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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시데레우스> 아시아로 뻗어나간 별의 전령 [No.217]

글 |안세영 사진 | 2022-10-17 716

<시데레우스>
아시아로 뻗어나간 별의 전령

 

©LDH JAPAN

 

일본의 논레플리카 공연


<시데레우스>의 일본 라이선스 공연은 지난 6월 17일부터 30일까지 도쿄에 위치한 자유극장에서 총 16회에 걸쳐 이루어졌다. 자유극장은 2003년 개관한 극단 시키의 전용 극장으로, 약 500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한국 공연 제작사 랑에 따르면 일본 공연 제작사 ‘LDH JAPAN’이 먼저 공연권을 문의해 오면서 계약이 체결됐다고. 일본 공연의 연출은 타오시타 테츠, 음악감독은 미야자키 마코토, 번역은 야스다 유코가 맡았는데, 모두 한국 뮤지컬 <인터뷰> <차미>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의 일본 공연에도 참여했던 스태프이다. 출연진으로는 가수, 배우, 성우 등으로 활약해 온 12명이 캐스팅되었다. 이들은 3명씩 4개 팀으로 나뉘어 번갈아 무대에 올랐다. 일본 공연은 한국 공연과는 대본과 음악만 같은 논레플리카 버전이다. 무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천체의 움직임을 형상화하고 있지만 한층 입체적이다. 혼천의를 연상시키는 둥근 고리 아래로 커다란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표현했는데, 중심의 별을 무엇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천동설을 나타내는 무대로도, 지동설을 나타내는 무대로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또 다른 차이점은 영상의 사용 유무다. 한국 공연은 화려한 색채의 영상을 세트에 투사해 무대 위에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 반면, 일본 공연은 영상을 사용하지 않고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반대로 의상은 시대상을 반영한 한국과 달리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 대본이지만 표현 방식에서 차이가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일본 공연을 관람한 제작사 랑의 신동은 프로듀서는 “한국이 전체적으로 감정을 눌러서 표현했다면, 일본은 감정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연출했다. 예를 들어 갈렐레오의 딸 마리아가 ‘얼룩’이라는 곡을 부를 때 한국 배우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원망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표현하지만, 일본 배우는 감정을 폭발시켰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신동은 프로듀서는 일본 프로덕션 관계자와 대화하면서 한국 뮤지컬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관계자들은 한국 배우와 스태프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고,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과 전문 교육 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인력을 양성하는 점을 대단하게 여겼다.” 또한 이전까지 일본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국 뮤지컬이 주로 K팝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의 10~20대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고 한다. K팝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데다 OTT를 통해 쉽게 한국 드라마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제작사는 이러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뮤지컬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시데레우스> 일본 공연은 극단 시키 스태프들이 소문을 듣고 어떤 작품인지 보러 올 만큼 호평을 받았다고. 일본 제작사 LDH JAPAN 측은 “출연 배우뿐 아니라 스토리, 음악, 무대, 의상 등 작품 전반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는 리뷰가 많았다.”라며 기쁨을 표했다.

 

©상하이문화광장

 

중국의 레플리카 공연


중국 라이선스 공연은 지난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상하이에 위치한 약 700석 규모의 공연장 시어터 어보브Theatre Above에서 이루어졌다. 공연 제목은 <성제신사星际信使>. 중국어로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라이선스 계약은 한국 공연에 참여한 김동연 연출가가 <어쩌면 해피엔딩> 중국 공연을 제작했던 상하이문화광장에 <시데레우스>를 소개하면서 성사되었다. 상하이문화광장은 2017년부터 <마이 버킷리스트> <라흐마니노프> <팬레터>를 포함해 여러 한국 뮤지컬을 중국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시데레우스>는 이야오 위Yiyao Yu가 프로듀서를, 리차드 페이Richard Fei가 아트 디렉터를 맡았으며, 역할별로 2명의 배우가 캐스팅되어 총 6명이 출연했다. 


중국 공연은 한국 공연을 그대로 복제한 레플리카 버전으로, 공연을 완성하기까지 양국 프로덕션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한국 프로덕션 바이블을 중국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 한국 공연에 참여했던 송희진 안무가가 직접 중국 공연의 협력 연출을 맡았다. 송희진 협력 연출가는 조연출과 함께 현지에서 스태프 회의와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당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하이가 셧다운되는 바람에 중국에 도착한 뒤에도 한동안 다른 지역에 머물며 온라인으로 연습을 진행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고. 이후 셧다운이 잠시 풀렸을 때 상하이로 들어가 지하 연습실에 격리된 채 연습을 이어갔다.

 

중국 공연은 공연장에 맞춰 세트가 커진 것 외에는 한국 공연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코믹한 장면의 경우 중국 관객의 웃음 코드에 맞춰 현지화가 필요했다는 게 송희진 협력 연출가의 설명이다. “한국 배우들은 ‘답장 Rep.’라는 곡에서 ‘혼자서 헤매며 근거도 없이 허둥대던 그 시절, 사소한 질문도 고통스러웠던 시절’이라는 대목을 부를 때, 일부러 거만하게 굴거나 트로트풍으로 노래해 웃음을 줬다. 중국 배우들에게도 이 부분을 유명한 팝스타처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 한 배우가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여명을 흉내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갈릴레오가 메디치 가문을 설득해 후원을 받으려고 애쓰는 장면에서 상하이 사투리를 사용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중국 공연은 상하이 셧다운으로 인해 단 4회로 막을 내렸지만, 같은 공연장에서 오는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6회 공연을 추가로 올릴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7호 2022년 10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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