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화 단독 콘서트 <벗, 꽃 Vol.1>
우리의 시간을 기대하며
올해로 데뷔 17년 차인 정동화. 지난 3월 이후 짧은 휴식기를 가졌던 그가 오는 8월 단독 콘서트로 돌아온다. 이틀간 열릴 <벗, 꽃 Vol.1>은 무려 세 시간의 러닝타임을 예고했는데, 정동화의 설명에 따르면 이틀 동안 다른 세트리스트로 구성하고 쉽게 볼 수 없었던 깜짝 이벤트로 풍성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단다. 배우 정동화라는 꽃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올까.
당신과 나의 특별한 만남
많은 뮤지컬 팬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동화 씨의 이름이 예명이라는 거예요. 예명에서 따온 ‘꽃’이라는 별명으로도 많이 불리죠. 본명은 김동현이에요. 전부터 ‘정’이라는 성을 좋아해서 ‘정동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런데 ‘현’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닫히는 어감이라 이름을 바꾸고 싶었어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동화 같은 표현을 고민하다가 ‘동화’가 좋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님께서는 그래도 제 이름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정동현이라는 이름을 쓰다가 2009년도에 마침내 ‘정동화’로 정착한 거죠. 이름의 끝 글자를 따서 ‘꽃’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는데 듣자마자 ‘꽃이라니, 어쩌면 욕을 먹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깃들기도 하고, 예쁜 별명으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정말 좋아요.
첫 단독 콘서트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제가 가수 성시경을 좋아하는데, 매년 ‘성시경의 축가’라는 콘서트를 하거든요. 그 콘서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멋지고 부러웠어요.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일 년에 한번 정도 특별한 타이틀을 내세워서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좋은 제안을 받았고, 이렇게 짜릿한 기회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매년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콘서트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벗꽃’이라는 단어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별칭이라고요. 맞아요. 저와 저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거든요. 팬들에게 친구보다 조금 더 느낌 있는 무언가로 다가갈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벗’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제 별명이 ‘꽃’이잖아요. 그래서 이 둘을 합치니 ‘벗꽃’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어요. 봄에 피는 벚꽃과는 조금 다르지만, 제겐 그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다음 <벗, 꽃 Vol.1>는 정말 벚꽃이 필 시기에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콘서트를 개최하자는 제안을 받고 벚꽃이 피는 4월도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3월에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공연을 끝내고 잠깐 휴식기를 갖기로 했거든요. 거기다가 코로나19가 점점 확산될 때라 많은 고민 끝에 이제야 하게 된 거죠.
휴식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말 오랜만에 쉬신 거죠? 그동안 어떻게 보냈어요? 작품에 출연만 안 했을 뿐이지 더 바빴어요. 육아랑 집안일을 하느라. 평소에 청소하는 걸 좋아해서 구석구석 청소도 했고요. 초보지만 유튜브도 시작해서 팬들과 소통도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공연을 안 하니 짧게나마 영상으로라도 잘 지내고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나중에 온라인을 통해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할 수도 있고요. 이런저런 생각에 촬영도 배우고 편집도 배우고 있죠.
유튜브 영상에 댓글이 많더라고요.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벗, 꽃 Vol.1>의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이 있나요? 콘서트 소식을 알리기 1주일 전에 처음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했어요. 라이브 방송에서 지난 출연 작품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그리워하시더라고요. 댓글이나 반응을 보면서 다 메모해 뒀어요. 쓰고 나니 참여작이 꽤 많더라고요. 하하. 최대한 많고 다양한 무대를 구성하고 싶어서 양일 세트리스트를 다르게 했어요. 러닝 타임도 3시간으로 넉넉하게 잡았고요. 정말 다양한 작품들에서 노래를 선정했어요. 어떤 무대는 작품을 보는 것처럼 꾸밀 계획이에요. 그 외에도 여러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고요. 또 무대 연출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첫 단독 콘서트인 만큼 지금도 세트리스트나 이벤트, 무대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다듬고 있어요.
<벗, 꽃 Vol.1>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있나요? 특별히 새로운 모습은 없어요. 다만 복귀를 단독 콘서트로 결정한 이유는 있죠. 사실은 올 연말 정도에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 했는데, 콘서트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때 복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복귀라고 하기엔 대략 6개월 정도 쉰 거라 민망하지만요. 그래도 생각해 보면 전 정말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고, 이렇게 길게 쉰 건 오랜만이에요. 이런 이유로 정동화를 기다려주신 분들께 깜짝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정동화를 주구장창 세 시간 내내 보는 무대! <벗, 꽃 Vol.1>에서는 저랑 직접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난도 칠 수 있는 편한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오랜만에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런 반가운 시간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면 데뷔 무대가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때를 회상해 보면 어때요? 2003년 연극으로 데뷔를 했고 그다음 해에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오히려 데뷔 초반에는 떨지 않았죠. 어린 마음에 내 모든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운이 좋게도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맡아서 무대에 올랐어요. 종종 선배들이 ‘너 그 나이에 운도 좋고 대단해’라고 하셨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좋았죠.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즐긴다’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는 열심히 하는 게 맞거든요. 회상하면 그때는 지금보다 무대를 더욱 즐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책임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제 이름을 걸고 이끌어가야 할 이야기에 책임이 있으니까요.
데뷔 후 약 17년 동안 배우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힘은 뭐라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제 자신을 위해 무대에 섰어요. 원하는 작품을 향한 열망과 무대 위에서 배우 ‘정동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무엇보다 제 꿈과 희망을 펼치고 싶었거든요. 대학교를 휴학하고 바로 데뷔했으니 얼마나 피가 뜨거웠겠어요.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관객들이 저와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 됐어요. 매일매일 관객들이 와주실 텐데 힘을 내야지. 열심히 해야지. 이 생각을 하게 됐죠.
20대 중반에 생각이 바뀐 건가요? 혹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시기가 있나요? 2006년 출연한 <미스터 마우스>를 꼽을 수 있겠네요. 그 작품부터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어요. 어린 나이에 인후라는 소중한 캐릭터를 맡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어요. 배우로서 고민하고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 정말 많았고, 치열하게 노력했죠.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미스터 마우스>를 통해 뮤지컬배우로서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지금, 살아 있는 순간
작품에 애정이 더해지면 더 좋은 모습으로 탄생하잖아요. 작품을 향한 애정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애정은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이라 생각해요. 그 마음을 느낄수록 더 열심히 할 수 있죠. 관객이 없는 작품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전 항상 관객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요. 치열하게 고민하는 연습 도중에도 의도적으로 그 몰입에서 잠깐 빠져나오려 하거든요. 너무 과하지는 않았나. 반대로 부족하지는 않았나. 냉철하게 작품을 바라보려고 하죠. 전 최대한 많은 관객을 설득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요. 이런 마음이 제가 무대에 쏟아내는 애정일 수도 있고요. 특히나 뮤지컬이나 연극은 배우가 공연을 이끌어가잖아요. 그래서 전 무대가 좋아요. 저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누군가가 공감하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요.
과거 인터뷰에서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이런 부분에서 가장 깊게 고민한 캐릭터가 있나요? <비스티>의 마담이요. 왜냐면 마담은 모든 면에서 악인으로 바라볼 수 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마담이 마냥 나쁜 사람으로만 보여질까봐 걱정했어요. 개인적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은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호감도예요. 제가 잘 다듬을 수 없거나 매력이 없는 캐릭터라면 아예 선택하지 않죠. 캐릭터를 결정하면 그다음에는 인간미를 찾아내려 해요. 대사나 행동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무리 차갑고 건조한 인물이라도 인간적인 모습이 숨어 있을 거라 믿죠. 이런 마음으로 캐릭터에 다가가는 편인데, 마담은 고민 끝에 작품 속에서 가장 안쓰러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담의 안식처는 개츠비에 있는 친구들인 거예요. 이들과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이 폭력적으로 표출된 거죠. 이렇게 마담의 인간적인 모습을 이해하니 애정이 생겼고, 캐릭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어요.
같은 작품에 재출연을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변화가 있나요? 해를 거듭할수록 사고가 확장되어서 캐릭터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가방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지난해와 올해 이 가방을 멜 때 다른 느낌을 깨달을 수 있죠. 가방 속에 자리한 주머니 두 개가 전에는 거추장스러웠다면 지금은 정말 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요. 이런 것과 비슷해요. 분명 같은 작품인데 전과 다르게 다가오는 대사나 행동도 많아요. 그때 퍼뜩 그 인물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죠. 마치 제가 인물의 생각과 마음을 훔친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려면 어느 정도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빠져들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치열하고 힘들잖아요. 그 과정을 어떻게 견디고 계세요? 예전에 작품을 연습하다가 크게 화를 냈던 적이 있었어요. 답답한 상황에 닥치니 저도 모르게 까칠하고 날카롭게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연습실을 나와서 곧 후회했어요. 그때 이후로는 제가 이해하지 못 하는 일이 벌어져도 최대한 참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작품에 함께하기로 한 이상 작품이 나쁜 방향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결국 의견 충돌은 자신과 맞지 않을 때 벌어지는 것일 뿐 틀린 이야기는 거의 없어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장통인 거죠. 차분히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국은 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오랫동안 무대에 서 왔어요. 무대가 좋은 이유는 뭐에요? 직접 관객들을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요. 무대 위에 있으면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숨 막히도록 집중하고 있는 순간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때의 희열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데, 그 기운을 받으면 아무리 지친 상태였어도 힘이 나요. 그 짧은 순간을 느낄 때면 행복해서 무대가 정말 좋아요.
배우 정동화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무대에 설 수 있는 그때까지 배우를 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바로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깨달았죠. 진부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전 정말로 오래도록 건강하게 배우로 남고 싶어요.
정동화의 <벗, 꽃 Vol.1>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된 건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야. 평소에 종종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는 말이랍니다. 하하. 무엇보다 <벗, 꽃 Vol.1>은 제 이름과 저를 아껴주는 분들의 이름을 건 콘서트잖아요. 우리의 콘서트인 만큼 정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후회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해당 공연은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