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호의 트윗뷰 주인공은 옥주현이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 어언 10년을 바라보는 지금, 공연에 온전히 맞춘 삶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 덕에 <위키드>에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었다. 눈물 쏙 뺀 혹독한 연습을 거쳐 완성된 옥주현의 엘파바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위키드>에 대한 궁금증부터 에피소드까지 더뮤지컬 트위터(@lovethemusical)로 도착한 다양한 질문과 초록마녀 ‘옥파바’의 답이다.
엘파바가 되어가는 동안
@empress_SISSI
엘파바의 어떤 매력에 끌려 오디션을 보게 되었나요?
@lovethemusical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이잖아요. 제가 가진 성향과 내면에 있는 것들이 엘파바와 겹쳐지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잘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해외에서 이 공연을 봤을 때 작품 자체가 정말 좋기도 했고. 하지만 작품이 좋더라도 제가 잘 표현할 수 없을 것에는 욕심내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위키드>는 더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괜한 욕심이 되면 안 되니까요.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작품에 전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고요. 꿈이란 건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공연은 관객을 모시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고 작품을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스스로의 철칙이기도 해요.”
@ramdah
실제 성격은 어쩐지 글린다처럼 잘 챙겨주고 상냥할 것 같은데, 글린다 역을 해보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은?
@lovethemusical
선아 씨가 저한테 “넌 내 개인 연출이야. 역시 이 안엔 글린다가 있어”라고 하는데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이 없진 않은 것 같지만 엘파바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yoori06
김보경, 정선아 두 배우의 글린다는 서로 다른데 함께 공연하면서 느끼는 차이는 무엇인가요?
@lovethemusical
보경이는 정말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사랑스러운 글린다예요. 선아는 물가에 내놓은 것 같아서 제가 항상 신경써줘야 할 것 같은 글린다고요. 천진난만한 글린다죠.
@snoopywnl
극 중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연습할 때 어땠나요?
@lovethemusical
전 세계 모든 엘파바와 글린다에게 알려주는 룰이 있어서 그대로만 하면 괜찮은데 정선아 씨와 할 때 몇 번 실제로 맞았어요. 하하. 눈치 빠른 관객들은 그걸 보고 ‘헉!’한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위키드> 공연 중에 생긴 일
@empress_SISSI
인터미션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lovethemusical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고 내려와서 대기실 들어오자마자 곶감 하나를 씹으며 2막 화장을 시작합니다. 2막 ‘땡크 굿니스(Thank Goodness)’에서 모리블 총장님 노래 부르시는 타이밍쯤 준비가 끝나요. 그래서 조금도 쉬지 못해요. 흑흑.
@Lovely_kyun
<위키드> 공연 중 황당한 사고는 없었나요?
@lovethemusical
‘노 굿 디드(No Good Deed)’ 때 리프트가 작동을 안 해서 앞 소절을 지하에서 불렀어요. 지상에 있는 것 같은 에너지를 쏟아내야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점프해서 무대로 뛰어올라가 부를까란 생각도 했어요. 밧줄을 달아야겠다는 생각도요. 후훗!
@kyumin227
<위키드> 넘버들이 많은데 그중 ‘이 넘버에 이 가사를 부를 때 희열을 느낀다.’ 이런 거 있나요?
@lovethemusical
희열을 느낀다기보다는 ‘노 굿 디드’를 부르고 무대 하수로 나와 물 마시며 진정하고 숨 돌릴 때 ‘조금 전에 내가 뭘 하고 왔지?’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수: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볼 때 왼쪽
@finkljh
커튼콜 때 글린다를 번쩍번쩍 안아 드는데 무겁진 않나요?
@lovethemusical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과, 감자 한 박스를 5층까지 한 번에 들고 올라가던 소녀였어요. 그때부터 단련된 거죠. 힘이 장사인가 봐요.^^
알고 보면 열리는 또 다른 문
@aory_
<위키드>에 대해 모르는데, ‘알고 보면 좋다.’ 하는 게 있을까요?
@lovethemusical
진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마법을 부리면 무대 위에 있는 드래곤의 머리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움직여요. 그리고 글린다는 자신이 부르고 싶은 대로 귀엽게 사물을 바꿔 부르는 특징이 있는 아이란 건 아시죠?
“파퓰러(Popular)’ 장면에서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파티드레수~’라고 할 때는 드래곤의 머리가 흔들리지 않아요. 마술봉을 흔든다고 다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 마법을 펼칠 때만 흔들리는 거죠. 그리고 글린다가 사물을 바꿔 부르는데, 예를 들면 엘파바는 엘피로, 보크는 비크로, 토토는 도도로 불러요. 2막 끝에 “그 여자앨 놔줘! 불쌍한 개 도도도!”란 대사를 할 때 웃는 분들은 그걸 아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 저도 속으로 같이 웃어요. 연습 때 글린다가 그 대사를 하면 “토토가 자기 이름 바꿔 불러 기분 나쁘대!”라고 우스갯소리로 받아치기도 했어요.”
@ichigo15kr
파티 장면(Dancing Through Life)에서 엘파바와 글린다가 함께 춤출 때,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 장면을 대사로 표현한다면?
@lovethemusical
소통. 대사로 표현한다면 ‘아… 이건 뭐지? 통했다, 우리!’
@kye0911
2막에서 보크의 심장을 위해 외는 주문이 궁금합니다. 그 장면 좋아하는데, 잘 안 들려서 볼 때마다 궁금해요.
@lovethemusical
네사가 부르는 노래에 코러스 같은 느낌의 화성 라인을 쌓는 거라서 잘 안 들리실 텐데 “vivalos vivalos me non no cordo-vivalos vialos menon no cordo”라고 해요.
@sohyung0307
‘노 굿 디드’에서 ‘엘레카나멘나멘 아툼아툼 엘레카나멘’하는 주문이 무슨 뜻이에요?
@lovethemusical
아마도 상상하시는 뜻이 맞을 거예요.^^ 그 주문으로 혈관과 살갗이 찢기지 못하게 했는데 살갗이 지푸라기로 변한 피예로를 보면 가슴이 찢어진답니다.
@ichigo15kr
1막 끝에서 ‘함께라면 불가능은 없다(Unlimited)’던 엘파바가 2막 끝에선 ‘더 이상 할 수 없다(I’m limited)‘며 떠나잖아요. 엘파바는 결국 사랑을 택한 건가요?
@lovethemusical
물론 사랑을 얻었지만 사랑을 택했다고 단순히 정리할 순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닿을 수 있는 너, 글린다.”가 가장 중요한 말이에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떠나는 거죠.
“피예로가 도망친 현실은 오즈민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피예로도 오즈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자신으로 인해 소중한 친구 글린다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거고요.”
뮤지컬로 빚어낸 생활
@WriteOnSky
<위키드> 같은 장기 공연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피로가 쌓일 텐데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나요?
@lovethemusical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딱히 없는데 공방 가서 흙 빚는 게 나름 해소가 되는 듯해요.
@ice142521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lovethemusical
물을 많이 마시고 말을 아끼고 체질에 맞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섭취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즈민 여자 회식이 있었는데 양고기만 두 접시를 먹었어요. 양과 잘 맞아요. 크크. 반면에 밀가루 들어간 건 잘 못 먹습니다. 속이 찬 편이라 공연할 땐 밀가루, 돼지고기를 못 먹어요.
@wodud6798
공연을 하는 동안 다른 뮤지컬 넘버들도 불러보나요?
@lovethemusical
일이 있을 때는 부르게 되지만 원하진 않아요. 작품마다 소리를 쓰는 길이 다르거든요.
“다른 뮤지컬 넘버를 부르면 있던 가지에서 다른 가지로 옮기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기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yoori06
무대에 첫발을 내딛을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그리고 공연하는 동안과 커튼콜 때 기분은요?
@lovethemusical
공연을 시작할 때 똑같은 걸 매일 하는 거지만 ‘어제도 했었지?’란 느낌이 전혀 없어요. 데자뷰 같다는 느낌이 아련히 들 수 있지만 어제 했다고 오늘 긴장이 안 된 적은 없어요.
“공연하면서 “내일은 눈물이 안 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익숙해지면 눈물이 안 나겠지?”라고 정선아 씨와 오래전부터 얘길 했는데 쉽지 않네요. 커튼콜 나가기 바로 전에 뒤에서 둘이서 손잡고 서로 매번 같은 얘길 해요. “언제까지 이럴까. 너 때문에 눈물 나서 못하겠잖아!!(버럭)”라고요.”
@hot6ix_326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지속될 때가 있나요?
@lovethemusical
밤에 화려한 불꽃놀이를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깜깜한 밤에 하늘을 수놓던 불꽃놀이가 어느 순간 다 끝나고 나면 까만 밤만 남고 ‘어, 좀 전에 그런 일이 있었나?’ 싶잖아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기억하려고 자꾸 되뇌는 시간을 매일 갖는 것 같아요. 한 번도 안 그랬던 적이 없었어요.
@Fly_WestSky
몇 년간 계속해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혹시 쉬고 싶진 않나요?
@lovethemusical
모든 사람들이 매일 일을 하잖아요. 그것과 같아요. 제가 ‘별이 빛나는 밤에’란 라디오를 4년간 할 때 모두 “매일 하는 게 힘들지 않니? 지겹지 않니?”라고 묻곤 했는데 그랬던 적이 없었어요.
“직장인들은 매일 회사에 나가고 주말에는 쉬잖아요. 다른 점이라면 저는 공연이 끝나면 길게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갈 수 있고요.”
@yingan89
평소 자기 관리로 유명한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 통과의례처럼 하는 게 있나요?
@lovethemusical
가만히 쉬고 있다가 공연을 하면 오히려 몸이 안 풀려서 반드시 하는 운동이 있어요. 공연 동안은 몸의 리듬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연에 맞춘, 공연을 위한, 공연에 의한 생활 패턴으로 삽니다.
@Lovely_kyun
이젠 다른 뮤지컬 배우들의 워너비 롤모델이 되었는데 배우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lovethemusical
최정원 선배님처럼 관리 열심히 해서 꾸준하게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5호 2014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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