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SPOTLIGHT] <넥스트 투 노멀> 노윤, 나에게로 한 걸음 더 [No.212]

글 |최영현 사진 |맹민화 2022-09-23 2,061

<넥스트 투 노멀> 노윤
나에게로 한 걸음 더

 

데뷔 후 작품의 성격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무대에 선 배우. 데뷔 6년 차 노윤은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성장해왔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돌아온 <넥스트 투 노멀>에 게이브로 참여한다. 이번엔 배우가 아닌, 이십 대 청년 노윤의 성장을 기대하면서.

 

 

또 다른 도전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킹아더>에 랜슬롯 역으로 출연 중이에요. 처음 <킹아더>를 접했을 땐 이전에 참여했던 작품과 노래나 서사 스타일이 달라서 낯설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신선하더라고요. 덕분에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어요. 그리고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넥스트 투 노멀> 연습을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스케줄이 빡빡해서 매일 집, 연습실, 공연장만 오가며 지내요. 집에 돌아오면 맥주 한잔 마시고 좀 쉬거나 작품에 참고할 만한 자료를 챙겨봐요. 최정원 선배님이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셔서 조만간 찾아보려고요.

 

게이브로 캐스팅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믿어지지 않았죠. 그냥 감사하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어요. 예전에 <넥스트 투 노멀>을 봤을 땐 감히 제가 그 무대에 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왜냐하면 그때 저는 뮤지컬배우를 지망하는 대학 입시 준비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입시 지정곡 중 하나가 게이브가 부르는 ‘I'm Alive’였어요. 영어 가사까지 외워가면서 열심히 연습했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그 노래를 진짜 무대에서 부르게 됐으니 정말 신기하죠.

 

7년 만에 공연하는 <넥스트 투 노멀>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커요. 게다가 게이브는 젊은 배우들이 탐내는 역할이잖아요. 여러모로 부담될 것 같아요.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쟁쟁한 선배님들이 거쳐 간 배역이니까요. 솔직히 처음에는 저만의 게이브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앞섰어요. 그러다 찬찬히 대본을 분석하고 다른 배우들과 리딩을 해보니까 괜한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더라고요. 워낙 섬세하고 치밀하게 짜인 작품이어서 어느 한 캐릭터가 두드러지면 작품의 균형이 깨질 것 같은 거예요. 지금은 작품의 균형을 깨지 않는 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넥스트 투 노멀>에 참여하게 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게 뭐였나요?
뮤지컬계 1세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거요! 데뷔 후에 이만큼 경력 차이가 나는 선배님들과 함께 공연한 적이 없었거든요. 출연이 확정된 다음에 제일 궁금했던 점도 다이애나와 댄 역할을 누가 맡을까였어요. 요즘 연습실에서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것만 봐도 행복해요. 앞으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이 작품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 무척 기대돼요.

 

<넥스트 투 노멀> 연습실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연습실에 있으면 자꾸 울컥울컥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리딩 첫날부터 그랬어요. 게이브가 부르는 노래가 워낙 어려워서 실수 없이 잘 마치자는 생각이었는데 1막 후반부에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대사 하나, 노래 가사 하나가 자꾸 제 마음을 건드리더라고요. 처음 연습할 때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이 눈물이 나면 참지 말고 울라고 하셨어요. 안 그러면 나중에 무대에 못 선다면서요. 그 말에 정말 공감해요. 저도 모르게 작품에 훅 빠져들어서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공연에 대비하려고 연습실에서 많이 울고 있어요. (웃음)

 

직접 연습을 해보면서 느낀 게이브의 매력이 있나요?
게이브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인물이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보이겠더라고요. 그리고 멋진 노래들을 부른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처음 악보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게이브가 불러야 하는 음들은 다 오선지 한참 위에 있더라고요. (웃음) <넥스트 투 노멀>은 성스루 뮤지컬이라고 해도 될 만큼 노래가 많아요. 모든 걸 노래로 표현해야 하는데, 게이브처럼 고음으로 노래하면서 동시에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역할이지만 배우로서 도전 의식이 생겨요.

 

게이브는 상상 속의 인물이잖아요.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대본에 나와 있는 정보부터 꼼꼼히 체크하고 그 인물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봐요. 거기에 살을 조금씩 붙여가며 인물을 완성하죠. 그런데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랑 비슷한 경험은 찾기 어렵더라고요. 대신 가족 이야기니까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어땠는지, 어머니와 나는 어떻게 지냈는지 떠올려봐요.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나고요. 요즘처럼 저 자신과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실제 노윤은 어떤 아들인가요?
다이애나에게 게이브는 아들이자 친구고 또 때론 남편 같은 존재예요. 저랑 어머니가 딱 그래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랑 허물없이 잘 지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친구처럼 지내게 되더라고요. 속에 있는 말 다 털어놓을 수 있고, 진짜 나를 잘 아는 그런 친구요. 덕분에 다이애나와 게이브의 관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게이브처럼 완벽한 아들은 아니에요. 그래도 어머니가 의지할 수 있는 아들인 것 같아요.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기대하며


외할아버지는 연출가셨고, 어머니는 분장 디자이너잖아요.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을 법한데, 어렸을 땐 배우를 꿈꾸지 않았다고요?
어머니 덕분에 극장이라는 공간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어요. 네다섯 살 때부터 분장실에서 놀았고, 조금 자라서는 연극도 많이 봤거든요. 근데 한 번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운동 쪽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뮤지컬을 봤는데 무대 위에 배우들이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거예요.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했어요. 뮤지컬을 해야겠다고요. 고3이 다 돼서 느닷없이 뮤지컬배우를 하겠다고 하니까 엄청 당황하셨죠. (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어떻게 해요? 뮤지컬배우가 되겠다고 통보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입시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급하게 진로를 정했지만 중앙대학교에 한 번에 합격했어요. 운명처럼 느꼈나요?
운이 좋았던 거죠. 날씨처럼 제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전 운이 꽤 좋은 편인 것 같아요. 감사하죠. 하지만 운이 따르기 위한 실력을 쌓는 건 온전히 저의 몫이라 언제나 노력하고 있어요. 입시 때도 그랬어요. 1년 동안 딱 노래 세 곡, 연기 두 개만 죽어라 연습했어요. 뮤지컬을 잘 몰라서 선택의 폭이 좁았던 게 오히려 득이 됐어요. 중앙대 연극학과는 제 꿈의 학교였던 터라 합격자 발표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합격 문자를 받고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아주 난리였죠.

 

오디션도 한 번에 합격해서 곧바로 데뷔하게 됐죠.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와서 <베어 더 뮤지컬>로 첫 오디션을 봤어요. 단번에 합격해서 다음 기회도 쉽게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베어 더 뮤지컬> 이후로 지원한 오디션에 다 떨어졌어요. 내가 설 수 있는 무대 하나쯤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도전했지만, 그 한 번의 기회가 안 오더라고요. 복학 시기를 놓쳐서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결국 6개월 내내 오디션만 봤어요. 그땐 한 한기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름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죠. 결국 <트레이스 유> 오디션에 합격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공연하게 됐어요.

 

출연작을 보면 스타일이 다 달라요. 작품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저는 무슨 일이든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에요. 작품을 고를 때도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단순하게 재미있겠다 싶으면 해요. 출연했던 작품을 쭉 나열해 보면 비슷한 장르가 거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작품의 색이 다 다르다 보니 매번 배우는 게 있어요. 모든 작품이 저 자신의 터닝 포인트처럼 느껴져요.

 

<넥스트 투 노멀>은 배우 노윤에게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될 거 같아요?
요즘 제가 배우로서, 또 이십 대 후반 청년으로서 고민이 많아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의 원인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마침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를 준비하면서 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돼서 다행이에요. 작품을 마치고 나면 복잡한 저의 마음도 정리가 되길 바라요. 어쩌면 <넥스트 투 노멀>은 배우 노윤보다 2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노윤에게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