 ‘잘하고 있으니까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들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참여한 이유가 있다면?  뮤지컬 토크 콘서트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다. 오디션에서 스메르쟈코프의 노래인 ‘발작’의 한 소절을 불렀고, 그 자리에서 바로 좋은 결과를 들었다. 그때 느꼈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연에 참여하면서 작품이 더 좋아졌다. 재연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가끔 초연 멤버들을 만나면 언제 다시 공연하냐고 물을 정도였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공부할 내용이 많아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품이다.
 

재연은 초연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스메르쟈코프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나.  스메르쟈코프는 표도르의 네 아들 중에서 가장 속을 알 수 없으면서 자유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초반부터 그의 말이나 행동의 의도를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후반부에서야 드러나는 스메르쟈코프의 진짜 모습과 행동의 이유, 의도 등을 잘 표현해 내 확실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 아직은 다듬고 있는 중이지만, 초연보다 성장한 스메르쟈코프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현재 공연 중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작품 성격이 무척 다르다.  주변 걱정들과는 달리 나는 작품과 캐릭터에서 쉽게 벗어나는 편이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우와, 오늘도 무사히 끝났다!’라고 생각한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두 작품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서 혼란스럽거나 힘들지는 않다. 서로 다른 결의 작품에 참여하는 자체가  즐겁다. 
 

직접 경험한 일 가운데 뮤지컬배우 중 9할은 못 해봤을 경험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복조리를 팔았다. 하나를 팔 때마다 2천 원씩 벌었는데, 커다란 크로스백에 복조리를 가득 넣어 다녔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제가 산에 올라가서 한 땀 한 땀 만든 복조리입니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정말 힘들었던 경험이다. 
 

평소 가장 많이 쓰는 단어나 문장은?  매일 연습실과 공연장에 가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저절로 ‘안녕하세요’가 나온다. 또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 해’라고 혼잣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잠들기 전에는 나에게 ‘준휘야, 고생했다’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쇼트트랙을 배웠다. 여전히 쇼트트랙을 계속하고 있다면 ‘제2의 안현수’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가장 멀리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은?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절대 되고 싶지 않은 유형은 있다. 약삭빠르고 주변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 이런 유형의 사람으로 변하지 말자고 혼자 다짐한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혼자 있을 때 귀신이 나올까봐 무섭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가끔 헛것을 보기도 했다. 또 혼자서 하는 일들이 낯설다.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못 한다. 밖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는 음식을 포장해서 집에 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굶는다.
 

당신에게 완벽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연습이나 공연이 끝나고 함께 고생한 사람들과 따뜻한 밥을 먹는 것. 혼자서는 못하니까. 무엇보다도 공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좋다. 또 부산에 계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내겐 완벽한 행복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자만하지 않는 배우,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행복한 사람. 무리한 욕심은 독이 될 수 있으니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7호 2020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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