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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ETTER] 달의 아이들의 편지 [No.218]

글 |성종완 작가, 김은영 작곡가 사진 | 2022-11-23 693

달의 아이들의 편지

성종완 × 김은영 두 번째 편지

 

To. 달에서 온 아이, 은영에게 

 

작곡가님의 감동적인 편지 잘 받았습니다. 우리가 함께 쓴 두 번째 작품 <문 스토리> 때문에 작곡가님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게 새삼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문 스토리>의 핵심 모티브는 지구로 떠난 ‘달의 아이들’이 달에 홀로 남은 친구 ‘용’과 주고받는 편지였지요.  

 

2018년 <문 스토리> 트라이아웃 공연은 <사의찬미> 초연 이후 무려 5년 만에 작가와 작곡가로 호흡을 맞춘 거였어요. <사의찬미>와 <문 스토리> 사이의 공백이 그렇게 길었다는 걸 깨닫곤 놀랐어요. 그사이에도 우리가 계속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연출가와 음악감독으로서 <비스티> <배니싱> 등 초연 창작 작업을 이어갔기 때문에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 초연 창작 작업의 특성상 연출가와 음악감독도 대본 구성부터 음악 편곡까지 작가, 작곡가처럼 치열하게 작업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 둘만의 작품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문 스토리>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문 스토리>는 이전까지 우리가 함께 작업했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어요. 한 편의 우화 같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죠. 이 동화 속엔 왕자나 공주, 그리고 마녀는 등장하지 않아요. 대신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달의 아이들’이 등장하죠. 

 

외톨이, 유령, 트랜스젠더, 고아, 몽상가 등으로 불리는 그들은 지구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들이에요. 저는 그들에게 ‘달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사실 저는 <사의찬미>보다 <문 스토리>를 먼저 썼어요. ‘달에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이 지구에 건너와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은 대학 시절 우연히 보게 된 영화과 선배님의 졸업 작품에서 빌려왔어요. 그 시절, 저는 늘 궁금했어요. 나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난 왜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고, 왜 또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까. <문 스토리>에는 젊은 시절의 고민이 가득 담겨 있죠. 자칫 저의 개인적인 공상에 그칠 뻔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건, 순전히 작곡가님의 음악 덕분이었어요. 2007년 처음으로 대본을 구성했지만, 좀처럼 완성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작곡가님의 음악을 만나 비로소 <문 스토리>가 완성되었고, 꼬박 11년 만에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어요.  

 

“누군가 내 편지를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렇게 편지를 써.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제가 <문 스토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는 ‘편지’와 ‘in 서울 reprise’예요. 이 두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고 틈이 날 때마다 듣곤 해요. 특히 늦은 밤 퇴근길에 달빛을 맞으며 이 노래를 들으면 지친 하루의 끝을 위로 받는 느낌이 들어요. 제게 이렇게 아름다운 곡들을 선물해 주셔서, 그리고 제 삶에 위로를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부디 이 위로가 관객들의 가슴에도 전해지기를, 또 <문 스토리>라는 ‘편지’가 오래도록 관객들의 삶에 가닿기를 기도합니다. 

 

“옴바 콤보 쿰투미키아 알리 타카 바바 야케” 

 

From. 달에서 온 아이, 
종완으로부터

 

*

 

To. 달에서 떠나 먼저 지구에 도착한 종완에게 

 

작가님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리가 만들었던 작품을 하나씩 되짚어 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사의찬미> 이후로 5년이 지나서야 작가와 작곡가로 만났다는 사실에 저도 새삼 놀랐어요.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문 스토리>는 제게도 여러모로 각별한 작품이에요. 

 

<문 스토리>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은 것처럼 즐거웠어요. 작가님과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저의 오랜 기도가 달까지 닿아 답장이 온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편지에 답장하듯 작가님의 예쁜 가사에 어울리는 예쁜 선율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작업했던 기억이 나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문 스토리>의 콘셉트에 맞춰 곡을 쓰고 보니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음악이 탄생했어요. 그런데 동화 같은 분위기에 듣기 편한 곡들이라서 그랬을까요. 주변에서 음악 작업이 수월했을 것 같다고 자꾸 그러더라고요. 이 편지로 고백하자면, <문 스토리>는 저에게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한 번도 작업해 본 적이 없던 스타일이라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내야 할지 굉장히 난감했어요.  

 

어느 날 밤새 작업실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마음이 너무 허한 거예요. 그러다 문득 한강 위로 떠오른 달을 보는 순간, 마법처럼 음악 콘셉트가 떠올랐어요. 곧바로 작업실로 되돌아가 부랴부랴 곡을 썼던 게 기억나요.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첫 번째 곡 ‘in 서울’이죠. 그 곡이 나중에 리프라이즈 될 때 인물의 정서와 음악의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깜짝 놀랐어요. 음악과 장면을 잘 엮어주신 작가님 덕분입니다. 저는 작가님과 <문 스토리>를 작업하면서 작곡가로서의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었어요. 그러니 제가 작가님과 작품을 만드는 걸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 내 편지를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렇게 편지를 써.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다시 한번 느끼지만, 작가님과 저는 취향이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문 스토리>의 곡 중에서 ‘편지’와 ‘in 서울 reprise’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작가님의 말처럼 퇴근길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종종 퇴근길에 들으며 위로를 받곤 해요. 우리의 공통점을 이렇게 또 발견하게 되네요. 오랜만에 <문 스토리>를 이야기하다 보니 공연하던 때가 그리워요. 어서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와 지구에 사는 나와 같은 달의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이 작품을 빨리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어요. 

 

“옴바 콤보 쿰투미키아 알리 타카 바바 야케” 

 

추신. ‘옴바 콤보 쿰투미키아 알리 타카 바바 야케’ 달의 아이들의 주문에 멜로디를 붙일 때, 이 주문을 외우는 누군가가 행복해지길, 또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곡했어요. 저도 가끔 간절히 원하는 일이 생기면 이 주문을 외워요. 그럼 소원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행복해져요. 우리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From. 늘 그렇듯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달에서 온 아이 은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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