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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트레이스 유> 최성원 [NO.126]

글 |나윤정 사진 |김수홍 2014-03-25 5,961

나를  뛰어넘어

 


 


기대되는 시너지
“우빈은 본하보다 훨씬 차갑고 냉철했어요.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죠.” 최성원은 기억을 더듬으며 지난해 객석에서 <트레이스 유>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그땐 자신이 이 무대에 오르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지만, 그는 어느새 클럽 드바이의 이우빈이 돼 있었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에요.” 그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최성원에게 <트레이스 유>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첫 2인극인 데다 우빈은 무서울 정도로 표독스러운 자기애를 지닌 인물 아닌가. 전작들과 180도 다른 노선에 있는 역할인 까닭에 그의 변신이 기대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무대는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푸는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확 풀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그게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렇다면 최성원과 우빈의 시너지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제가 외동이에요. 예전엔 몰랐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형제가 없으니 참 외롭더라고요. 가끔 새벽이 되면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친형과 술 한잔한다는 친구들이 부러웠죠. 이런 외로움에서 우빈을 파악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제가 본 우빈은 지독하리만큼 외로운 친구였거든요.“

 

최성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두 인물에게서 우빈을 향한 착안점을 얻었다. 팔과 다리 없이도 세계를 누비는 희망 전도사 닉 부이치치 그리고 가까이서 지켜본 동네 사우나 아저씨란다. “닉 부이치치도 처음엔 자살 시도를 많이 했대요. 하지만 자신을 한결같이 응원하는 가족과 연인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해졌어요. 그런데 우빈에겐 그런 존재가 없었잖아요.” 동네 사우나 아저씨 역시 이와 비슷한 선상에 있었다. “소아마비를 앓고 계신 분인데, 사우나에선 늘 친구들과 어우러져 있어요. 그들 앞에선 한없이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죠. 그런데 어느 날 슈퍼마켓에 갔는데 그 분이 선반 위 물건을 꺼내다가 다 떨어트리신 거예요. 가게 주인이 큰 소리로 핀잔과 면박을 주는데, 굉장히 부끄러워하시더라고요. 친구들이 있는 사우나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어요. 아, 환경이 정말 중요하구나!” 최성원은 우빈의 곁에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 그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다다랐고, 두 인물에게서 전해 받은 느낌을 역할 속에 녹아내려 노력했다.

 

 

 

 

 

도약의 계기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상대가 달리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최성원의 경우가 그랬다. 그와 동행한 홍보 담당자가 “정말 착한 배우”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았어도, 말 한마디를 끝낼 때마다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금세 선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밝은 에너지만 가득할 것 같은 그에게도 의외의 고민이 있었다.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물론 스스로 칭찬할 때도 있지만, 자학할 때가 훨씬 많죠. 이 점이 우빈과 다른 거 같아요. 그 엄청난 자기애! 하지만 전 아직도 뭔가 부끄러워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의 무대를 본 이들에게 자학은 곧 겸손으로 해석될 것이다. “그런데 저의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무대였어요.”


최성원이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무렵. “교실 앞에서 40분 동안 모든 선생님들의 성대모사를 한 기억이 나요. 반 친구들이 깔깔 웃었죠. 그때 밀려오는 쾌감이 크더라고요.” 최성원은 그 희열을 쫓아 연극영화과로 진학했고, 그곳에서 뮤지컬을 처음 만났다. “학교에서 <내 마음의 풍금> 오디션 공고가 떴는데, 처음엔 연극만 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조)정석이 형이 강동수로 출연하는 공연을 보게 됐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뮤지컬의 세계가 이런 거구나! 나 왜 안 한다고 했지?” 그 후 오디션에 도전한 그는 <내 마음의 풍금> 학교 공연에서 강동수 역을 맡게 됐고, 이 작품으로 2009년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최성원의 데뷔작은 2010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수십 번의 오디션 낙방 끝에 들려온 희소식이었다. “첫 공연 시작 때 음악이 빰빰빰 울리는데,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더라고요. 심장 박동 소리가 그렇게 명확히 들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오디션에 합격한 당시 뮤지컬을 향한 열정을 다짐한 그였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 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첫 공연 커튼콜에 서는 순간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라졌단다. “힘든 시간이 많지만 그것을 뛰어넘고 첫 공연 그리고 마지막 공연 커튼콜에 섰을 때. 그 두근거림과 박수 소리! 그 순간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아요.”


데뷔 직후 그는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도전,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 여세를 몰아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으로 재기 발랄한 개성을 뿜어냈다. “멀티맨은 웃기지 않으면 끝장나는 존재예요. 난 재밌고 유쾌하니 분명히 멀티맨을 잘할 거야 생각했는데,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훨씬 어렵더라고요.” 주말 공연 동안 몸무게가 4kg이 빠질 만큼 힘들었지만 그의 매력은 변화무쌍했다.

 

이윽고 그는 자신과 꼭 닮은 인물을 마주했는데, 바로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신석구였다. “나중엔 역할 이름을 최성원으로 바꿔달라고 말할 정도로 석구는 그냥 저였어요.” 쇼케이스 때부터 참여한 공연인 만큼 그는 이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지니고 있었다. “미친 듯이 아이디어를 짜냈어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처음으로 작품 전체를 두고 생각한 공연이었죠.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제 고향 같은 작품이에요.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그때가 지금은 아니란다. 우빈처럼 석구와 전혀 다른 역할들을 잘 소화해낸 다음, 한 단계 도약한 모습으로 석구와 재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블랙 메리 포핀스>의 요나스, <베르테르>의 카인즈 그리고 <트레이스 유>의 우빈으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엔 그 나름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 보인다. “최성원의 우빈을 기다리시는 분들의 반응이 다양해요. 기대, 설렘, 우려, 걱정…이 모든 것들을 다 뛰어넘어 공연을 보고 난 뒤 이런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성원이란 배우가 이런 캐릭터도 갖고 있는 친구구나! 그래서 2014년엔 좀 더 업그레이드된 배우가 될 수 있게요(웃음).”

 

 

 

2010 <김종욱 찾기> 멀티맨
2013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석구
       <블랙메리포핀스> 요나스
       <베르테르> 카인즈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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