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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DOL] 연정의 열정, <리지> 유연정 [No.212]

글 |최영현 사진 |맹민화 2022-09-23 1,858

연정의 열정 
<리지> 유연정

 

연정은 연습생 시절 출연한 <프로듀스101>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가수 데뷔의 꿈을 이뤘다. 이제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꿈의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연정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정과 노력으로 뮤지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무대 위의 완벽주의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퀸덤2>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더라고요.
이전에는 <복면가왕>이나 에 출연했고요. 연정 씨는 유독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자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했더라고요. (웃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계속 좋은 결과를 내야 하니까 무대에서 사소한 실수를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반면에 그걸 이겨내면 실력도 늘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져요. 제가 <프로듀스101> 시즌1으로 데뷔했거든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상도 못 할 만큼 고생했는데 그 과정을 다 겪고 나서는 뭐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언제부터 가수를 꿈꿨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보통 아이였어요. 가요도 잘 몰랐어요. 아는 노래라고는 동요랑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가 전부였어요. 그러다 소녀시대 선배님을 보고 아이돌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소녀시대의 무대가 충격적으로 멋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장래 희망이 가수가 됐죠. 친구들이랑 다목적실에 있는 큰 거울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꿈을 키웠어요. 그렇게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어도 정작 반 친구들이나 가족들 앞에서는 노래해 본 적이 없어요. 누가 시키면 쑥스러워서 나서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수가 되겠다고 하니까 엄마가 가족들 앞에서 노래도 못 하는데 어떻게 가수를 할 거냐고 그러셨죠.

 

노래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은 걸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수 준비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부모님이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셔서 제 실력과 진심을 증명할 게 필요했어요. 학교에서 노래 대회 포스터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가족 앞에서는 노래를 못 하겠는데 대회에서 노래하는 건 괜찮더라고요. 이상하죠? (웃음) 부모님께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면 가수가 되는 걸 허락해 달라고 했어요. 시에서 개최한 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상을 받고, 시 대회 1등만 나갈 수 있는 경기도 청소년 종합 예술제에서 장려상을 받았죠. 저도 놀라고 부모님도 놀라셨어요. 그때부터 부모님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어요. 한번은 부모님께 왜 그렇게 마음을 빨리 바꾸셨냐고 물어봤더니 자꾸 상을 타오니까 어쩔 수 없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가수 데뷔 때까진 연정 씨의 노력에 달려있던 거잖아요. 데뷔 때까지 어떻게 준비했어요?
예고에 진학하면서 오디션에 참가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제가 지원할 수 있는 오디션은 다 지원하고 연락을 기다렸죠. 한 곳이라도 붙으면 성공이라는 마음이었어요. 지금 소속사에 연습생으로 발탁돼서 데뷔 조에 들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연습생이 된 지 채 1년도 안 됐는데, 소속사에서 <프로듀스101>에 나가보라고 하셨어요. <프로듀스101>에 참여해서도 매번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국 데뷔 무대에 서게 되더라고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죠.

 

경쟁에서 지치지 않고 노력하는 게 쉽지 않은데, 평소에 승부욕이 강한 편이에요?
데뷔하고 나서 점점 승부욕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일에 대한 욕심이 정말 많거든요. 제가 무대에 서는 이유 중의 하나가 무대를 잘했을 때의 만족감이나 성취감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직 제 무대에 100퍼센트 만족해 본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잘했다고 해도 모니터링을 하면 늘 아쉬운 부분이 보여요. 더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점점 더 승부욕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완벽한 무대를 준비하기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제 무대를 찍은 영상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요. 머릿속에서 수십 번, 수백 번 반복 연습하는 건데, 저한테는 실제 연습만큼 효과가 있더라고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안심이 돼요. 자신감도 더 생기고요. 뮤지컬도 그렇게 연습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실에서 찍은 영상이랑 대본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반복 연습을 했죠. 그러고 연습실에 가면 제 머릿속에 있던 장면이 바로 나와서 수월하게 연습할 수 있었어요. 공연 중에도 제 등장 순서를 기다릴 때는 다음 장면을 떠올려봐요. 그러고 나서 무대로 나가면 장면을 이어가기 쉬워요.

 

 

뮤지컬배우 연정의 시작


대학을 뮤지컬학과에 진학할 만큼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리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와서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 뮤지컬을 해도 될지 자신이 없었거든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건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어요. 우선 <리지>의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에 참여하면 뮤지컬배우로서 배울 게 많을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출연을 결심한 후에도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었어요.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에요.

 

언제쯤 불안이 사라졌어요?
연습하는 내내 불안했어요. 저에게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공연 일주일 전부터 극장에서 리허설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선배님들이 많이 격려해 주신 덕분이에요. 저를 배우로서 동등하게 대해주시는 게 느껴지니까 불안감이 줄어들더라고요.

 

연습할 때 뭐가 가장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연습 초반엔 연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저와 같이 앨리스 역할을 맡은 제이민 선배님이랑 똑같은 대사를 해도 느낌이 너무 다른 거예요.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서 선배님들을 열심히 관찰했어요. 선배님들은 대본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여서 인물을 만들어 가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대사여도 느낌이 달랐던 거예요. 제가 선배님들의 내공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저도 저만의 앨리스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에 숨겨진 뉘앙스도 생각해 보고, 내가 진짜 앨리스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보고. 연습실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방향을 잡았던 것 같아요.

 

선배들의 조언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유리아 선배님에게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떨지 상의한 적이 있어요. 선배님이 다 맞춰 줄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제가 표현해 보고 싶었던 걸 해봤죠. 근데 정말로 선배님이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해도 다 받아주시는 거예요. 상대 배우와 같이 연기하는 재미를 알게 되니까 제가 계산한 대로 매번 똑같이 연기를 할 수 없더라고요. 이제는 저도 상대에 맞춰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노래는 어땠어요? <리지>는 강렬한 록 음악을 사용하잖아요.
다행히 앨리스가 <리지> 중에서 제일 여린 캐릭터라서 노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오히려 아이돌 무대와 달리 밴드 사운드를 뚫고 노래하다 보니 노래 실력이 늘었어요. 저한테는 창법보다 발음이 문제였어요. 가요를 부를 때는 발음보다는 스타일에 신경 썼는데, 뮤지컬은 내용 전달을 위해 발음이 정확한 게 중요하잖아요. 아무리 크게 노래해도 가사 전달이 잘 안되니까 문제더라고요. 음악감독님이 정말 고생하셨어요. 아기한테 말을 가르치듯이 단어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연습을 시켜주셨어요. 어떤 때는 1절을 부르는 데 3시간이나 걸렸어요. 감독님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가르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어머니가 공연을 자주 보러 오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나요?
공연하기 전에 엄마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뮤지컬을 하겠다고 결정한 다음에 엄마한테 너무 어려워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첫 공연 날 딸이 정말 못할까 봐 저만큼 긴장하셨대요. 다행히 공연이 끝나고 나서 마음을 놓으셨고요. (웃음) 엄마가 많이 응원해 주셔서 제게 큰 힘이 돼요.

 

나중에 지금을 돌이켜 봤을 때 <리지>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고마운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작품이 많이 없잖아요. 그 소중한 작품에 제가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처음에 왜 그렇게 출연을 망설였을까 싶은 정도로 공연을 하는 게 행복해요. 그리고 정말 뮤지컬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첫 공연이 끝나고 김태형 연출님이 연습 때보다 잘했으니까 힘내라고 앞으로 어떤 뮤지컬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씀 덕분에 용기가 생겼어요.

 

다시 뮤지컬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리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계속 뮤지컬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잘 해낼 자신이 없었거든요. 지금은 달라졌어요. <리지> 덕분에 뮤지컬에 더 빠졌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또 다른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지금 같이 공연하는 언니들이랑 다른 작품에서 다른 역할로 만나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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