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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배우의 모습으로 <삼총사>의 엄기준 (3) [No.68]

글 |정세원 사진 |심주호 2009-05-27 8,372

 

요즘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엄기준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너무 바빠서 그런 것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 좋단다.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후로는 하루에 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는 그는 눈만 뜨면 촬영장으로, 연습실로 향하느라 쉴 틈이 없다.


무대에 데뷔한 지 10년 만인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엄기준은 자신이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방송과 무대에서의 겹치기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매력적인 냉혈 PD 손규호 역으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가 바뀌면서 계획했던 연극과 뮤지컬 스케줄까지 모두 꼬여버렸다. 일 년여 만에 만난 그는 쉬지 않고 몰아치는 자신의 작업 스타일이 이제는 힘에 부친다며 큰 숨을 내쉬었다.

 

연극 <밑바닥에서>와 예상치 못한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겹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출연을 결정했던 <삼총사> 연습에 자주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엄기준은 미안함과 아쉬움이 크다. “<삼총사>는 아련한 추억이 있는 작품이라 배역과는 상관없이 욕심이 났어요. 1993년에 개봉한 영화 <삼총사>를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마침 제가 좋아했던 브라이언 아담스가 영화 주제곡 ‘All for Love’를 불러서 더 인상적이었죠. 그 후로 16년 동안 삼총사에 대한 작품이 나온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아쉬웠어요.”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삼총사>에서 엄기준은 ‘정의,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한’ 달타냥을 연기한다. 그는 시골에서 막 올라온 어수룩한 ‘촌놈’이면서 패기만 가득 차 있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의 달타냥을 그리고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해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은 엄기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노릇. 그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믿고 공연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일 뿐이다.

 

오직 연기에 삶의 의미를 두고 살아왔다는 엄기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본 적도 없고,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관객에게 선보이는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좋은 연기와 시청률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70세가 되어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사람들이 늘 찾을 수 있도록 연기를 열심히 해야 하고, 체력 관리, 이미지 관리도 해야 해요. 중요한 것은 마흔 살이 되든, 쉰 살이 되든 그 나이에 맞는 좋은 연기를 하는 것이죠”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엄기준은 당분간은 명예와 우정에 목숨 걸 줄 알고 사랑에 대해 솔직한 뮤지컬 <삼총사>의 달타냥과 한 여자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할 수 있는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의 순정파 남자 최승현으로만 살아갈 생각이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아 끝까지 재수 없고 연민조차 느껴지지 않는 악역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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