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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차미> 이봄소리의 차미, 내 세상의 중심은 나야 [No.201]

글 |박보라 사진제공 |PAGE1 2020-06-09 4,269

<차미> 이봄소리의 차미
내 세상의 중심은 나야


쟤 정말 차미호 맞아? 억울하거나 속상해도 아무 말 못 하고 꾹 참던 차미호가 얼마 전부터 자기 생각을 야무지게 말하기 시작했어. 알고 보니 차미호 속에 살던 차미가 뛰쳐나왔더라고. 차미가 누구냐고? 차미호의 SNS 속 분신이라면 이해가 갈까? 우리가 아는 차미호이긴 한데, 그 차미호는 아니야. 그래서 차미를 한번 만나봤어. 궁금하잖아. 안 그래? 
※ __이 글은 차미 역을 맡은 배우 이봄소리와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 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차미, 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내 소개를 먼저 할게. 안녕, 나는 차미야. 차미호의 심장 옆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차미호지. 이해하기 어렵다구?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 속 지니 같은 존재라면 알겠니? 나는 함부로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아. 차미호에게 내가 필요한 순간이 올 때만 뛰쳐나가지. 차미호도 속이 시끄러울 거야. 내가 무슨 일만 벌어졌다 하면 ‘지금이야? 나 지금 나가면 돼?’ 물으면서 지켜보고 있거든. 호호.

아, 얼마 전 너의 활약상은 이미 들었어.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내가 다시 말해 줄게. 아휴, 차미호가 오랜만에 파마하러 간다고 하더라고. 나한테 어떤 스타일이 예쁜지 묻길래, 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을 몇 개 골라줬지. 차미호가 헤어디자이너한테 사진을 보여주니까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이러더라. 그런데 고데기든 인두든 그걸 떠나서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그걸 해주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잖아. 안 그래? 디자이너가 못 이기는 척 파마를 시작하더라고. 문제는 파마를 다 끝내고 거울을 봤는데, 글쎄, 나 놀라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잖아. 눈앞에 푸들 한 마리가 있는 거야. 차미호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있으니까, 그 디자이너가 ‘손님, 이건 잘 풀리는 머리라 일부러 세게(!) 말아드렸어요’라고 하더라고? 아오, 나 차미호가 말릴 틈도 없이 튀어 나갔잖아. (울컥) 그리고 외쳤지. 지금 제 머리를 가지고 장난하세요? 한 듯 안 한 듯, 만 듯 안 만 듯 여신 웨이브를 해달라고 했지, 이게 무슨 머리에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 그날 차미호는 파마를 다시 했어. 지금 쟤 머리 스타일은 괜찮지 않아? 다 내가 해결한 거야. 뿌듯해. 
 
차미호를 꽤 오랜 시간 지켜본 것 같은데 네가 아는 그녀는 어떤 사람이야?   어우, 차미호를 처음 봤을 때는 ‘왜 저러고 살아?’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 나랑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지. 얼마나 어깨가 축 처져 있던지 저절로 ‘차미호. 어깨 좀 펴고 다녀. 누가 뭐라든 너는 너야. 자신감을 가져’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니까. 솔직히 내가 차미호를 제일 잘 알잖아? 걔 혼자 있을 때 은근히 웃긴 짓도 많이 한다?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닌데 사람들 앞에서만 서면 소심해지니까 속상하기도 했어. 나중엔 그런 순수한 차미호가 부럽기도 했지. 믿기진 않겠지만 차미호는 나보다 훨씬 성숙하고 알찬 사람이야. (미소)

요즘 차미호는 어떻게 살고 있어?   새로운 SNS 계정을 만들었어. 당연히 처음엔 보자마자 ‘뭐 저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고 있나. 예전과 똑같네!’ 했지.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변하겠어? 차미호는 지금도 사소한 일 하나도 쉽게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여리고, 화가 나거나 억울해도 큰 소리를 못 내. 얼마 전에는 길을 가다가 쪼그려 앉아서 한참 화단을 바라보고 있는 거야. 나는 얘가 어디 아픈 줄 알고 마음이 철렁했는데, 꽃봉오리가 핀 걸 신기하게 보고 있더라고. 그게 뭐가 좋다고 그렇게 사랑스럽게 바라보는지. 차미호가 어려움을 마주할 때, 달라진 부분은 있어. 내가 차미호의 귀에다가 소리쳐 주거든. ‘야! 차미호! 정. 신. 차. 려!’라든가, ‘차미호. 이거 아무 문제도 아니야. 금방 해결할 수 있어. 걱정 마~’ 이렇게. 가끔 내가 참고 참다가 뛰쳐나가면 사람들이 차미호한테 저런 모습도 있었냐고 놀라긴 해. 김고대가 차미호한테 나 때문에 자기가 심장을 붙잡고 다닌다고 했다나. 호호.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안 그래?

여전히 화려하고 완벽한 당신을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정신 차려. 이것들아. 정. 신. 차. 리. 라. 구. (정색) 모든 사람들은 제 정신을 찾을 필요가 있어. 그래야 건강한 마음과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거야. 뱁새가 황새를 따라 뛰다가는 다리 찢어져요.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쓸 시간에 네 자신을 사랑해야 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도대체 뭐야?  어떤 선택을 내려도 후회하지 않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나간 결정을 후회하더라고. 그건 바로 자기를 믿지 못한다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 누구보다 자신을 믿으면 그 어떤 행동의 대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그게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지. 걱정 마. 다들 잘할 거야.  

네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야?  잠깐, 진지해질 시간이 필요해. 행복했던 순간이라면, 차미호에게 ‘인생은 퍼즐을 맞추는 거야. 하지만 정해진 그림은 없어. 너만의 그림을 그려서 빠진 조각을 채워가면 돼’라고 말해 줬을 때. 차미호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 

아니, 도대체 그 그림은 어떻게 잘 그려야 해?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대신 위법 행위는 절. 대. 로. 안 된다. 스스로를 믿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봐. 언제나 너를 응원할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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