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속 LGBT
<베어 더 뮤지컬>, <렌트>, <제이미>, <펀홈>, <킹키부츠>. 8월에 공연되는 이들 뮤지컬의 공통점은? 바로 LGBT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어느덧 흥행의 열쇠로 회자되는 LGBT. 이들은 어떤 역사를 거쳐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일까? 과연 이들은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무대 위 그들의 자리를 점검해 보았다.
뮤지컬 퀴어 문화와 캐릭터 변천사
“한 무리의 눈에 띄는 젊은 남자들이 1층 객석 맨 앞에서 매우 큰 오페라글라스를 들고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1층의 평범한 옷차림의 다른 관객들을 비웃는 듯한 표정이어서 저들이 대체 누구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 1884년 <프린세스 이다> 런던 사보이 극장 오프닝 공연 리뷰 중
뮤지컬의 원류 도시인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는 한국에 교회가 흔한 만큼이나 동성애자가 흔하다. 특히 브로드웨이 뮤지컬 창작자들의 세계는 애초부터 거대한 게이 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금기, 탄압, 검열, 편견 등 부정적인 단어로 점철돼 있는 동성애와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무대 공연인 뮤지컬이 공동 운명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때문에 뮤지컬과 퀴어 문화, 그 동거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뮤지컬계에 종사하는 게이 남성 혹은 관객을 일컫는 ‘쇼퀸(Show Queen)’이란 표현은 서구에서 뮤지컬 마니아 집단의 핵심층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억눌려 있는 동성애자의 비참한 현실에 비해 뮤지컬의 일반적인 주제인 낭만적 사랑과 해피엔딩 그리고 음악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로맨틱한 면이 ‘쇼퀸’을 열광시키는 요인이 된 것이다.
쇼퀸과 유미주의
동성애(Homosexuality)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함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 종교개혁 이후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금지함으로써 동성애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 따라서 동성애자는 자신이 희화화된 이미지로 덧칠된 예술 작품을 그저 숨죽이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유럽에서 퇴폐주의와 상징주의가 창궐하고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작품 속에서 구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인물이 유미주의의 전도사이자 동성애자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1854~1900)였다. 당시 그와 추종자들의 독특한 몸짓과 패션은 남녀로만 구분된 기존의 이성애 사회 속에서 확실히 구별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러한 스타일을 칭하는 ‘댄디(Dandy)’, ‘캠프(Camp)’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며 동성애자 남자란 ‘여자같이 꾸미고 행동하는 남자’라는 외형적인 편견이 만들어졌다. 이를 반영한 대표작은 길버트-셜리번 콤비의 코믹 오페라 <페이션스>(1881)로 주인공 레지널드 번손은 육욕에 빠진 시인이자 성 정체성이 모호한 인물로 오스카 와일드를 희화화한 캐릭터다.
<페이션스>는 오늘날 뮤지컬 속 희화화된 퀴어 캐릭터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 번손은 오스카 와일드처럼 유미주의의 심벌인 공작 깃털, 해바라기, 청자기, 장발, 빌로드 바지를 트레이트마크로 활용한다. 또한 백합 한 송이를 두 손가락으로 쥐고 든 것 같은 제스처를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에도 퀴어 연기(Gay Acting)의 표본이 되었다. 번손은 외관으로도 세인의 주목을 끌지만, 입담도 뛰어나 사교계의 인사들 특히 귀부인들 사이에서 재치 있는 좌담을 이끌며 인기를 몰고 다니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는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해 당시 사교계에서 주목받고 유미주의자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그들을 희화화하고 풍자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동성애자들의 애환과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아니었다. 오스카 와일드도 동성애로 투옥되었으며 말년에는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개별 쇼퀸들의 외관이 대중 속에서 구별되기 시작했지만 공공의 억압적인 시선으로 인해 지속되지 못했던 시대였다.
벽장 속에 숨어야 했던 시대
20세기 초 이성애자인 조지 M. 코헨, 빅터 허버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을 로맨스, 코믹, 애국주의 코드로 만들었고 매춘이 횡횡하는 타임스퀘어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동화적인 찬가를 불렀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브로드웨이 공연계는 능력 있는 동성애자 예술가들의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령 <디스 이즈 더 아미>(1943)는 전원이 남자 군인들 캐릭터로 이루어진 뮤지컬이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게이였다. 뉴욕주 정부도 이 사실을 인식했지만 쇼가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하고 제작자가 투어 공연을 원했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 이들이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주로 앙상블, 디자이너, 작곡 분야였다. 브로드웨이 최대 극장주 슈베르트는 동성애를 싫어했지만 그들의 능력을 인정해 고용을 막지 않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게이 예술가들이 고용되었다.
이들은 생계가 해결된 직업인이 되었지만 바깥세상은 가혹했다. 20세기 전반기 뉴욕주는 게이에게 술을 파는 바는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1934년 로만 가톨릭 성당은 영화에서의 애정 표현 금지 캠페인을 벌였고 누드, 속이 비치는 의상, 6초 이상의 키스신뿐 아니라 동성애도 성적 도착이라는 명분으로 금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늘날처럼 동성애자가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를 가리키는 ‘벽장 속에 숨은’ 게이 스태프들과 관객들은 작품 속에 게이 감성과 코드를 상징과 암호처럼 숨겨놓고 이를 찾아 은밀하게 소통하고 즐기게 되었다.
오늘날 가족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는 이러한 암호화에 충실한 작품이다. 도로시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는 캔자스 시골 마을을 떠나 모든 꿈이 이뤄지는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게 되는데, 그 여정에서 ‘남사친’(허수아비, 깡통 사나이, 겁쟁이 사자)들을 만난다. 불완전한 존재인 이들은 남성성이 결여된 게이를 상징한다. 게이 남성들을 ‘도로시의 친구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195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다섯 명의 유대계 동성애자의 합작품이었다. 레너드 번스타인(작곡), 제롬 로빈스(안무), 아더 로렌츠(원작), 스티븐 손드하임(작사), 주인공 토니 역의 래리 커트까지. 게다가 번스타인이 새롭게 시도한 브로드웨이, 재즈, 라틴 리듬의 혼합 작업에는 게이 현대 음악가 코플란드의 참여가 있었다. 작품에 가득한 로맨스, 폭력, 위험, 미스터리는 그들이 받아들인 게이 생활의 구성 요소로 느껴졌고, 남자 주인공 토니가 부르는 ‘어딘가(Somewhere)’의 가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견디고 있는 게이들의 삶의 체험과도 같았다.
1960년대 서구를 휩쓴 민권 운동은 가치 체계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이후 격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맞게 뮤지컬 속 동성애 표현 수위도 점차 높아져 왔다. 1966년 초연된 <카바레>만 해도 주인공 엠시는 그로테스크한 양성애자로 추정될 뿐이었다. 당시에는 브로드웨이 극장 바깥 레스토랑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 식당도 많았다. 평론가(대부분 보수+헤테로+백인+남성)들은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의 ‘컨셉 뮤지컬’이라는 그 독특한 형식에는 환호했지만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이후 1990년대에 연출가 샘 멘데스가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통해 이 작품 속 동성애와 양성애 행위를 부각시켜 화제가 되었지만 동성애는 스톤월 항쟁 이전까지는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이야기였다.
게이 감성의 발현
1969년 6월 27일, 게이들의 영원한 친구 도로시 역의 배우 주디 갈란드의 장례식 날, 뉴욕에 위치한 게이 바 스톤월 인(Stonewall Inn)에 게이들이 모였다. 며칠간에 걸쳐 추모 행사가 계속되고 인파가 불어나자 경찰은 강제 해산을 명령했고 이에 불응하는 이들을 체포했다. 그리고 그날을 계기로 이듬해부터 매년 6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퀴어 퍼레이드가 열린다. ‘스톤월’은 퀴어 문화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브로드웨이 작품에 직업이 있는 프로페셔널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코>(1969)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최초의 게이 캐릭터 세바스찬 바예가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스톤월 이후인 <갈채>(1970)에서 미용사 듀안은 착한 게이로 그려졌다. 그리고 성 정체성으로 인한 내면의 고민을 처음 드러낸 캐릭터는 <코러스 라인>에서 나왔다. 1975년대 초연된 <코러스 라인>에서 동성애자로 나온 폴은 앙상블 지원자 사이에서 중도 탈락하는 단역이지만 차별받아 온 자신의 삶과 꿈을 관객 앞에서 이야기하며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1980년대 에이즈 시대 후반부를 다룬 <렌트>에는 엔젤과 콜린, 모린과 조앤이라는 두 동성애 커플이 등장하는데 비중도 높아지고 극 중에서도 차별적 상황이 줄어든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 존재한다.
이렇듯 현실과는 달리 작품 안에서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포용하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그러한 방식이 쇼 비즈니스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창작자들 역시 자신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룰 경우에도 심각하기보다는 유쾌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가령 <빅터/빅토리아>(1982)는 보드빌 시대에 여장 남자 스타가 탄생하는 과정을 다루었는데 셰익스피어 소극처럼 성 역할을 바꾸었다. 남장 여자 빅토리아(예명 ‘빅터’)와 그를 사랑하는 이성애자 남자 킹 마샹을 통해 벌어지는 해프닝은 한국 드라마 <커피 프린스>와도 일맥상통한다.
<라카지 오 폴>(1983)은 아들을 결혼시키려는 게이 커플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돈과 상견례를 하기 위해 이성애자로 위장하는 좌충우돌 코믹 스토리를 그린다. 이는 브로드웨이 최초로 중년 게이들의 삶을 다뤄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컬이 되었다. 하비 피어스타인이 대본을 썼는데, 그는 <헤어 스프레이>에서 원작 영화의 엄마 역할 에드나였던 드래그 퀸 배우 디바인을 추모하기 위해 같은 역을 맡은 배우이자 <킹키 부츠>의 대본도 쓴 만능 게이 예술가이다. <라카지> 이후 게이들의 성 정체성을 둘러싼 소동극은 코믹의 기본이 되며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자나 돈트>(국내 공연명 ‘헤이 자나’)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사회적 지위를 바꿈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동성애의 필수품화
상업 뮤지컬과 퀴어 문화의 접점에는 브로드웨이 여성 디바들이 있다. 대부분의 디바 캐릭터들이 어려운 출생 배경과 자라온 환경에도 불구하고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어 화려하고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이며 매력적인 남성의 사랑까지 쟁취한다. 남성 중심의 권력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며 전형적인 젠더 역할에 도전장을 던지는 디바들은 게이 남성 관객의 상상 속에서 롤모델이 된다. 고전으로는 <오즈의 마법사>와 <퍼니 걸> 부터 <거미 여인의 키스>, <에비타>, <시카고>, <위키드> 등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이 무대를 지배하고 게이들은 그들을 선망의 아이콘으로 삼았다.
디바 뮤지컬의 정수는 <거미 여인의 키스>다. 같은 감방에 갇힌 동성애자 몰리나와 사회주의자 발렌틴 두 사람이 우정을 넘어선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데 동명의 연극과는 달리 뮤지컬은 그 플롯의 중심에는 디바 아이콘으로서의 오로라(Aurora) 즉 거미 여인이 위치한다. 작품의 주요 뮤지컬 넘버들 역시 대부분 가상의 거미 여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내용과 형식 모두가 디바를 지향한다.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프로듀서스>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제작자의 실상을 풍자한 코미디로 토니상 12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일부러 망할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연출가 로저 드브리스, 그의 연인 겸 비서 카르멘 기아 등 게이들을 고용했더니 대박이 났다는 것으로 ‘뮤지컬은 게이들이 잘 만든다’는 명제를 다시 증명하고 게이 창작자와 이성애자 제작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에이즈 시대가 지난 1990년대 후반, 현실의 여전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점차 상업화의 주역이 되어가는 현상과도 맞물렸다. 한 예로 2004년 토니상 작품상 수상작 <애비뉴 Q>는 등장인물들이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노랫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로드’를 안타까워 하여 자신의 관용적인 태도에 흐뭇함을 느끼게 만드는 양면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이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창작의 비밀이기도 하다.
은근하고 세련된 현대 게이 메타포 뮤지컬
1990년대 후반 이후 동성애가 상업화의 필수품으로 취급되고 게이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해서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게이 창작자들 중에는 직접적인 동성애 표현 대신 그들끼리 알아볼 수 있는 ‘게이 코드’를 숨겨 놓기를 즐기는 경우가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는 35번째 생일을 맞은 매력적인 독신 남자 바비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과 친구들의 눈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극이 끝날 때까지도 원점에서 그는 독신을 유지한다. 즉 결혼이 해피엔딩도 아니고 단지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그 자체가 극의 주인공이다. 바비는 1990년대 이후에 흑인, 게이, 여성으로 재해석되며 다양한 성별로 변하고 있다.
게이 팝가수 엘튼 존이 참여한 <라이온 킹> 주제가 ‘서클 오브 라이프’를 부르는 라피키도 성별이 정해지지 않았다. 가사 역시 개인의 취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헤드윅>의 주제가 ‘오리진 오브 러브’와 일맥상통한다. 엘튼 존의 또 다른 작품인 <빌리 엘리어트>에서 소년 빌리는 여자들만 배우는 발레에 빠져들며, 여자인 데비보다 남자인 마이클을 대할 때 더욱 애틋하고 루돌프 누레예프 같은 게이 발레리노가 될 거라고 말한다. <위키드>의 글린다와 엘파바는 룸메이트로 만나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싫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이게 무슨 느낌일까(‘What Is This Feeling’)라는 곡을 부른다. 이는 뮤지컬 창작자들 사이에서 <오클라호마>의 두 남녀 컬리와 로리가 사랑을 쌓기 전에 티격태격 줄다리기를 하며 부르는 러브 송과 흔히 비견된다.
2020년 한국 뮤지컬 속 퀴어 캐릭터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해 1980년대 동성애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에이즈를 능가하는 역병이 되고 있다. 이러한 힘든 시간에서도 우리 곁에는 여전히 뮤지컬이 있으며 그 속에서 퀴어 문화는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캣츠>의 바탕이 된 T.S. 엘리엇의 시(詩)의 일부분은 그가 파리에서 만난 장 베르드날에게 바치는 시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 시는 훗날 ‘메모리’의 가사로 쓰인다. 동료 고양이들에게 박해를 받으며 비천한 삶을 살다가 환생의 길로 떠나는 외로운 그리자벨라 캐릭터에도 퀴어 감성이 스며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성애자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 소수 집단으로서 공존하는 특별한 동성애자 캐릭터들은 힘겨운 현실을 살며 특유의 매력으로 주변을 밝혀주며 사랑을 받는다. <헤드윅>은 한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렌트>의 엔젤은 <킹키부츠> 롤라의 앙상블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이 되었으며, 국내에 처음 소개된 2017년 웨스트엔드 신작 <제이미>에는 롤라의 16세 시절을 다룬 것 같은 드래그 퀸 제이미가 등장한다. 올여름 가장 기대작은 <펀홈>이다. 레즈비언 그래픽 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 인생을 다룬 작품으로 예술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 작품이다. 서구에서는 게이 남성 문화가 득세하면서 레즈비언 문화와 충돌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펀홈>은 퀴어 문화 안에서도 게이 남성 캐릭터에 밀려 자리 잡기가 어려웠던 레즈비언 예술을 뮤지컬에 발화하고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뮤지컬과 퀴어 문화의 역사에 획을 그으며 현재 번지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