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로 새로운 인생의 서막을 열었던 김준수가 이번에는 뮤지컬배우 매니지먼트라는 또 한 번의 모험에 나선다. 회사의 운영 목표는 소속 배우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울타리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것. 김준수의 끝없는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이전에는 줄곧 뮤지컬배우로 인터뷰했는데, 오늘은 소속사 대표 겸 배우로 만나는 거라 새로워요. 뮤지컬배우 매니지먼트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이전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홀로서기를 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다른 매니지먼트에 들어갈까 했는데, 저에게 딱 맞는 곳이 없었어요. 뮤지컬 활동과 가수 활동, 양쪽 활동을 잘 이해해 주는 곳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렇다면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이전에도 군 제대를 기점으로 스케줄을 직접 관리했거든요. 물론 회사에서 활동하는 데 많은 서포트를 해줬지만, 뮤지컬은 스스로 스케줄링을 하는 게 저한테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1인 기획사로 출발해서 일 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여섯 명의 배우를 영입했어요. 본격적인 매니지먼트 사업에 나선다는 인상인데, 실제 그런 걸까요?
아니요, 매니지먼트는 전혀 생각 못 했던 일이에요. 그런데 오래 알고 지낸 (김)소현 누나, (정)선아 누나가 합류한 거예요. 서로가 서로의 울타리가 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데 뜻이 모였거든요. 소속 배우가 늘어나니까 직원이 생기고, 직원들이 생기니까 배우들을 더 영입하게 되고, 어느 순간 저의 1인 기획사가 뮤지컬배우 매니지먼트가 됐더라고요. (웃음) 만약 이걸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면, 부담스러워서 못 했을 거예요. 저는 사업가적인 기질이 없기도 하고요. 다만, 뮤지컬배우로서 뮤지컬배우에게 필요한 게 뭔지 잘 알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잘 닿은 덕분에 나름의 도전을 한 거예요. 이런 결정이 저한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진 모르겠지만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니까 일단은 지금의 저를 믿으려고요.
배우 영입에 원칙이나 기준이 있었어요?
저는 우리 회사에 각자 다른 개성과 스타일을 가진 배우들이 모였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는 의도한 건데, 배우로서 이미지가 비슷할 경우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겹칠 수 있잖아요. 소속 배우들이 경쟁하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더라고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한 명 한 명의 배우에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요. 그리고 배우를 영입할 때는 혼자 결정하지 않고 회사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요. 어떤 면에서는 직원들이 저보다 배우들과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테니까요. 소속 배우들, 특히 저보다 선배인 소현 누나나 선아 누나의 의견도 귀담아듣고요. 대표직은 잘해야 본전인 자리라, 본전 이상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웃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요?
경력이 많지 않은 배우들은 작품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어요. 공개 오디션 공고가 난다고 해도 그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가 자신과 잘 맞을지 판단하는 게 어렵고요. 저희 회사에는 오디션 담당 팀이 따로 있는데, 작품 정보를 취합해서 우리 배우들에게 어울릴 만한 역할을 찾는 게 주 업무예요. 저는 신인 배우들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면 하거든요.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오디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팜트리아일랜드의 첫 번째 갈라 콘서트처럼 소속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언가를 선보일 기회를 꾸준히 만들려고요.
같은 소속사라 해도 전원이 총출동하는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대표로서 리드해야 할 때는 과감히 밀고 나가는 편인가 봐요.
맞아요, 뭔가 하고자 할 때는 강하게 밀고 나가요. 이번 콘서트는 작년 연말부터 매니저들에게 올해 공연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들라고 했어요. 무조건!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이 모였는데, 어떻게 콘서트를 안 할 수 있겠어요. 그건 말이 안 되죠. (웃음) 매년 저 혼자 ‘발라드 & 뮤지컬’ 콘서트를 할 때마다, 뮤지컬배우들이 단체로 출연하는 갈라 콘서트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다 꺼내보려고요. 올해 첫 번째 콘서트를 잘 진행해서 팜트리아일랜드의 시그니처 행사로 만들 수 있도록이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뮤지컬 팬들을 위한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의 향연이 될 거예요.
<데스노트> 마지막 공연을 한 소감은 어떤가요. 초연부터 지금까지 세 시즌 공연에 모두 참여해서 그 의미가 각별할 텐데요.
이번 프로덕션은 제작사가 오디컴퍼니로 바뀌었잖아요? 제작사가 바뀌면서 무대 연출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저는 시작 전부터 무조건 성공할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초연과 재연의 심플하고 세련된 무대도 좋았지만, 요즘 대극장 공연의 무대 세트가 워낙 화려하다 보니 그에 맞게 변화를 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무대 전면에 영상을 쓰는 세트가 만들어질 줄 몰랐어요.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파격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은 작품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전 회차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런 전무후무한 작품에 제가 함께했다는 게 영광이에요. 이 작품의 초연, 재연, 삼연에 모두 참여했다는 사실도 뿌듯하고요.
이번 <데스노트> 뿐 아니라, 초연을 함께한 작품은 재공연에도 계속 참여하는 것 같아요. 초연에 대한 애착이 크거나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요?
초연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많은 의견을 보탤 수 있는 만큼 아무래도 애착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초연작이 사랑받는 데 제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면, 그 작품이 계속 잘 공연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고요. 그런 점에서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 시간이 지나면 항상 ‘그때 이렇게 해볼걸’이란 아쉬움이 생기거든요. 이번 <데스노트>는 5년 전 재연 때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완성도 있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어요.
개막을 앞둔 <엘리자벳>도 초연부터 여러 차례 참여했어요.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배우로서 특별하게 느끼겠죠?
뮤지컬배우 데뷔 3년 차에 남우주연상이란 큰 상을 받게 해줬으니까 당연히 소중한 작품이죠. 그런데 단순히 상을 받아서 기뻤다기보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어요. 초연에 참여한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 10주년 공연을 한다는 것도 배우로서는 참 특별해요. 이번 1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새롭게 리뉴얼될 예정이라고 하니까, 저의 많은 시간이 담겨 있는 작품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보통 일 년에 한두 작품씩 했는데, 올해는 <엑스칼리버>로 시작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까지 모두 네 편에 참여하게 됐어요. 뮤지컬로 꽉 채워진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출연 작품을 정할 때는 스케줄상 공연 시기도 중요해요. 그런데 올해는 신기할 정도로 제가 하고 싶은 작품들의 공연 스케줄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저한테는 오랜만의 신작인데, 이전에 유럽풍의 시대극을 많이 한 터라 현대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데뷔 후에 주로 오디컴퍼니와 EMK뮤지컬컴퍼니 작품에 출연해서, 새로운 제작사와 새로운 색깔의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쇼노트와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처음 같이 작업하는 거라 그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했을 때는 아이돌이 뮤지컬 주역을 맡는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죠. 이렇게 된 데는 김준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는 지난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은 꿈은 감히 못 꿨어요. 이 무대가 내게 주어진 마지막 보루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대에 섰거든요. 부정적인 시선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행이었던 건 관객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원동력이 돼서 더 노력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제 뮤지컬 활동 이후에 아이돌이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니 감사할 따름이죠. 지금 저한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면,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어떤 작품, 어떤 역할로든 오래오래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6호 2022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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