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티> 불 꺼진 도시
오늘 승우와 알렉스가 구치소에 면회를 왔어. 어째서인지 승우는 내가 거짓 자수로 살인죄를 뒤집어썼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어. 진범이 잡히면 무죄로 풀려날 거라며, 지원이는 자신이 데리고 있으니 함께 새로운 박스를 꾸리자고 하더라. 그런 승우를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아? 그래, 형을 떠올렸어. 나는 늘 형을 떠나 지원이와 함께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말했지만, 실은 그냥 이대로 더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않길 바랐는지 모르겠어. 그저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아온 거야. 아마 승우만 아니었다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쳇바퀴 돌듯 살아갔겠지. 행동하기 시작하면 어느 쪽이든 결말을 지어야 하니까. 그러니 이제 와 누굴 원망하겠어. 잡을 수 없는 불빛을 좇으며 한때나마 행복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 승우가 진범을 밝히면 난 여기서 나가게 되겠지. 하지만 다시는 이 어두운 도시 어디에서도 나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이제 불빛은 꺼졌으니까.
<비스티>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청춘들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꿈을 좇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김주노 역 정민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6호 202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