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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브로드웨이 42번가> 이주순, 다시 만난 꿈의 무대 [No.218]

글 |이솔희 사진 |맹민화 2022-11-23 1,270

<브로드웨이 42번가> 이주순 
다시 만난 꿈의 무대

 

 

이주순이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로 돌아온다. 2017년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앙상블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지 5년 만에 ‘브로드웨이 스타’ 빌리 로러 역을 꿰차게 된 것이다. 자신을 향한 믿음을 가득 품고 지난 5년간 당당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는 다시 만난 꿈의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중학교 2학년, 배우라는 꿈을 품게 된 이주순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자신이 왜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정성스레 적은 편지였다. 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끝에 부모님을 설득한 그는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본격적인 연기 공부를 시작한 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연기가 자신의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다는 것! “연기 학원에 다닐수록 ‘내가 생각한 연기는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학원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뮤지컬 공연 영상을 하나 보게 됐어요. 조승우 선배님의 <지킬 앤 하이드> 영상이었죠. 그걸 보자마자 ‘내가 원하던 연기가 바로 이거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뮤지컬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주순의 말을 빌리자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후 그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름 앞에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일 날만을 기다리며 도약의 발판을 다지던 그에게 꿈만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앙상블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대학 시절 탭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한 그에게 화려한 탭 댄스 안무가 주를 이루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운명 같았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분들이 박수를 쳐주시는데, 그때 제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이 쭉 떠오르더라고요. 처음 배우를 꿈꾸고, 연기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하고, 서울에 올라와서 데뷔 준비를 하고…. 공연이 끝날 때가 되니까 내가 뮤지컬배우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 났던 것 같아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이주순에게 최선의 기준점이 되어준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때 친동생이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팠어요. 그러다 보니 객석에 앉아 공연을 즐기는 관객 한 분 한 분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도 허투루 공연할 수가 없었어요. 매일매일 몸이 부서져라 춤을 췄죠. 그래서 배우로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떠올라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배우로서 가장 큰 가르침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안무 감독님이 앙상블 배우들을 앉혀놓고 이런 조언을 하셨어요. 각자 해야 되는 것만 완벽하게 소화하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제가 배우로서 마인드를 정립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 말이었어요. 저는 아직도 그 말을 되뇌면서 무대에 서요. 내게 주어진 몫을 완벽히 해내자고요.”  

 

5년 만에 그 소중한 무대에 다시 서는 소감은 어떨까? “앙상블로 무대에 설 때부터 언젠간 빌리 로러를 연기할 수 있길 꿈꿨어요. 유쾌하고 매력적인 브로드웨이의 스타잖아요. 제가 앙상블일 때 에녹, 전재홍 형님이 빌리 로러를 연기했는데, 두 분이 정말 멋있게 역할을 소화하셔서 더 시선이 갔죠. 아마 <브로드웨이 42번가> 남자 앙상블 배우들은 다들 한 번쯤 이 역할을 꿈꿨을 거예요. 그리고… 빌리 의상이 되게 멋있거든요. 반짝반짝하고! (웃음)” 2018년 빌리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가 한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그는 오랫동안 꿈꿔온 캐릭터인 만큼 관객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극장에서 배역을 맡은 건 처음이다 보니 무대의 감각을 새롭게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공연장 규모 차이에서 오는 생경함이 저한테는 꽤나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쇼뮤지컬인 만큼 화려한 안무와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노력 중이고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저만의 빌리를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이전 시즌 영상을 찾아보지 않고, 제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빌리의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캐릭터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로 시작해 지금까지 배우로서 달려온 5년. <쓰릴 미> <스핏파이어 그릴>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이주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 준 작품들이 그 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차근차근 성장해 온 이주순은 자신에게 주어진 계단을 쉼 없이 오르기 위해 책임감에 대해 고민한다. “예전에는 그저 열심히, 재미있게 무대에 임하는 게 우선이었는데, 점점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작품이 잘 되고, 작품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내가 맡은 몫을 온전히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먼저 되어보려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8호 2022년 1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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