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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어나더 컨트리> 이해준·지호림·김찬호·손유동·문유강, 방황하는 청춘을 그리다 [No.201]

글 |박보라·안세영 사진 |김현성 2020-06-26 7,929

<어나더 컨트리> 이해준·지호림·김찬호·손유동·문유강
방황하는 청춘을 그리다




1930년대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가치관과 성향을 지닌 청년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 연극 <어나더 컨트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가이 베넷과 강직하고 올곧은 사상가 토미 저드를 만났다. 이들은 방황하는 청춘을 어떻게 표현해 낼까. 



Guy Bennett 이해준·지호림
                      
<어나더 컨트리>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지호림_
초연에 출연했던 문유강, 연준석 형이 같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배라서 공연을 보러 갔어요. 객석에 앉아 공연을 보는데 나도 저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치더라고요. 오디션 공고가 올라왔을 때 망설임 없이 지원했죠. 데뷔작을 유강 형과 함께하게 된 건 행운이에요. 부담감을 느낄 때마다 형이 제 생각대로 하라고 응원해 주어서 힘이 나요. 
이해준_ 저는 제작사의 제의를 받고 오디션을 봤어요. 원래 토미 역을 염두에 두고 부르셨다고 하는데 저는 자유분방한 가이 역에 끌리더라고요. <쓰릴 미>의 ‘그’를 연기한 뒤로 저를 강한 이미지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히기보다 제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을 꺼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실제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이해준_
학창 시절 내내 반장을 맡거나 학생회에 있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모범생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방과 후에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나 축구하는 걸 더 좋아했죠. 반장이라는 위치에 맞게 지킬 건 지키면서도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학생이었는데, 그런 부분이 가이와 좀 닮은 것 같아요. 
지호림_ 저도 고등학교 3년 내내 반장이었어요. 제가 다닌 예술고등학교에서는 3년 내내 같은 친구들과 한 반에서 공부했거든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오랜 시간 함께해서 두루두루 사이가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반장을 맡게 됐고요. 그런 점은 사교성 좋은 가이와 비슷할 수 있지만, 사실 가이와 저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많아요. 

늘 옳고 그름과 논리를 따지는 토미와 달리 가이는 본능에 충실하잖아요. 이렇게 다른 성향을 지닌 가이와 토미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지호림_
기본적으로 둘 다 똑똑해요. 토미에 비하면 가이가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면 토미가 친구로 삼지도 않았겠죠. 서로 수준이 맞으면서 성향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잘 맞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해준_ 둘은 내심 자기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지적으로도 그렇고, 하급생들이 유독 따른다는 점에서도 그래요. 무엇보다 둘 다 학교의 규율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잘 맞았다고 봐요. 물론 토미가 학교의 권력 구조를 완전히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가이는 누구보다 그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요. 

학교의 규율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면서도 그 규율을 유지시키는 프리펙트가 되고 싶어 하는 가이의 모습은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이해준_
가이가 지닌 빡빡하게 살 게 뭐 있냐는 식의 태도는 어떻게 보면 가진 자의 여유라고 생각해요. 그의 앞날에는 영국 사회 상류층으로 이어지는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자기가 동성애자라서 이 모든 걸 누릴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지죠. 초반에는 자기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다 누리고 싶어 하는 철없고 순진한 인물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나중에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 그로 인해 권력 구조에서 미끄러질 위기에 처했을 때의 변화가 잘 드러날 것 같아요.

가이가 마티너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초반부와 후반부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지호림_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자기는 마티너처럼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거예요. 단순히 불쌍하다 정도의 감정만 느꼈겠죠. 그런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직시한 뒤 마티너의 죽음을 돌아보니,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포감을 느낀 것 같아요. 
이해준_ 동성애자인 가이가 마티너처럼 죽지 않고 살아가려면, 체제에 순응하거나 체제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토미는 말해요. 하지만 가이는 자기가 누려온 모든 걸 잃고 싶지 않아서 다른 선택을 하는데, 결국에는 ‘지상의 천국’에도 ‘지상의 지상’에도 당도하지 못하죠. 정말 허무해요. 한 인간이 국가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결말이 슬퍼요.

가이는 학생들 중 유일하게 가정사가 자세히 언급되는 인물이에요.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이 그에게 무언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요?
이해준_
처음에는 가정사의 영향으로 이성이 싫어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식의 해석은 너무 멀리 간 것 같아요. 가이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늘어놓는 허황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친구들 반응을 보려고 꾸며낸 거라 생각해요. 극 중에서 가이가 ‘항상 하던 대로 가면 놀이라고 생각하지 뭐’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 말처럼 가이는 자기가 누구든 속일 수 있다 여기고, 속아 넘어가는 상대의 반응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 같아요. 결국 소련의 스파이가 된 것도 이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겠죠.
지호림_ 가이는 상처가 있어도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장난으로 표현하는 인물이에요. 자기를 희화화해 상대를 웃기면서 ‘난 아무렇지 않아!’라고 과시하는 거죠. 
이해준_ 어쨌든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는 데비니쉬랑 토미, 하코트와 있을 때만 하잖아요. 이들이 가이에게 좀 더 친밀한 관계, 힘겨루지 않고 편안하게 장난치며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상대라는 걸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중에 가이가 데비니쉬의 배신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죠.

가장 풀어내기 어려운 장면은 뭐예요?
이해준_
가이가 토미 앞에서 진심을 쏟아내는 마지막 장면이요. 이 장면을 위해서 2시간을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오디션 당시 가이의 지정 연기 장면 역시 이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막연히 가이 역에는 까불거리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뽑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은 이런 진지한 장면 때문에 저희가 캐스팅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하코트와 함께 있는 장면을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결국 하코트를 향한 사랑이 마지막에 가이를 무너지게 만드는 거니까요. 
지호림_ 저에게도 마지막 장면이 큰 숙제예요. 앞에서부터 감정을 잘 쌓아야만 이전까지 그렇게 밝았던 아이가 왜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토미와의 호흡도 중요하고요. 

가이 외에도 흥미롭다고 느낀 캐릭터가 있나요?
이해준_
가이 입장에서 보면 샌더슨 같은 애들이 제일 밉상이에요. 파울러는 주관이 뚜렷하기라도 한데, 샌더슨은 박쥐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면서 챙길 건 다 챙기잖아요.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제가 맡고 싶진 않네요. (웃음) 
지호림_ 저도 샌더슨 캐릭터가 흥미롭더라고요. 사회생활 잘하려면 튀지 말고 중간만 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사고관을 대표하는 인물이에요. 토미가 짧고 굵게 사는 사람의 전형이라면, 샌더슨은 가늘고 길게 사는 사람의 전형이랄까. (웃음)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인간상이죠. <어나더 컨트리> 안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가 꿈꾸는 자신만의 천국이 있어요. 그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며 발버둥 치는데, 그런 모습이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준_ 1930년대 영국 명문 학교라는 배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어떤 단체에서든 이들과 같은 인간 군상을 발견할 수 있잖아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캐릭터에 가까울까 떠올리며 공연을 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어떤 가이를 보여주고 싶나요?
이해준_
저는 캐릭터화를 잘 시키는 배우라기보다는 제 안에서 답을 찾는 편이에요. 제가 가진 걸 최대한 캐릭터에 대입시키는 거죠. 가끔 이게 극 중 인물이 하는 말인지 배우가 하는 말인지 애매한 지점에 걸쳐 있을 때 캐릭터가 가장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가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신경 써서 연기하면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캐릭터예요. 그러지 않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말하는 가이가 되면 좋겠어요. 
지호림_ 진실된 가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가 진실되지 않으면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Tommy Judd  김찬호·손유동·문유강                  

<어나더 컨트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손유동_
지난해 초연이 주목을 받았잖아요.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에게 물어보니 공연이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유강_ 초연에 참여하면서도 느꼈지만 이렇게 매력이 많은 작품을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어요. 이 작품을 마주할 때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작품이 지닌 치열한 삶과 경쟁, 상처와 아픔, 사상으로 인한 갈등 등이 매력적이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김찬호_ 전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배우로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마주하는 경험은 짜릿하거든요. 무대에 오르면 분위기가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요.

찬호 씨는 이번 팀에서 맏형이잖아요. 이 작품으로 데뷔하는 배우들도 여럿이라고 들었는데, 풋풋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면 어떤가요?
김찬호_
인생무상, 인생 덧없다. (일동 웃음) 저도 그 친구들처럼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하하. 이번 팀에는 재기발랄하고 통통 튀는 배우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이 연습하는 걸 바라보면 아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죠. 배우들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존재감이 확실해서 자연스럽게 자극도 되고요. 

초연 당시 인기를 끈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감 또는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손유동_
지난 시즌 공연이 사랑받았다고 해도 거기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초연이 사랑받았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런 요소들을 배제하고 갈 수는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손유동의 토미’를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김찬호_ 전 사실 초반에 가이와 토미 사이에서 어떤 캐릭터가 저와 더 잘 맞을지 고민했어요. 가이는 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았지만, 체력적으로는 정말 힘들 것 같아 보였고요. (웃음) 결과적으로는 토미를 하게 됐는데, 이젠 저만의 색을 보여 드려야 하니까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높아요. 
문유강_ 전 이번에 새로운 가이를 만난다는 점이 기대돼요. 가이 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새로운 배우들의 손에서 태어나게 될 테니 초연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고 있죠. 
손유동_ 조금 더 덧붙이자면 같이 캐릭터 분석을 하고 똑같은 연출적인 디렉팅을 받더라도 결국엔 배우마다 조금씩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요. 캐릭터를 펼쳐내는 배우는 서로 다른 인격체니까요. 그래서 각자 만들어낼 토미가 기대되죠. 본인은 알지 모르겠는데, 연습하면서 유강이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유강이는 이 작품을 한 번 경험해봤잖아요. 함께 이야기하면서 연습하는 시간이 소중해요. 

오랜만에 교복을 입는 기분은 어떤가요?
손유동_
전 운동부 생활을 오래해서 고등학교 때 교복을 잘 입지 않았거든요. 학창 시절보다 무대에서 교복을 많이 입어보는 것 같아요. (웃음) 연극 <알앤제이>에서는 반바지 교복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연미복 교복을 입어보네요.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어나더 컨트리>의 교복 디자인이라면 평소에도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찬호_ 교복은 정말 오랜만에 입는 거라 낯설긴 하지만 좋아요. 무대에서는 인간 김찬호가 아닌 1930년대 영국 학생 토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토미는 가이와 워튼에게만 마음의 문을 열어 보이잖아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찬호_
토미는 계급 사회를 싫어해요. 그런데 워튼은 심하게 핍박당하죠. 그런 워튼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또 친구 사이에는 비슷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가이와 토미는 그렇게 친해졌다고 생각해요. 
손유동_ 저도 처음에 대본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라 혼자 많이 고민해봤어요. 찬호 형하고 비슷한 답변이 될 수 있겠는데, 토미는 외골수처럼 신념을 가지고 권위에 타협하지 않아요. 가이와 워튼은 토미와 같은 결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이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낀 거죠.
문유강_ 워튼은 이 작품에서 유일한 저학년이에요. 누구에게나 그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 거예요. 전 토미도 과거에는 워튼 같은 경험을 겪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아낸 사실, 그러니까 지금 처해진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행동한다면 앞으로도 변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거예요. 힘들어 하는 워튼에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 거죠. 형들 말처럼 토미와 가이는 다른 가치관을 지녔지만, 반골기질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마음을 열게 됐을지도요. 

극 중에서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를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손유동_
워튼에게 건네는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야. 안 그러면 바꿀 수도 이룰 수도 없어’라는 대사요. 토미는 다른 애들 앞에서는 날을 세우거나 벽을 치는데, 워튼과 가이 앞에서는 본연의 성격을 드러내며 따듯한 모습을 보여줘요. 워튼을 허울 없이 대하는 장면이라서 좋아해요. 
문유강_ 저는 마지막 장면이요. 토미는 또래에 비해 똑똑하지만 방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가이의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고, 마지막에 좌절하는 그를 보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가이를 보고 있는 토미도 성장하는 거죠. 그 지점을 체감하게 되니까 이 작품에 여운이 남아요. 
김찬호_ ‘너 멍청하게 로맨틱해’와 ‘크리켓의 싫은 점은 정말 좋은 경기라는 거야’라는 대사를 좋아해요. 토미가 지닌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표현 같아서요. 토미는 쉬운 말도 어렵게 말하는 학생이에요. 그래서 대사가 정말 낯설 정도로 어려운데, 최대한 대본의 대사를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해요. 

대사가 어려우면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익숙해지려고 하나요? 
손유동_
어휴, 익숙해질 수가 없어요. 계속 반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고요. 무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잖아요. 흐름을 놓치는 순간이 와도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대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해요. 매일이 대사와의 전쟁이죠. 
문유강_ 재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샤워하다가 혼자 대사를 읊어봤어요. 내가 아직 대사를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신기하게 기억은 나더라고요. 그런데 연습실에서 유동 형이 대사 하나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정확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정말 당황했어요. 무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큰일이잖아요. 결국 바로 다시 대본을 꺼내서 사전을 찾아가며 다시 뜻을 이해하고, 연출 팀과 상의해서 머릿속을 정리했어요. 대사는 의미를 찾는 과정 없이 암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김찬호_ 연습실이 정말 학구적인 분위기에요. 대사가 어려워서 다들 사전을 찾아보며 공부하느라 독서실 같죠.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를 준비하면서 2~3개월 정도 배우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했거든요. 그때 어려운 대사 속에 숨겨진 의미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어나더 컨트리>도 비슷해요. 이 친구들이 평범한 집안의 아이들은 아닌데다가, 영국의 귀족 학교라는 설정에서 풍기는 무언가가 있어요. 이런 고유의 태도를 무대에서 잘 표현해 낸다면, 어려운 표현이라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찬호_
말 나온 김에, 개막 전에 토미들끼리 술 한 잔할까? 공연하면 같은 배역은 멀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손유동_ 정말요! 저희 정말 친하거든요. 찬호 형은 오래 알고 지낸 절친한 형인데다가, 이번에 처음 만난 유강이는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자 배우여서 금세 친해졌어요.  
문유강_ 저는 오래 전부터 형들의 팬이었습니다. 
손유동_ 거짓말. (일동 웃음) 저희 셋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맞더라고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는 못 만날 테니 연습실에서 자주 만나려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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