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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공연계 직업 탐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 팀 실장 [No.198]

글 |안세영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2020-04-03 7,631

공연계 직업 탐구 

 

공연 프로듀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로 해외 팀과 작업하는 연출부는 무슨 일을 하나요? 홍보마케팅 팀의 업무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요? 공연계 입문을 희망하는 예비 공연인들의 단골 질문 리스트를 뽑아보자면 이렇다. 궁금증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는 것 아닐까. 각각의 영역에서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아온 3인방에게 공연계에서 프로로 살아남는 법을 들어본다.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 팀 실장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최승희 실장은 2003년 신시컴퍼니에 입사해 <맘마미아!>, <아이다> 초연부터 최근의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의 역사를 함께했다. 홍보인으로서 작품에 관련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알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무기다. 


 

공연 홍보 팀의 업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작품이 정해지면 우선 홍보에 쓰일 사진과 영상 촬영을 진행한다. 촬영 컨셉을 정하는 것부터 촬영한 사진에 대해 일일이 배우 매니지먼트 측의 컨펌를 받는 것까지 모두 홍보 팀의 몫이다. 사진과 영상이 마련되면 보도 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보낸다. 또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정리해서 취재 요청이 들어올 때 매체별로 다른 주제의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조율한다. 지면 매체 외에 배우가 출연할 수 있는 방송이나 라디오가 있는지 알아본다. 쇼케이스, 프레스콜, 백스테이지 투어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 역시 홍보 팀의 일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업무 성격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한때는 공연 홍보에서 언론 홍보의 비중이 90% 가까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체 수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중구난방으로 기사가 나가봤자 홍보 효과가 적다. 그래서 보도 자료와 사진, 영상 등을 노출할 시점을 미리 정해놓고 적절한 타이밍에 집중적으로 정보가 확산되게 한다. 인터뷰도 과거처럼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바로 소화하지 않는다. 기사가 노출되었을 때 티켓 판매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기, 배우들이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을 파악해 인터뷰 일정을 조율한다. 또 과거에는 홍보 팀이 언론사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스만 제공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여 SNS, 웹진, 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자체 웹진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7년 <빌리 엘리어트> 공연을 앞두고 기존 서포터즈 대신 웹진을 전담하는 에디터를 뽑자고 회사에 제안했다. 아역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1년 가까이 훈련을 받으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밀착 취재해서 노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디터들에게는 소정의 활동비만 지원했지만 대신 공연 제작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그 결과 모두 애정을 갖고 활동해 주었고, 웹진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무명의 아역 배우들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작년에 영상 편집을 할 줄 아는 인턴이 홍보 팀에 들어오면서 실시간으로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맘마미아>가 2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관객 한 분을 추첨해 해외여행 상품권을 드리고 무대에서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했는데, 당시 당첨자의 경험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촬영했다. 이런 영상은 이벤트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을 때 바로 공개되어야 의미가 있는데, 새로 온 인턴 덕분에 다음 날 보도 자료와 함께 해당 영상을 바로 편집해 내보낼 수 있었다. 그 인턴은 현재 정직원으로 채용되어 기존에 올리던 영상과는 다른 성격의, 젊은 세대가 재밌게 볼만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
 

기억에 남는 홍보 프로젝트가 있다면?   최근 진행한 <아이다> 쇼케이스가 기억에 남는다. 이전 쇼케이스 때와는 다른 걸 보여주고 싶어서 공연 의상 대신 멋진 옷을 입고 콘서트처럼 음악을 최대한 많이 들려주는 무대를 구상했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는 퍼포먼스가 중요한 작품인데 서서 노래만 불러도 괜찮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쇼케이스 전날 아이다 역 윤공주 배우가 부친상을 당해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다. 윤공주 배우가 부르기로 한 노래를 빼야 하나 고민했는데, 감사하게도 더블 캐스트인 전나영 배우가 그 몫까지 소화하겠다고 나서주었다. 다행히 쇼케이스에 대한 반응은 아주 뜨거웠고 이를 계기로 전나영 배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일하면서 힘들 때는 언제인가?   홍보 팀은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회사를 대변해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는 일이 잦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또 퇴근 후에나 주말에도 어쩔 수 없이 연락을 주고받고 체크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일과 사생활을 완전히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었던 건 힘든 걸 잊을 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 홍보 팀은 무대 쪽 스태프나 배우와 협력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등 활동적인 일을 많이 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 상당하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사람 때문에 즐겁기도 한 게 우리 일이다. 
 

다른 제작사와 비교했을 때 신시컴퍼니가 지닌 장점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이 회사를 지켜온 경험 많은 선배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우리 공연들은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 한두 명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좋은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배우들도 홍보에 협조를 잘 해주는 편이다. 2016년 <아이다> 공연 때는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배우들과 연출 팀이 나서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었다. 그걸 본 다른 제작사 직원이 부럽다고 하더라. 배우들끼리 정말 좋아서 하는 게 보인다고. 나 역시 신시컴퍼니의 공연 철학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과 휴일은 어떻게 정해져 있나?  2017년부터 주5일제와 연차가 자리 잡았다. 10시 출근, 19시 퇴근이 기본인데 올해부터 출퇴근 시간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전날 밤늦게까지 일했다면 다음 날 더 늦게 출근해도 되고,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 퇴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우리 회사는 대표님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돌아가며 극장 당직을 맡고 있다. 공연 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직을 맡은 다음 날은 11시 출근이다. 


 

홍보 업무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람 만날 일이 많은 직업인 만큼 밝고 사교적인 성격이라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창의적인 생각이다. 이때 중요한 건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저예산으로 실현 가능하느냐이다. 면접에서 ‘본인이라면 신시컴퍼니의 작품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창의적이면서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는다면 눈에 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가고 싶은 회사의 공연과 홍보 방식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표님이 쓰신 책도 읽고 오면 좋다. (웃음) 
 

홍보 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  처음부터 대단한 일을 할 거라 기대한다면 금방 실망할 것이다. 우리 홍보 팀에서 신입사원에게 처음 맡기는 일은 전화 응대와 신문 스크랩이다. 홍보 팀은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전화 응대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신문 스크랩은 공연계의 현황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우리 작품을 기사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 이렇듯 홍보 팀은 생각만큼 멋진 일만 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생각되는 순간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이 일이 하고 싶다면 끈기를 가지기 바란다. 적어도 2~3년은 진득하게 일해 봐야 제대로 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8호 202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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