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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KPOP> 탄생에서 브로드웨이까지 [No.218]

글 |여태은(뉴욕 통신원) 사진 | 2022-11-23 810

< KPOP >

탄생에서 브로드웨이까지

 

뮤지컬 < KPOP >의 극작가 제이슨 김은 이 작품이 9살에 미국에 이민을 온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지탱해준 한국 가수들의 음악, K팝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K팝이라는 음악 장르에 대한 찬사이자,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이민자로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미국 주류 무대에서 보는 것을 창작의 동기로 삼아 만들어진 뮤지컬 이 어떻게 시작되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Vincent Tullo

 

신선한 소재, 색다른 시도 


< KPOP >의 시작은 지난 2017년 오프브로드웨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은 실험적인 작품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오프브로드웨이 비영리 극장 아르스 노바Ars Nova, 아시아계 극작가들의 작품 개발과 제작을 돕는 비영리 단체 마이 시어터 컴퍼니Ma-Yi Theatre Company, 다양한 형식의 이머시브 작품을 제작해 온 우드셰드 컬렉티브Woodshed Collective가 공동 개발했다. 마이 시어터 컴퍼니의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작가 제이슨 김과 우드셰드 컬렉티브의 예술감독인 테디 버그만이 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음악 작업을 맡은 헬렌 박과 맥스 버논은 K팝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리듬을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살려내 정통적인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은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가상의 연예기획사 JT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MwE(무이), Special K(스페셜 케이), F8(페이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이는 어린 시절부터 톱스타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솔로 아티스트다. 걸 그룹 스페셜 케이는 완벽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성형을 고민하고, 최근 외국인 멤버를 새로 영입한 보이 그룹 페이트는 멤버들끼리 갈등 중이다. 관객들은 포커스 그룹이 되어 가수들의 준비 과정을 지켜보고 미국 진출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2층 구조의 극장에는 연습실, 녹음실, 숙소 등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각 공간은 마치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 솔로 가수, 걸 그룹, 보이 그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각각의 방을 돌아다니며 가수들의 개인적 고민과 사회 문화적 갈등 상황을 마주한다. 특히 이들을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이미지로 소비하려는 미국 매체의 모습과 기획사가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가수들의 이미지를 바꾸는 일련의 과정은 관객에게 미국 내 만연한 인종 차별 문제를 상기시킨다. 공연은 각각 다른 공간에 흩어져 있던 가수들이 함께 모여 콘서트를 선보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사와 가사 중 상당 부분이 한국어였지만 자막은 제공되지 않았는데, 이는 이민자들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느꼈을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관객들이 체험하도록 의도된 장치였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은 2017년 9월 5일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아트/뉴욕 시어터(A.R.T./New York Theatres)에서 개막했다. 원래 10월 7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작품이 인기를 끌자 10월 21일까지 공연을 연장했다. 당시 은 K팝을 소재로 아시아계 창작진이 만들고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또 이머시브 시어터, 즉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기획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 KPOP >은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구성으로 관심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여러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립한 리처드 로저스 어워드상을 받았고,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루실 로텔 어워즈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뮤지컬,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밖에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도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뉴욕 타임스의 벤 브랜틀리를 비롯한 평론가들은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두고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의 유쾌하고 새로운 뮤지컬이라 평했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Vincent Tullo

 

 브로드웨이 주류 무대로 


< KPOP >은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5년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한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에 쏟아진 관심, 여러 시상식에서의 성과,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팝과 한국 문화 덕분에 의 브로드웨이 진출이 가시화됐다. 이전에도 <왕과 나> <미스 사이공> <엘리전스>처럼 아시아 사람들과 아시아계 미국인을 소재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있었지만, 창작진과 출연자 대다수가 아시아계, 특히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은 < KPOP >이 처음이다. 

 

< KPOP >의 브로드웨이 진출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우드셰드 컬렉티브의 오랜 후원자인 팀 포브스다. 영화 제작자이자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팀 포브스는 <젠틀맨스 가이드> <헬로, 돌리!> 등을 제작한 베테랑 프로듀서 조이 파른스를 공동 제작자로 선택해 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도왔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올라간 써클 인 더 스퀘어는 콜로세움처럼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독특한 구조의 원형 극장으로, 콘서트장과 비슷하다. 이러한 극장의 독특한 구조는 콘서트를 준비하는 가수들의 이야기라는 극의 설정과 시너지를 발휘한다. 무대 위에는 이동식 스크린이 설치돼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이나 배우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콘서트에서 경험할 수 있을 법한 현장감을 연출한다.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공간을 옮겨 다니며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는 형식이었다면, 브로드웨이 공연은 솔로 가수 무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여러 인물이 겪는 고민과 갈등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최고의 레이블 RBY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솔로 가수 MwE(무이), 보이 그룹 F8(페이트), 걸 그룹 RTMIS(아르테미스)가 뉴욕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하다가 이들의 겪는 문화적 갈등과 개인적인 고민이 폭발하며 레이블이 해체될 위기를 겪는다는 내용이다. 

 

< KPOP >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브로드웨이에서 비주류로 꼽히는 아시아계 창작자, 배우, 스태프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 KPOP >에는 아이돌 그룹 f(x)의 멤버인 루나를 비롯해 보형, 민, 케빈 등 아이돌로 활동 중인 가수들이 캐스팅됐는데,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는 배우는 18명이다. 달리 말해 그만큼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시아계 배우 행동 연합Asian American Performers Action Coalition에서 지난 2018-2019 시즌을 기준으로 브로드웨이와 비영리 극장을 모두 포함한 뉴욕 공연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뉴욕 극장에서의 인종 재현Racial Representation on NYC Stages’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내에 배역을 차지한 배우는 백인 60%, 흑인 30%, 아시아계 5%, 라틴계를 비롯한 기타 인종이 4%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균형의 근본적인 이유는 뉴욕 극장에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작품이 백인 작가들(비영리 극장의 76%, 브로드웨이 공연의 89%)에 의해 써지고, 백인 연출가(비영리 극장의 79%, 브로드웨이 공연의 94%), 백인 예술감독과 프로듀서(비영리 극장의 88%, 브로드웨이 공연의 94%)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 촉발된 ‘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한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미국 내에는 다양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는 공연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과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 KPOP >은 기존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구별되는 색다른 소재와 형식의 뮤지컬이라는 점 외에도 아시아계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뉴욕 공연계의 주류 무대인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새로운’ 뮤지컬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8호 2022년 1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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