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여행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로 한 달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배우들이 언젠가 여행지에서 담아온 풍경을 공개합니다. 자유롭게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그날이 다시 오길 바라며.
고즈넉한 시간의 아름다움
조성윤의 유럽 여행기
#1
8년 전, 연극 <유럽 블로그>를 준비하면서 이탈리아 해변 마을 친퀘테레를 찾은 적이 있다. 다섯 개의 마을이라는 뜻을 간직한 이곳은 당시만 해도 국내에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었는데(이듬해 한 항공사의 광고 효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국적인 풍경의 인적 드문 해변 마을을 걸었던 기억이 추억이 됐다. 당시에는 반나절 동안 걷고 또 걷느라 힘들단 생각뿐이었지만 그때 방문했던 10개 도시 가운데 손에 꼽게 인상적인 여행지로 마음에 남았다.
#2
내가 여행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하게 될 때이다. 우연히 찾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자연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때, 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2017년 여름에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의 알타우제(Altaussee)와 몬트제(Mondsee)는 그런 이유로 기억에 남는 곳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지에 가면 그런 풍경을 마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행할 때는 주로 렌트카를 빌려 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추곤 하는데 두 곳 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제(Ssee)’는 우리말로 호수라는 의미로, 몬트제를 풀이하면 달의 호수다. 꽤나 낭만적인 이름이다.
#3
체코 체스케부데요비체를 방문하게 된 데는 에피소드가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렌트카를 운전해 체코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 근처에 위치한 체스키크룸로프로 가는 게 애초의 계획이었는데, 아내가 네비게이션에 ‘체스키크룸로프’를 ‘체스케부데요비체’로 잘못 입력한 거다. 아무런 정보 없이 도착한 낯선 마을에서 부랴부랴 숙소를 잡고 하루를 보냈던 추억이 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걸었던 시간은 잊히지 않는다. 음식도 맛있었고!
#4
이 사진은 작년 여행 때 찍었다. 당시 오스트리아 다음 여행지가 이탈리아였던 터라, 비엔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베네치아로 바로 이동했다. 그런데 한낮에 도착한 베네치아 중심가는 사람에 치일 정도로 붐벼서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면 여행의 감흥이 떨어진달까, 때문에 여행을 가면 관광객이 줄어드는 밤 9시부터 11시 사이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이 사진은 골목길을 걷다 펍에서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이는 노신사의 모습이 근사해서 남겼다.
#5
작년 초에 떠난 1박 2일 홍콩 여행. 유럽 여행기라는 주제에 맞진 않지만, 사진이 느낌 있게 나온 것 같아서 한번 골라봤다. 하루 온종일 골목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시장에서 찍은 건데, 정신없는 듯 보이면서 왠지 모를 향수를 자극하는 풍경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 여행의 진짜 추억이라면, 당시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던 카메라를 미리 구입하게 돼서 기뻤다는 것! 하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0호 202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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