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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포미니츠> 나의 바다로 [No.215]

글 |홍서영(배우) 사진 | Illustrator |이야기 2022-10-13 615

<포미니츠>
나의 바다로

 

 

거기 있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피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피아노이자 크뤼거이자 제니 자신이었다. 제니가 증오하면서도 사랑한 그 모든 것이었다. 온 힘을 다해 피아노를 뜯고 때리고 울리며 제니는 그동안 부정당해 온 아픔을,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그리고 마침내 용서를 연주했다. 그렇게 제니는 자신을 연주했다. 


제니는 많은 사람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잠시 동안은. 


다시 교도소로 돌아온 제니는 크뤼거와의 피아노 수업을 기다렸다. 그러나 크뤼거는 오지 않았다. 제니는 다음 주에는 분명 크뤼거가 찾아오리라 믿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복역을 마치는 날이 되어서야 제니는 직접 크뤼거를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크뤼거는 이미 떠난 뒤였다. 재회의 날만을 기다려온 제니는 허망함을 느꼈다. 그제야 크뤼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음을 깨달았다. 유일하게 곁에 있어주었던, 그리고 다시 곁에 있어줄 거라 믿었던 크뤼거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무섭지만, 제니는 안다.


자신만의 바다를 헤엄칠 자신이 있다.

 

(!) <포미니츠>는 교도소에서 60여 년간 피아노를 가르쳐온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음악 천재 제니가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이 글은 제니 역을 맡은 홍서영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제니가 콩쿠르에 출전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5호 2022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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