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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푸른 잿빛 밤> 도착 [No.220]

글 |유현석(배우) 사진 | Illustrator | 이야기 2023-01-11 655

<푸른 잿빛 밤>
도착

 

 

오늘 마지막 유품을 유가족에게 전하면 힘겨웠던 임무도 끝이 난다. 그동안 유가족을 만나 동료들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말해주며 많이 울기도 했고, 동료들이 전쟁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들어주며 많이 웃기도 했다. 슬픔을 감추고 애써 웃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건 정말 힘들었다. 그때마다 자신의 슬픔을 감추고 웃어주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유가족에게 원망 섞인 모진 말을 들을 때에도 내가 나 스스로에게 뱉던 모진 말을 곁에서 들어주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라이자 애커만.


이 유품 가방을 내려놓을 때가 되면 분명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마음이 가볍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안다. 폐허가 된 이 도시의 고장 난 가로등 사이에 서 있어도, 바람이 불어올 때면 동료들의 온기와 라디의 노랫소리, 라이자의 미소가 나를 내일로 데려다주리라는 걸.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나면 항구 앞 빵집에서 일할 생각이다. 노래하는 개구리 얘기가 잔뜩 적힌 수첩을 지니고서.

 

(!) <푸른 잿빛 밤>은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볼프와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소개해 주는 라이자의 이야기다. 이 글은 볼프 역 유현석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볼프가 전사자의 유품을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떠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0호 2023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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