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NFT 활용법
낯설지만 흥미로운 만남
최근 1년 사이 문화예술계의 큰 화두로 떠오른 NFT(Non-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하는 단어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디지털 자산에 고유의 값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위조와 복제가 불가능하고 원본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2021년 연말을 기점으로 NFT를 활용한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NFT를 활용하는 각기 다른 방법
공연 제작사 쇼노트는 2022년 2월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을 통해 NFT 마케팅에 나섰다. 미공개 공연 사진과 출연 배우의 음성을 하나의 콘텐츠로 묶어 NFT 굿즈로 발행해 관객에게 무료 증정하는 이벤트를 연 것이다. 몬티 역의 유연석, 고은성, 이상이, 다이스퀴스 역의 오만석, 정성화, 정문성, 이규형이 참여한 7종의 NFT가 총 500개 발행됐으며, 이는 이벤트 당첨자에게 랜덤으로 증정되었다. 해당 NFT는 카카오톡 내 블록체인 지갑인 ‘Klip’에 보관해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초연된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에서도 배우 사진으로 제작된 포토 티켓과 미공개 영상이 담긴 NFT를 발행해 관객에게 증정했다. 관객들은 NFT를 통해 공연과 관련된 콘텐츠를 디지털 파일로 소장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희소성을 지닌 NFT의 원본을 감상할 수 있다. 쇼노트 측은 “NFT 굿즈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작품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며 “공연 콘텐츠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틀맨스 가이드>와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가 관객에게 NFT를 활용한 굿즈를 무료 증정했다면, <잭 더 리퍼>는 NFT를 활용한 수익 사업에 나섰다. <잭 더 리퍼>의 제작사 글로벌컨텐츠는 한글과컴퓨터의 그룹사인 아로와나허브가 운영하는 아로와나재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티켓과 소품 등을 NFT로 발행해 판매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배우가 실제 사용한 대본, 악보, 의상을 배우의 사진으로 만든 디지털 아트와 결합했다는 것이다. 해당 NFT를 구매한 사람은 디지털 아트뿐만 아니라 배우가 공연에서 사용한 물품을 직접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잭 더 리퍼>의 NFT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낙찰되는 경매 방식으로 판매가 진행됐는데, 극 중 다니엘 역을 맡은 엄기준이 사용한 대본이 1,700ARW(한화 약 205만 원, 4월 24일 기준)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같은 역을 맡은 아스트로 멤버 MJ, SF9 멤버 인성의 무대 의상은 160만 원을 웃도는 가격을 형성했다. 2월부터 진행된 경매는 5월 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글로벌컨텐츠 측은 “기존 공연 사업은 티켓 판매 매출에 의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수익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NFT를 선보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추후 다양한 NFT 굿즈를 개발해 제작사와 배우가 윈윈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다룬 신작 <프리다>를 통해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NFT 활용 방식은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는 또 다른데, 화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프리다 칼로를 다채로운 시선으로 조명한 오마주 기획전을 개최해 이를 NFT로 출시한 것이다. 이 기획전에는 가수 김완선과 배우 리사를 비롯해 파시호시, 마틸다 정 등 총 11명의 화가가 참여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연 홍보나 마케팅 방향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떠오른 트렌드에 맞춰 NFT 기술과 공연의 현장성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오마주 기획전은 <프리다>의 공연장 로비와 온라인을 통해 동시에 진행됐다. 공연장에 방문한 관객들이 전시를 보고 NFT에 관심을 갖고, 온라인을 통해 기획전의 NFT 작품을 접한 이들이 공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선순환을 의도한 것이다. <프리다>가 NFT로 출시한 11종의 그림은 10만 원에서 650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한데, 파시호시 작가의 ‘사랑 안에 피어나다’가 총 50개의 NFT 중 26개(4월 24일 기준)를 판매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공연 제작사는 공연 콘텐츠와 NFT의 만남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NFT와 결합해 공연과 관련된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기존 관객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추후 공연계 NFT 활용 가능성에 대해 쇼노트는 “온라인을 통한 공연 홍보가 활성화되면 콘텐츠 제작과 배급 및 유통 방식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NFT의 적극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MK뮤지컬컴퍼니는 “공연 콘텐츠를 NFT와 접목시킨다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NFT가 낯설다는 관객의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NFT로 지키는 예술인의 권리
경기아트센터는 NFT를 도입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경기아트온’을 선보였다. 경기아트온은 공연예술 영상 콘텐츠 유통과 저작권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2021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한 ‘블록체인 선도시범사업’으로 선정돼 경기아트센터와 KT가 공동 개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공연의 기회를 잃은 예술인들이 무대를 영상화해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지만, 소유권이 보호되지 않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이는 해당 콘텐츠가 원본임을 증명할 수 있는 NFT의 특징을 활용해 기획되었다. 경기아트온은 경기아트센터가 예술인들의 공연 영상을 사이트에 등록한 뒤 영상 소유권을 NFT의 형태로 예술인에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라인 관객이 영상을 시청하면 발생하는 수익이 예술인에게 돌아간다. 현재 110여 개 예술단체의 230여 편의 공연 영상이 등록되어 있다. 지난 3월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현재는 일반 대중이 아닌 일부 수요처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문화재단은 2022년 10대 혁신안을 발표하며 순수예술 분야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예술인 NFT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예술가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작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미래 예술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현재 자체 프로젝트 팀을 꾸려 다양한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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