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바다로 간다!
붙잡을 수 없는 수많은 생명의 환영이 모이는 곳. 차갑지만 따뜻하고, 모든 것을 받아줄 것만 같은 그곳, 바다. 누군가는 꿈을 좇아서, 누군가는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검은 파도와 흰 물보라에 몸을 맡긴다.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주인공 이스마엘과 퀴퀘그, 그리고 이들의 특별한 항해에 함께했던 고래잡이배 피쿼드호 사람들처럼 말이다. 각자의 꿈과 도전을 뒤로 한 채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을 쫓아 북극의 백야 속에서 찬란하게 사라져간 피쿼드호의 항해사들이 다시 모였다.
뮤지컬 <모비딕>은 거대한 흰 향유고래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피쿼드호 선장 에이허브의 광기 어린 복수극으로 많이 알려진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에서 출발했다. 사건의 중심은 원작과 다름없지만 뮤지컬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모비딕>은 선원들의 모험보다는 인물들 간의 교감과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스마엘과 이교도 야만인 퀴퀘그의 순수한 우정, 결과에 상관없이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피쿼드호 선원들의 동료애, 대자연의 순리에 도전한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관한 이야기가 이스마엘의 기록을 통해 차례로 펼쳐진다. 철학적인 물음으로 가득한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뮤지컬의 소재로 삼은 것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모비딕>은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 안무는 물론 악기 연주까지 직접 선보인다. 음악적으로 보다 풍성한 뮤지컬을 선보이려 한 창작자들의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선보일 수 있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캐릭터를 상징화하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은 더블베이스, 작품의 화자로서 모든 사건을 관찰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이스마엘은 모든 음악의 중심이 되는 동시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 피아노, 작살잡이 퀴퀘그의 날렵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바이올린과 활,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허브의 의족을 대신하는 첼로와, 망원경으로 활용되는 클라리넷…. <모비딕>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배우를 찾는 동시에 연주자들에게 노래와 연기를 가르치는 방법을 택했다. 열정으로 모인 액터-뮤지션들이 혼신을 다해 선보인 세 차례의 워크숍과 성공적인 초연 이후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모비딕>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2호 2012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