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상상력
뮤지켓 스튜디오
@musicket_studio
무시무시한 살인마 하이드도, 괴짜 탐정 L도 ‘뮤지켓 스튜디오’의 손길만 거치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재탄생! 알록달록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뮤지켓 스튜디오의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말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단순한 그림체이지만 그 안에 뮤지컬 마니아라면 알아볼 수 있는 의상 및 소품 디테일이 깨알같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여름휴가를 떠난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상상력이 녹아 있는 그림은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를 준다.
뮤지컬에 빠지는 계기가 된 작품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으로 관람한 뮤지컬은 2010년 공연한 <모차르트!>예요. 가수 활동 때부터 좋아했던 김준수가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연을 보러 갔죠. 뮤지컬이 어떤 장르인지 몰랐는데, 극장을 가득 채운 배우들의 에너지에 압도당했어요. 3시간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에 다녀온 기분이었죠. 그 기분에 매료되어 다른 작품을 하나둘 찾아보기 시작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어요.
뮤지컬 그림을 그리는 SNS 계정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하루는 영화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 전시를 보러 갔는데 그걸 보니 뮤지컬 일러스트를 그려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험 삼아 아이패드로 그림을 한 장 그렸는데 결과물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계속 이런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업 외에 ‘부캐’로 일러스트 작가가 되어 보고픈 마음이 생겨서 지금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계정에 올릴 그림을 그릴 때 작업 원칙이 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림 속에 저만의 아이디어를 담는 거예요. 공연 사진을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작품에서 설정을 가져오되 배경이 되는 장소와 분위기는 상상력을 발휘해 그려요. 대신 의상과 소품 디테일을 살려 어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확실히 드러나도록 하죠. 또 한 가지 원칙은 직접 관람한 작품만 소재로 삼는 거예요. 캐릭터 한 명이 서 있는 단순한 그림처럼 보일지라도 그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가 드러나도록 구도와 포즈를 정하려면 공연 내용을 잘 알아야 하거든요. 과거에 관람하지 않은 작품의 그림을 몇 장 그려 올린 적이 있는데 결과물에 확신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직접 관람한 작품만 그리고 있어요.
작업 방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작업의 첫 단계는 작품 선정인데, 가능한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을 골라요. 그래야 그림을 접하는 다른 관객들과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거든요. 그 다음엔 해당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떠올려 봐요. <웃는 남자>의 입 찢어진 광대 그윈플렌, <킹키부츠>의 드래그 퀸 롤라처럼 캐릭터가 강렬한 작품이라면 그 캐릭터를 그리죠. <베르테르>의 해바라기, <어쩌면 해피엔딩>의 반딧불이처럼 작품을 상징하는 소품이 있다면 그에 어우러지는 장소를 상상해서 배경을 그리고요. 그림을 그릴 때는 아이패드 앱 프로크리에이트를 사용하고, 어도비 포토샵으로 편집이나 보정 작업을 합니다.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그림은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나요?
대학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멈춰 있는 그림을 움직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 지킬에게 하이드의 의상을 입히는 영상을 만들었죠. 마치 종이 인형 놀이를 하는 것처럼요. <데스노트>의 경우 극의 분위기에 맞춰 캐릭터의 모습을 심플하게 그렸는데, 다소 심심해 보이길래 사신 류크가 데스노트를 떨어뜨리거나 L이 입학식 연설문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움직임을 넣어봤어요. 앞으로 이런 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계정을 운영하면서 생긴 일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팔로워 한 분이 제 그림으로 친구에게 선물할 레터링 케이크를 만든 적이 있어요. 화이트 데이를 맞아 <하데스타운>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커플 그림을 올렸는데, 그 그림으로 친구의 생일 케이크를 제작해도 될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친구분이 오르페우스를 연기한 박강현 배우 팬이었대요. 제 그림을 보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니 기쁘고 뿌듯했죠. 얼마 후 그분으로부터 케이크 사진과 함께 친구가 무척 기뻐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답니다. 제 그림을 좋아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해 나갈 힘을 얻어요.
계정 개설 당시와 현재의 운영 목표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처음에는 시간 날 때 그린 그림을 모아두는 계정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팔로워가 늘면서 지금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리면 그릴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자연스레 여러 가지 목표가 생겼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뮤지컬 마니아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며 서로 소통하는 게 최우선이에요. 꾸준히 하다 보니 이렇게 『더뮤지컬』과 인터뷰를 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도 얻었잖아요! 또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제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나 뮤지컬 마니아가 좋아할 만한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 자체 상품을 출시하고, 전시를 열고,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뮤지켓 스튜디오’가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언젠가 제 그림으로 제작된 MD가 극장에서 판매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봐요.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막연한 꿈인데요, 대학로에 뮤지컬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겸 카페를 꾸리고 싶어요. 제가 만든 상품뿐 아니라 지나간 작품의 MD, 관극 필수 아이템 등을 모아서 판매하는 거죠. 관극 전에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림1: 뮤지컬 일러스트 작업의 출발점이 된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과 데아 그림.
그림2: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는 <위키드>의 엘파바와 글린다.
그림3: 해바라기 밭으로 소풍을 떠난 <베르테르>의 베르테르, 롯데, 캐시.
그림4: <하데스타운>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케이크 제작에 동의를 구했던 그림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6호 2022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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