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민은 발레리노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그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
세계 정상급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를 들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92년생, 갓 스물을 넘긴 그에게 한국 무용계가 기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인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컴퍼니로 유명한 러시아 발레의 종가 마린스키 발레단이
이례적으로 문을 열고 받아들인 아시아인 남자 무용수라는 것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타이틀은
단지 그 정도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항상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던 인물들 중에 마린스키에 가서 직접 마주치고 ‘아, 저 사람!’ 하고 알아본 사람이 있어요? 처음에는 사실 다 못 알아봤어요. 왜냐면 영상 속에서 봤던 모습들보다 다 나이가 들어서 얼굴이 조금씩 변했으니까. 한번은 제 앞에 있는 어떤 여자 분을 보고 아, 타티아나 테레코바(80년대 마린스키의 간판스타)를 닮았다, 그 사람이 나이 들어서 주름이 생기고 하면 저런 느낌이겠다 생각을 했어요. 제가 되게 존경하는 분이거든요. 그런데 누가 옆에서 그러더라고요. 저 사람이 그 타티아나라고. 그 순간 정말 와, 날아오르는 줄 알았어요.(웃음) <배트맨>이나 <슈퍼맨> 같은 영화를 보면서 흥분했던 애가 커서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일이죠. 생각해보세요.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무대에 서서 그 천장을 바라보는 느낌이 얼마나 좋겠어요.
지금 발레단에서 서열이 정해졌어요? 아직이요. 9월 말에 직위가 정해질 거 같아요. 발레단에서도 그러더라고요. 아직 직위도 정해지지 않은 신분으로 주역을 따낸 건 네가 최초라고.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봐요.(웃음)
만화나 드라마에서 신인 발레리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토슈즈에 압정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질시의 대상이 될 일 같은데요? 그러게요. 압정만 들어있겠어요.(웃음) 사실 다른 단원들이 견제하고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잘하면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뭐가 좋다 이야기해주고 그래요. 러시아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가? 발레단 사람들은 확실히 착한 것 같아요. 저한테 정말 잘해 줘요. 아, 이게 나 혼자 생각이면 어쩌지?(웃음) 아무래도 자긍심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렇겠죠. 250년 역사를 가진 발레단에 소속된 사람들인데. 최고의 발레단에 속해 있는 최고의 무용수라는 긍지가 있어요. 볼쇼이 발레단조차 마린스키에서 꽃피운 최고의 발레 전통을 옮겨간 것이었으니까요.
처음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을 본 게 언제였어요? 중학교 때 처음으로 직접 마린스키의 공연을 봤어요 그리고 난 꼭 저기 들어가야겠다, 저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만 했어요. 입 밖으로 말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어요. 시스템 자체가 외국인이 들어가기 너무 어려운 곳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제가 들어가고 나서 물어 보니까 발레단 쪽에서 원하더라도 외국인이면 입단을 시키는 게 너무 힘들대요. 정부에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할 만큼 까다롭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설 학교인 바가노바 아카데미 졸업생들에게만 입단 오디션을 볼 자격이 주어졌던 곳이니까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죠. 지금도 동양인은 저 한 사람밖에 없고 외국인 단원으로는 영국인, 미국인이 한 명씩 있는데 그 두 사람은 바가노바 출신이거든요.
파리오페라 발레단이나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영국 로얄 발레단, 각 나라별로 발레의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배우는 댄서 입장에서 호불호가 확실히 있는 편이에요? 저는 스타일을 가리지는 않아요. 각 나라별로 지닌 장점들을 다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러시아 발레를 사랑하는 거예요. 무대에서 자기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게 움직이는 걸 가르친다는 점이 좋아요. 객석 제일 뒷줄에 앉은 관객까지 알아볼 수 있게, 모두를 위한 크고 확실한 표현을 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마린스키 발레단을 꿈꾸면서 특히 선망했던 선배가 있어요? 마린스키 출신으로 정말 대단한 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무용수로는 니진스키, 누레예프, 바리시니코프, 여자 무용수도 파블로바, 마카로바부터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을 배출해온 곳인 데다 이 극장 출신의 안무가들도 대단하거든요. 정말 누구 한 사람을 지목할 수 없을 만큼 쟁쟁한 분들이라 고르기가 힘들어요. 훌륭한 무용수나 안무가들은 저마다 뛰어난 부분이 다 다른데, 그런 제각각의 장점들을 모두 좋아하고 본받고 싶거든요. 저는 누구 한 명을 특별히 우상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이 극장에 대한 존경심이 컸어요.
발레계에서는 남자의 경우 인종으로 인한 장벽이 더 높은 것 같지 않아요? 유럽에 갔을 때, 공연 기획 쪽으로 유명한 분에게 그런 말을 들었어요. ‘나는 동양인들을 정말 사랑하지만, 아시아 여성 중에 프리마 발레리나는 있어도 아시아 남성 중에 발레 왕자는 없다. 그걸 네가 해냈으면 좋겠다’라고.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바로 그러겠다고, 할 수 있다고 대답을 했어요. 근데 저는 정말 자신이 있어요. 자만하는 게 아니라, 제 꿈이 마린스키 무대에 서는 것만은 아니었으니까요. 아직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발레에서 ‘왕자’라는 역할은 단순히 주인공이라는 뜻만은 아니라고 봐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발레에서 말하는 ‘왕자’라는 건 최고의 무용수에게 붙여지는 칭호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단지 왕자 역에 잘 어울린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프리마 발레리나라는 칭호처럼 말이에요. 저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단지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어떤 동작을 누구보다 잘한다는 게 아니라, 제가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이 저를 좋아하게끔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요.
연주자들은 자기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은 무대에서 자기 춤을 바로 볼 수가 없잖아요. 그게 답답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해요. 촬영해서 비디오로 보는 것과 라이브로 보는 건 완전히 다르잖아요. 제가 객석에서 본 공연을 영상물로 봐도 전혀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기회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기회가 있다면 제 춤을 한번 보고 싶어요. 그리고 평가해보고 싶어요. 물론 좋은 평은 아닐 것 같아요.(웃음) 공연이 끝난 후에 최고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거든요. 물론 기쁜 적은 있었지만 이게 진짜 베스트라고 확신할 만큼의 춤을 춘 기억은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저의 춤을 객관적으로 보고 단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제 공연을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으니까, 러시아 기준으로는 좀 늦은 거죠? 많이 늦은 거죠. 어머니가 권해서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 내가 발레 왕자구나! 그랬어요. 아니, 왜 웃으세요? 저 발레 왕자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 얼마나 잘생겼는데! 지금은 아니지만.(웃음) 어렸을 때는 다 꿈이 크니까 난 발레 왕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잃어버린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제게 그 꿈을 심어주고 도와준 분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발레를 하기 전에는 운동을 많이 했다면서요. 정말 여러 가지를 했어요. 그런데 수영이든 축구든 뭐든 무조건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었어요. 공부도 엄청 못했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최고였고. 뭘 하든 그냥 재미로 즐기지를 못했어요. 이게 어느 정도냐면 게임을 해도 남에게 지는 게 싫어서 연습을 할 정도였어요. 어떻게 하면 저 사람보다 게임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공부를 했다니까요.(웃음) 그런데 이런 성격이 발레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하게, 더 잘할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하고 또 연습하니까요.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발레라는 건 결국 무언가를 표현하고 또 전달하는 예술이잖아요. 작품에 대해 이해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지만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할 텐데요. 그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봐요. 경험이라는 걸 안 해본 사람은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어리니까. 제가 이런 사랑은 해봤어도 저런 사랑은 모르기도 하거든요. 아직 모르는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게 책이나 영화, 음악이란 걸 알게 되고부터는 그런 쪽으로 의지를 많이 해요. 전에는 그냥 발레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발레를 잘하려면 뭘 해야 하고 뭐가 중요한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몇 해가 지나니까 제가 달라진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이게 대체 뭘까 싶었던 작품을 다시 보면 나 이거 알아, 자신 있어, 하는 느낌이 와요. 물론 지금도 고민을 하지만 그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더 잘 표현하느냐에 대한 거죠. 평소에 쓸데없는 짓도 많이 해보곤 해요. 학교에 가던 길에 그냥 혼자서 울어본다든가, 그러면 사람들은 출근길에 쟨 대체 뭔가 하고 보지만, 어느 환경, 어느 시간에서든 내가 감정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그게 중요한 일이고 또 놀이에요. 다른 친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노는 것처럼, 전 그렇게 노는 거죠.
발레 음악, 평소에도 많이 들어요? 네. 음악은 발레가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발레는 음악 없이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과 제가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감성이 다를 거예요. 같은 곡을 누군가는 기쁘게도, 누군가는 슬프게도 듣잖아요. 그런 내 색깔이 뭔지를 알기 위해서 더 집중해서 음악을 들어요. 내 춤의 색깔을 찾는 데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클래식 발레는 정답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람의 몸에 자연스러운, 편한 동작들은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닌 걸 편안하게 해야 하는 게 저희가 하는 일이죠. 춤추는 사람에게 동작이 불편하면 관객들이 보기에도 불편하거든요. 하나의 오차도 없는 테크닉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적인 표현까지 해야 하는 게 클래식 발레에요. 정말 어렵죠. 그리고 작품을 만든 옛 안무가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고요. 그런데 그 어려움에서 오는 재미 때문에 클래식 발레를 더 사랑해요. 지금의 발레는 클래식 발레도 많이 변형된 형태에요. 현대화되는 과정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더 좋아진 점도 있지만 저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원형 그대로의 안무, 진짜 처음 만들어진 것에 가까운 표현을 해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너무 구식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 옛 스타일에서 고전의 아름다움을 느꼈거든요. 거기 마리우스 프티파의 철학과 의도가 더 정확하게 살아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그걸 관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사람의 생각이라기에는 좀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데요? 애늙은이 같다고도 하세요.(웃음) 그런데 저는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그 시대에 최고였던 것의 가치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고였던 것에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요. 시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피카소의 작품이 변형되어야 가치가 지켜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클래식 발레에도 분명 그런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린스키의 선생님들에게 그런 생각을 말한 적이 있어요? 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저를 선택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제가 춤을 췄을 때 그 스타일을 보고 제 생각들을 아세요. 네가 어떻게 그런 걸 아냐고 신기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한국에서 원래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블라디미르 킴, 마르가리타 쿨릭)들께서 그런 면으로 저한테 영향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러시아 발레에 대한 그 사람들의 자부심은 물론 대단하겠지만 기민 씨처럼 그 뿌리에까지 애착을 갖고 복원해보고 싶어 하는 젊은 한국인 댄서는 그들 눈에도 신기해보일 것 같아요. 발레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우리와 피부색도 다르고 머리 색도 다르고 눈 색깔도 다른 아이가 우리와 똑같이 춤을 추네? 그런데 동양적인 미가 섞인 러시아 발레를 보여주네?’ 이런 면에서 관심을 보여주세요. 저는 러시아 발레를 정말로 사랑하지만 어쨌든 한국인이기 때문에 제 춤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DNA에 새겨져 있는 거니까. 그런데 그것이 저한테 힘이 되고, 제 춤에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서열 없는 상태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서잖아요. 저는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컴퍼니 측에서도 그런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한국 공연이라고 해서 그럴 만한 그릇이 아닌 댄서에게 주역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주는 일은 없단 말이에요. 그런 인정을 받는다는 게 어때요? 감사하죠.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에서 주역으로 공연을 하는 것과는 또 달라요. 한국은 제 고국이기도 하고, 또 많은 분들이 저를 보잖아요. 가족, 친구들, 선생님들이 다 지켜본다는 걸 아니까 긴장도 되고요. 그런데 공연 때 긴장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당한 긴장은 정말로 무대에서 도움이 되거든요. 처음 무대에 발을 딱 내딛을 때 긴장에서 오는 에너지가 폭발하는 느낌을 알아요.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사람한테 미안하지만, 지크프리트 왕자는 좀 바보 같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바보 같죠. 색깔도 하나 못 알아보고! 그런데 정말 딱 제 나이의 남자 같아요. 성년이 되는 해의 생일을 맞은 왕자잖아요. 사춘기는 지났지만 아직 어른은 아닌 그 감정들을 저도 알아요. 마음은 무언가를 원하는데 그 마음이 자기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 진짜 낭만적이고 또 고전적인 작품이에요. 그런 걸 표현한다는 게 참 아름다워요.
누레예프처럼 일반적인 도덕관념 밖의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그런 일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슨 나쁜 짓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때로는 좀 다른 방식으로 자기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발레에 대한 제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정도의 일을 할 때도 있는데, 저는 무용수들의 그런 면에 대해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물을 무대에서 보여주잖아요. 그렇다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수준까지 가는 건 아니고요. <블랙 스완>을 봤는데 저는 그 영화를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발레는 정상적인 사람이어야 할 수 있는 거고, 감성적으로 아주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보니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도 춤 때문에 누굴 찌르고 하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에요.(웃음)
<빌리 엘리어트>는 봤어요? 기민 씨도 그렇지만 한국 발레리노들은 보통 유복한 환경이라 자기들과 상황이 너무 달라서 감정이입을 잘 못하던데. 저는 무지 좋아하는 영화에요. 되게 공감하면서 봤어요. 딱 저 같았거든요. 그 애는 재능이라도 있었지만 저는 정말 재능이 없었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많이 힘들었는데 결국 그 사람과 저에게는 같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춤에 대한 열정이라는 거. 그 마음이 저와 그 주인공을 무용수로 만들었죠.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같은 현대적인 작품들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젊은 무용수들은 보통 모던 댄스나 뮤지컬, 연기 같은 새로운 경험에도 관심이 많던데요. 재미있게 봤고 좋은 작품이지만 지금은 클래식을 더 집중해서 배우고 싶어요. 만일 하루가 36시간이면 저도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배울 것 같은데 하루는 24시간밖에 없잖아요.
멋있게 살고 있네요. 네, 저도 제 인생에 만족해요.(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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